
[서울와이어 김종현 기자] 인구 1100만명의 아이티가 나라를 좌지우지 하는 조직폭력배를 소탕해달라며 유엔에 무장병력 파견을 요청하고 나섰다.
18일 미 CNN방송과 영국 BBC방송, 블룸버그 등 외국언론에 따르면 중미 카리브해의 아이티는 지난주 유엔에 무장병력을 파견해 갱단의 발호를 차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아이티 정부가 이처럼 국제사회에 병력 지원을 호소하는 것은 조직폭력배들 간의 전쟁으로 살인, 납치, 약탈, 강간이 일상화한데다 이들이 국가 경제의 숨통을 막아 민생이 날로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BBC방송에 의하면 아이티의 수도인 포르토프랭스는 사실상 6개 갱단에 지배되고 있다. 법과 정부 조직 위에서 군림하는 이들은 폭력과 공포로 주민들의 삶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예컨대 9개 조직폭력단의 집합체인 'G9'은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핵심 항구와 유류터미널을 장악한채 상품 유통 등의 비즈니스를 왜곡시켜 도시 경제를 혼란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다.
'400 마우조(Mawozo)'라는 이름의 갱단은 아이티와 도미니카공화국 국경으로 가는 도로와 북쪽으로의 접근을 통제하면서 가장 넒은 영역에 영향을 미친다. 이들은 작년 미국과 캐나다 출신 선교사 17명을 납치해 몸값 1700만달러를 요구하기도 했다.
'5세곤(Segonn)'이라는 조직폭력단은 포르토프랭스에서 운행되는 대부분의 버스 상권을 장악하고 있다.
조직폭력단이 주요 고속도로와 석유터미널, 식료품과 연료 유통망을 통제하면서 극심한 식량과 식수 부족으로 주민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포르토프랭스의 시테솔레이 지역에서 갱단이 충돌해 폭력배 119명을 포함 209명이 사망했다. 주민 3000명은 집을 떠나 피난해야했다.
하지만 아이티 군과 경찰은 조직폭력단을 지켜만봐야하는 실정이다. 최신무기와 자금력, 충성스러운 조직원을 거느린 조폭보다 모든 게 열세이기 때문이다.
주민 60%가 무법천지 속에 방치된 포르토프랭스는 시민들이 갱단의 전쟁에 휘말리지 않으려고 외출을 꺼리는 바람에 유령의 도시로 변했다.
정부의 실정과 갱단의 발호, 콜레라, 반정부 시위 등의 영향으로 아이티는 인구 절반인 470만명이 기아에 직면했으며 5세 미만 영유아 10만여명은 영양실조로 아사 위험에 노출됐다.
이런 아이티의 '도가니'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유엔은 안전보장이사회 회원국들에게 무장개입을 설득하고 있지만 결의안 채택은 불투명하다.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원조물품을 전달하기 위해 아이티의 항구를 확보하려면 무장병력을 보내야 한다"면서 "정치적 목적이 아닌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아이티의 고통을 덜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