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4조원' 투자계획 유지, 공격적 기조
다운사이클 속 승부수… 경쟁력 강화 초점

삼성전자가 공격적인 투자기조를 이어가기로 했다. 반도체 다운사이클 국면에 경쟁사와 달리 승부수를 던지 셈이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공격적인 투자기조를 이어가기로 했다. 반도체 다운사이클 국면에 경쟁사와 달리 승부수를 던지 셈이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수요 대응을 위해 적정 수준으로 인풋(input) 투자를 지속하고, 업황과 연계해서 설비투자를 유연하게 운영한다는 투자 기조는 동일하다.”

올해 3분기 영업익이 전년 동기 대비 31.39% 급락한 성적표를 받은 삼성전자가 지난 27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이같이 밝혔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와 함께 “인위적인 반도체 감산은 없다”며 올해 약 54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내외 기업들이 줄줄이 투자와 감산에 나선 가운데 회사는 공격적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다.

글로벌 반도체 매출 1위 자리까지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반도체 매출 약 27조원)에 내준 상황에서 분위기 전환을 위해 칼을 간 모양새다. 최근 메모리 업황 둔화로 반도체시장은 다운사이클로 접어들었다.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4분기 D램 가격은 13~18%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모바일과 그래픽 D램의 가격 하락 폭도 각각 13~18%, 10~15%, D램과 주요 메모리반도체인 낸드플래시의 경우 15~20%의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주력인 메모리반도체도 업황 악화를 빗겨 가진 못했다. 실제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올 3분기 매출은 23조200억원, 영업익은 5조1200억원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8%, 영업익은 같은 기간 대비 49.1% 감소했다.

국내 메모리반도체 양대 산맥을 이루는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이 60.3% 감소하자 사업 방향키를 돌려 감산 결단을 내렸다. 공급 과잉 등으로 생산량 감산에 돌입해 수급 밸런스 정상화에 주력할 계획이다.

또한 내년 투자 규모를 올해의 절반 수준으로 줄일 예정이다. 경쟁사인 마이크론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의 선택은 달랐다. 54조원대의 투자를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내년부터 반도체 수요 회복 가능성을 염두에 둔 셈이다. 관련 업계도 반도체 사이클이 짧아진 만큼 삼성전자의 결단을 일종의 ‘승부수’로 본다.

회사의 3분기 시설투자는 12조7000억원으로 사업별로는 DS 11조5000억원, SDC 5000억원 수준이다. 3분기까지 누계로는 33조원 규모의 투자가 집행됐다. 올해 연간 시설투자의 경우 DS 47조7000억원, SDC 3조원으로 인프라 개선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극자외선(EUV) 등 첨단 기술 중심 투자가 이뤄질 전망이다. 

당장 삼성전자는 5세대(1b) 10나노미터(㎚)급 D램, 세계 최고 용량의 8세대(200단 이상) V낸드 등 차세대 신제품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방침이다. 수익성 중심의 D램 사업 운영으로 실적 개선 방안도 내놨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현금성 자산은 글로벌기업들 중 톱 수준”이라며 “기술(인적능력)과 자본 측면에서 봤을 때 첨단기술 분야로의 산업 고도화를 위해 투자를 강행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도 “반도체 다운사이클에서 경쟁사 대비 차별화된 수익성이 기대된다”며 “삼성전자 낸드는 적자가 확대되는 경쟁사와 달리 흑자 구조를 확보했으며, 낸드의 가격탄력성을 활용한 선제적 수요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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