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관련 사전 내부 보고서 있었지만 무시
특수본, 증거인멸 등 지시한 상급자 소환 조사 방침

[서울와이어 김민수 기자] 핼러윈 축제로 이태원 일대에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이 예상돼 정보 담당 경찰의 배치를 요청하는 보고가 사전에 있었으나 윗선에서 이를 묵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8일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서울 용산경찰서 정보과 소속 경찰관 A씨는 ‘이태원 핼러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 분석’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했으나, 윗선에서 “대통령실 주변 집회에 집중하라”며 등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보고서에는 지난해 축제에 약 10만명이 이태원을 방문했는데, 올해는 방역수칙 해제 후 첫 핼러윈 행사라 많은 인파가 몰려들 것으로 예상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A씨는 이날 오전에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상급자인 정보과장에게 “인파 상황을 살피고 경찰서에 보고할 정보 경찰관을 현장 배치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정보과장은 “당일 저녁 대통령실 인근까지 행진하는 대규모 집회 상황에 집중하라”며 A씨 보고를 묵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자신이라도 직접 현장에 나가보겠다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씨는 보고서를 서울경찰청 첩보관리시스템에 저녁 8시반쯤 올렸으나, 72시간 뒤 자동 삭제되는 시스템 설정상 참사 당일인 29일 저녁 8시30분께 자동 삭제됐다. 특수본은 A씨 보고 내용이 용산서장은 물론 치안 대책을 세운 112상황실이나 기동대 배치를 하는 경비과에 전파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발생 후 윗선은 A씨에게 증거인멸 및 회유를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가 이를 거부하자 다른 직원을 시켜 삭제하도록 한 정황도 드러났다.
A씨의 보고서가 첩보관리시스템에서 자동삭제됐지만, 그의 사무실 PC에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에 상급자들은 A씨에게 PC에 저장된 보고서를 지우라고 지시했고, A씨는 “근무 중이라 들어갈 수 없고 해당 보고서도 지울 수 없다”고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본은 참고인 신분으로 A씨를 불러 이 같은 내용의 진술을 확보하고, A씨에게 보고서 작성 사실을 외부로 누설하지 말 것과 회유를 시도한 상급자들을 직권남용과 증거인멸 등 혐의로 입건해 조만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