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된 러시아 탱크에 우크라이나  국기가 걸려있다. (사진 AP=연합뉴스)
파괴된 러시아 탱크에 우크라이나  국기가 걸려있다. (사진 AP=연합뉴스)

[서울와이어 김종현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9개월째로 향하면서 전쟁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다. 

전쟁 당사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탈진 상황으로 몰리고 있고 서방 역시 에너지·곡물가격 폭등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우크라이나 지원 증가로 출혈이 만만치 않다.

이에따라 미국과 러시아가 물밑에서 대화를 모색하고 있고, 유럽에서도 종전을 모색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9일 미국 언론에 따르면 워싱턴포스트와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5일과 6일 잇따라 미국이 상황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보도를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정부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대화 가능성을 닫지 말도록 설득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월스트리트저널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최근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담당 보좌관  및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전보장회의 서기와  접촉했다"고 보도했다.

CNN방송은 "설리반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롯한 미국의 관리들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푸틴 대통령과의 협상을 완전 배제하기로 한 법령에 서명한 이후 보다 유연한 태도를 갖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의 이런 움직임은  전쟁 당사자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물론 유럽을  비롯한 서방의 피로도가 높아진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는  전쟁이  8개월을 지나면서 빼앗긴  영토를 회복하지 못한 가운데 전력과 수도 등 핵심  인프라가 괴멸적 타격을 입는 등 전국토가 유린됐다.  러시아군의 집요한 미사일과 드론 공격으로 인프라가 파괴되면서 수도 키이우는 전기가 없는 참혹한 겨울을 나야하는  처지다.

러시아  역시 엄청난 인적·물적 피해로 국가 재정운용과 병력조달이 한계에 봉착했다. 30만명의 예비군 동원령이 부작용을 빚으면서 여론도 악화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 등은 에너지와 곡물가격 폭등으로 인한 살인적 인플레이션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유럽은 러시아의 가스공급이 끊기면서  에너지 대란에 휩싸였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유럽의  단일대오에도 균열조짐이 보이고 있다.

헝가리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헝가리의 페테르 시야르토 외무장관은 최근 한 컨퍼런스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유럽연합(EU)이 추진하는 공동원조펀드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독자적인 지원은 계속하겠다고 했지만 EU와는 공동보조를 취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탈리아도 최근 취임한 극우 성향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우크라이나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천명했지만 정권 안팎에서는 지원을 중단하고 종전을 모색토록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표면적으로 아직 대화할 때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크렘린 대변인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지난 7일(현지시간) '대화설'과 관련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대화에 개방적이지만 키이우(젤렌스키 대통령)가 법으로 협상을 배제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대화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실  보좌관은 "협상을  벌일  준비가 돼 있지만 러시아가 먼저 철군해야 한다"면서 "그렇더라도 협상 상대는 미래의 러시아 지도자이지 푸틴은 아니다"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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