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이상 지속된 공동경영 분열 조짐, 지분 경쟁 '본격화'
최씨 일가, 잇따른 우호지분 확대… 계열분리 나설지 관심
두 가문 이별 예고편?…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 쏠린 눈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에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사진=고려아연 제공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에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사진=고려아연 제공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고 장병희, 최기호 창업주가 공동으로 세운 회사인 영풍그룹 내 지분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계열사 고려아연 지배권을 가져가기 위한 것으로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일가의 지분 싸움이 본격화됐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두 일가는 내년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지분 확보에 필사적으로 나섰다. 앞서 장씨 일가는 테라닉스(4만9728주)와 코라아써키트(5만2941주), 에이치씨(1만1000주) 등 계열사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을 대거 매입했다.

증권가에선 잇따른 지분 매입으로 장씨 일가가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율은 약 31.96%까지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씨 일가에서도 올해 8월 말부터 이달 13일까지 고려아연 지분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현재까지 최씨 일가가 확보한 고려아연 지분은 27.90%(추정치)다. 장 씨 일가와 격차는 약 4.06% 수준이다. 올해 초 장 씨 일가가 10%포인트 이상 지분을 많이 보유하고 있었지만, 지분경쟁이 불붙기 시작하면서 격차는 좁혀졌다.

두 가문이 이처럼 지분 확보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내년 3월 주총 때문이다. 최창걸 명예회장을 비롯한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3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지분 경쟁은 주총을 통해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고려아연 경영권을 서로 차지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 

업계는 고려아연 오너가 3세인 최윤범 회장 승진도 경영권 분리 등이 얽힌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한 지붕 두 가족이 머지않아 이별 수순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최씨 일가에서 경영하는 고려아연이 LG화학, 한화 등과 손잡은 것도 우호지분 확보를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회사는 LG화학과 2576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교환해 파트너십을 강화했고, ㈜한화와도 서로 자사주를 맞교환했다. 

두 집안 모두 계열 분리와 관련한 명확한 입장을 아직 밝히지 않고 있지만 분위기상 70년 넘게 이어온 두 일가의 동업 관계는 종료가 임박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 영풍그룹 내 균열 조짐은 2019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순환출자구조 해소로 공동경영을 위한 황금 지분율이 깨지면서다.

장씨 일가 입장에서는 굳이 현 경영체제를 유지할 필요가 사라진 셈으로, 최씨 일가 측도 이때부터 계열 분리를 고심했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이와관련 “계열 분리에 대해선 내년 주총 전후 공론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최 씨 일가가 주총에서 소액주주 등의 표심을 사로잡아 지배권을 확고히 한다면, 독립 경영체제를 밀어붙일 수 있는 가장 큰 명분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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