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고려아연 합류, 글로벌 현장서 '리더십' 입증
적자늪 호주 SMC 공정개선 주력… 흑자전환 이끌어
3대 트로이카 중심 신사업 비전 가속… 공격적 경영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영풍그룹의 비철금속 계열사인 고려아연의 사업을 이끄는 3세 경영인 최윤범 부회장의 행보가 관심사다. 해외 유망기업 지분 투자는 물론 LG화학과 ㈜한화 등 국내 주요기업과 함께 신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면서다.
글로벌 비철금속 제련 기업으로 성장한 고려아연은 승진 2년차에 접어든 최 부회장을 중심으로 기존 사업 영역과 연관된 신성장 산업분야를 찾아 적극적인 인수, 투자를 통해 보폭을 넓히는 중이다.

◆현장경험·사업능력 겸비 ‘3세 경영인’
1975년생인 최 부회장은 고 최기호 영풍그룹 공동창업주의 손자이자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의 차남이다. 그는 미국 애머스트대 수학과와 컬럼비아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한 뒤 변호사로 활동했다.
본격적인 경영 참여는 2007년이다. 고려아연에 합류한 최 부회장은 온산제련소 경영지원본부장, 페루 현지법인 ICM 파차파키의 자원개발 사업 총괄 사장, 전략기획 담당 부사장, 호주 아연제련소 SMC 사장을 역임했다.
현장 실무와 전략기획 업무 등의 경험을 두루 쌓으며, 신사업 추진에 필요한 현장 감각뿐 아니라 사업전략 구상 등의 능력을 익혔다. 글로벌 현장 경험은 그의 강점으로 고려아연 페루 광산개발과 호주 아연제련소 현지법인 등을 총괄했다.
부회장 승진까지는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다. 그는 2019년 각자대표이사 사장에 오른 지 1년 만인 2020년 부회장에 발탁됐다. 이는 고려아연이 점찍은 미래사업 전반에 힘을 싣는 조치로 해석됐다.
당시 재계에서는 글로벌사업을 통해 최 회장이 갖춘 넓은 시야와 풍부한 경험이 승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했다. 실제 그는 2014년 적자난에 허덕이던 호주 자회사 SMC 사장 시절 기술개발과 공정 개선에 주력해 흑자전환을 이끌었다.
2018년 SMC는 사상 최대실적인 7000만달러(약 93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일각에선 초고속 부회장 승진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었지만, 그는 이런 우려를 단숨에 불식시켰다. 세계 경기 불확실성이 가중됐던 시기 회사는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영업익 성장률 기록했다.
최 부회장의 경영 리더십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돋보이는 성과를 바탕으로 그는 고려아연의 제2성장을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다.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기업에서 친환경기업으로 나서겠다는 포부다.
올해 신년사를 통해서는 ‘트로이카 드라이브(Troika Drive)’ 경영 비전을 공식화했다. 트로이카는 고려아연이 낙점한 신사업으로 ▲신재생에너지 ▲그린수소 리사이클링을 통한 자원순환 ▲이차전지소재 등이다.
고려아연이 지난해 3월 최 부회장 주도로 호주에 신재생에너지 자회사인 아크에너지(Ark Energy)를 설립한 것도 경영 비전을 보다 구체화하려는 전략이다. 최 부회장의 공격적인 경영은 이후에도 지속됐다.

◆활발한 투자 통해 고려아연 외형확장
같은 해 12월에는 호주 신재생에너지 개발 전문기업인 에퓨런(Epuron) 지분 100%를 인수한 데 이어 올 1월에는 스위스 에너지저장 전문기업인 에너지볼트(Energy Vault)에 5000만달러(약 598억원) 투자를 발표했다.
“탈탄소 시대로의 전환기를 맞아 독보적 비철금속제련 기술로 신재생에너지 및 그린수소, 자원순환, 이차전지소재 등 새로운 성장을 이끌어나가는 동시에 순환 경제적 가치 창출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힌 최 부회장은 현재 목표 실현에 속도를 냈다.
성장을 위한 두둑한 실탄도 확보했다.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해 연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2.1% 늘어난 1조961억원이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31.6% 늘어난 9조9768억원, 당기순이익은 41.1% 증가한 8111억원으로 집계됐다.
공정 개선 등 원가절감에 지속적인 투자를 단행한 최 부회장 노력이 호실적 배경으로 지목된다. 특히 그는 LG화학과 한화 등과 사업적 파트너 관계를 강화했다. GS, LS 등 범LG와 한화 오너 일가와 친분을 유지하면서 사업과 인적 교류를 활발히 해왔던 것이 도움이 됐다.
최 부회장은 이들과 손잡고, 사업협력을 위한 지분까지 맞교환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과 최 부회장 간 긴밀한 교감이 한화와 사업동맹으로 이어졌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아울러 그는 트로이카 드라이브를 위한 조직체계를 정비하는 등 기존 연공주의 서열을 타파하는 결단을 내렸다. 성과주의를 내세워 전문성을 보유한 우수한 인재를 발탁해 미래사업에 힘을 싣겠다는 의도다.
특히 최 부회장은 3대 신성장 분야에서도 1위를 차지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작은아버지인 최창근 회장이 대표에 내려와 2선으로 물러난 이후 회사 내부적으로 3세경영 체제가 안정적으로 자리잡힌 것으로 본다.
재계 관계자는 “회사가 지난해 처음 영업이익 1조클럽에 가입했다. 최 부회장의 신사업 발굴과 미래 비전에 대한 투자가 결실로 돌아온 것”이라며 “올 상반기도 실적 면에서 남다른 성과를 거두는 등 최 부회장 체제 속 변화할 고려아연 모습에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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