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추진력 바탕으로 꾸준하게 도전, '확고한 경영' 추구
11분기 연속 흑자… 코로나 사태 속 화물 활용해 위기 극복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적극 추진', 3개 국가 승인이 관건
글로벌 경쟁 치열해져… "합병으로 '항공역사' 새로 쓰겠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겸 대한항공 대표이사 회장은 코로나19 위기 속 과감한 결단으로 흑자행진을 이끌었다. 사진=대한항공 제공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겸 대한항공 대표이사 회장은 코로나19 위기 속 과감한 결단으로 흑자행진을 이끌었다. 사진=대한항공 제공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겸 대한항공 대표이사 회장은 오랫동안 항공업예 종사한 ‘항공전문가’로 불린다. 조 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업계가 위기에 처했을 때 과감한 도전과 혁신으로 흑자행진을 이끈 인물로 평가된다.

조 회장은 전통적인 조직문화를 젊고 혁신적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 중이다. 꾸준히 밀어붙힌 아시아나와의 합병은 업계의 가장 큰 관심을 받는다. 기업결합 후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기하는 모습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끝난 이후 대한항공을 글로벌 항공사로 성장시킬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과감한 결단으로 '11분기 연속 흑자' 쾌거

조 회장은 1975년생으로 대한항공에 입사한지 10년 만에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저비용항공사(LCC)인 진에어 대표이사도 맡았고 한진그룹의 경영권도 맡는 등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많은 경험을 쌓았다.

조 회장의 가장 큰 장점은 자신감과 추진력이다. 그는 적극적인 경영 스타일을 보이며 주저하지 않고 사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리스크가 큰 상황에서도 확고한 경영철학을 고수하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조 회장의 장점이 가장 잘 드러난 것은 대한항공의 흑자행진이다. 코로나19가 확산된 이후 항공업계는 어마어마한 타격을 받았다. 일상까지 침투한 코로나는 하늘길까지 막아버렸고 항공기는 더 이상 날 수 없었다. 이에 대부분 항공사들이 일어설 수 없을 만큼 많은 손실을 봤다.

하지만 조 회장의 대한항공은 달랐다. 그는 과감한 리더십으로 사상 최악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여객기가 지상에 멈췄던 2020년 빈 여객기를 화물 운송에 활용해보자는 직원의 아이디어를 적극 수용해 역발상 전략을 펼쳤다.

여객기 화물칸을 오히려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화물 운송 공급선을 확대할 수 있고 주기료 등 비용까지 줄여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 직원의 생각을 존중한 결과 뜻밖의 성과를 거뒀다.

조 회장은 화물 전용 여객기와 좌석 장탈 여객기 등을 적극 활용할 뿐 아니라 대형 화물기단의 가동률을 높이며 항공화물 시장을 공략했다. 화물 공급을 선제적으로 확대해 긴급 구호 물품 등 급증하는 화물 수요를 선점했다.

2020년 6월에는 인천공항을 출발해 미국 시카고로 향하는 여객기 KE037편에 처음으로 ‘카고 시트백(Cargo Seat Bag)’을 장착했다. 기내 좌석에 홤루을 적재하도록 특별 포장된 별도 가방을 설치해 파손 가능성이 적은 생활용품이나 신선식품 등을 실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도 전 직원의 일자리를 유지하며 신뢰를 쌓았고 빈틈을 공략한 결과 글로벌 항공사 중 유일하게 2020년 2분기부터 지난해 4분기까지 11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지난해에는 13조4127원 매출과 2조8836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역대급 실적을 경신했다.

지난해 안정적인 수익 구조에 따라 임직원들의 사기 증진을 위한 성과급도 재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고통을 분담해준 직원들에게 보상해주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조 회장은 코로나19 이후 서비스 품질 개선을 위한 노력도 잊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기내식 개선 노력과 신규 기단 도입 노력 등이 꼽힌다. 대한항공은 한식을 계절별로 구성한 기내식 서비스를 시작했고 짬뽕 등 중식도 추가했다. ‘B787-10’ 등 최신예 항공기도 도입해 안전과 트렌드를 모두 챙기는 모습도 주목받았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새로운 역사를 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사진=각 사 제공
조 회장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새로운 역사를 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사진=각 사 제공

◆아시아나 합병 총력, 글로벌 항공사 '정조준'

조 회장의 가장 큰 목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이다. 합병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양사의 시너지가 극대화될 것으로 판단하고 적극적인 행보를 나타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2년 2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주식 63.88%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2021년 1월 국내 포함 필수신고국가 경쟁당국 9곳에 기업결합 신고를 한 지 1년1개월 만이다. 공정위는 두 회사의 결합을 승인하되 앞으로 10년 동안 슬롯·운수권 이전 등 구조적 조치와 운임인상 제한, 공급축소 금지 등 행태적 조치를 부과했다.

양사의 합병은 현재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 국가의 승인 절차만 남겨놓은 상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유럽경쟁당국(EC)이 이달 말까지 공식적으로 시정조치안을 발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간 심사 기한을 지속적으로 연장해온 EU집행위원회는 올 8월 3일까지 심사 결과를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EU가 대한항공에 발부할 시정조치안에는 독점이 예상되는 유럽 4개 노선의 슬롯 반납과 관련한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은 인수 절차 마무리까지 총력전으로 나설 계획이다. 2021년 1월 이후 국내·외 14개 국가에 기업결합을 신고했으며 해외 경쟁당국의 심사 통과를 위해 올 2월까지 국내·외 로펌과 자문사에 약 1000억원을 쏟아부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일부 경쟁당국의 과도한 시정조치 요구에 합리적 대안과 의견을 적극 제시해 장기적으로 대한민국 항공산업 경쟁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적극적 협의로 미국·EU·일본 노선에 신규 진입 항공사 확보와 설득 작업도 상당 수준 진척됐다”고 말했다.

다만 가장 중요한 문턱인 미국의 심사가 지지부진하면서 합병에 난기류가 감지됐다. 지난해 11월 미국 경쟁당국이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며 심사 기간을 연장했는데 그 이후 심사가 무기한 연장된 상태다. 필수신고국인 일본 경쟁당국에도 아직 정식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3개 국가에게 승인을 받는 것은 어렵지만 만약 성공적으로 기업결합이 이뤄지면 조 회장의 꿈이 이뤄지는 셈이다. 그는 이미 아시아나항공 합병 이후 독점을 완화하기 위해 점유율이 높은 노선에 대해 다른 항공사의 취항과 운항 확대를 요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T2) 인근 부지에 첨단 ‘인천 운영 센터(IOC)’를 세우기로 결정했다.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을 고려해 4년 전 계획보다 공간을 더 넓힌다는 후문이다. 사업에는 360억원가량의 사업비가 추진될 예정이었으나 공시된 예상 투자규모는 669억원이다. 다만 설립안은 아직 ‘계획 단계’로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조 회장은 “글로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다.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은 기회이며 장기적으로는 생존을 위한 수순으로 한국은 9개의 항공사를 보유할 여유가 없다”며 “단순히 두 항공사를 합치는 것이 아닌 대한민국 항공업계를 재편하고 항공역사를 새로 쓰는 시대적 과업인 만큼 흔들리지 않고 나아갈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