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기준 매우 엄격, 성장하려면 정부 규제 풀어야

[서울와이어 천성윤 기자] 지난 17일 개봉한 영화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보면 멋진 튜닝 차량이 금속성 배기음과 함께 도로를 가로지르는 장면에서 속이 뻥 뚫리는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화려한 튜닝차를 한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다. 근본적으론 문화적 차이라고 볼 수 있다. 다른 측면으론 각종 규제와 사회적 인식 등 튜닝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복합적 이유가 있다.
◆개성 드러내는 차량 튜닝, 미래 먹거리로
자동차 튜닝이란 소유자가 개성과 취향에 따라 자동차의 성능을 높이거나 외관을 꾸미기 위해 자동차의 구조·장치 일부를 변경 또는 부착물 등을 추가하는 작업이다.
차량 튜닝은 ▲내장 및 외장을 변화시키는 ‘드레스업 튜닝’ ▲엔진출력 및 주행·조향·제동·오디오 성능 등을 강화하는 ‘튠업 튜닝’ ▲일반 승합·화물자동차 등을 이용해 사용 목적에 적합하게 특수한 적재함 등 구조를 변경하는 ‘빌드업 튜닝’ 등으로 나뉜다.

튜닝산업 규모는 꾸준한 성장세를 보인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자동차 튜닝 승인 건수는 2018년 16만4014건, 2019년 21만3477건, 2020년 23만7967건, 2021년 22만2794건에 달한다. 튜닝시장 규모가 2012년(12만3388건) 이후 10년간 2배 가까이 커졌다. 지난해 튜닝시장 규모는 4조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튜닝산업의 미래를 보고 뛰어든 국내 완성차업체도 있다. 튜닝을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적극 지원하는 KG모빌리티는 지난 3~5일 ‘KG모빌리티 튜닝페스티벌’을 개최했다. 김광호 KG모빌리티 국내 사업본부장은 “튜닝산업은 자동차가 단순히 이동수단을 넘어 자기표현을 위한 일상의 수단으로 진화한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캠핑용 튜닝으로 제한된 비현실적 규제
국내 튜닝시장이 2030년 10조5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 나오는 반면, 이를 위해 규제 완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정부도 튜닝산업의 발전에서 완전히 손 놓고 있진 않다. 튜닝에 대한 일부 규제를 완화다. 대표적인 게 캠핑카 튜닝이다. 과거 11인승 이상의 승합차로 분류돼 승용, 화물차의 경우 개조가 불가했으나 현재 승용, 화물, 특수차량 등 모든 차량에 캠핑카 튜닝을 할 수 있다.

또한 안전문제가 적은 튜닝의 경우 사전 승인을 면제해 좀 더 신속한 행정처리가 가능케 했다. 문제는 정부의 규제 완화가 캠핑카에 대부분 국한되고 해외에서 버젓히 쓰이는 검증된 부품도 여전히 정부의 승인을 일일히 받아야 하는 점이다.
한국자동차튜닝산업협회 관계자는 “안전, 소음, 환경을 저해하는 품목은 금지하되, 나머지는 풀어주는 게 맞다”며 “그래야 튜닝 부품 개발을 할 때 창의적인 아이템이 나올 수 있고, 신개념의 차량이나 부품개발이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과감한 규제 완화로 튜닝산업 적극 키워야
업계에서는 정부의 튜닝 규제 완화가 체감하기 어려울 정도로 느리게 진행된다며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국내 제도도 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자동차시장 활성화를 위해서 현실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부 교수는 “외국에서 승인을 받은 튜닝 부품들을 국내에서 바로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너무 많다”며 “외국에서 합법적인 부품이란 사실만 알고 장착을 했다가 불법으로 적발되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서울 성수동의 한 정비업체 관계자는 "튜닝 기술을 해외에서 배워왔지만 사실상 이 기술을 쓸 일이 없다. 튜닝을 원하는 손님들이 많지만 가능한 범위가 너무 적기 때문"이라며 "결국 소비자나 정비업계나 튜닝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업계와 소통하며 자동차산업 발전을 위해 규제를 완화해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2019년 8월 국정현안안전점검회의에서 ‘제2차 자동차튜닝 활성화 대책’을 발표한 이후 더 이상의 획기적인 규제 완화 조치는 마련하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세계 튜닝업계 규모는 100조원에 육박한다. 정부는 뒷짐을 풀고 팔을 걷어 자동차 튜닝산업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