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와이어 서영백 기자] 대구은행에서 직원들이 고객 몰래 문서를 위조해 1000여개의 계좌를 개설한 사실이 적발돼 당국이 긴급 검사에 착수했다.
대구은행 직원들의 비리 정도가 심각할 경우 연내 시중은행으로 전환을 앞둔 대구은행의 인허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0일 금융감독원은 대구은행이 고객 동의없이 예금 연계 증권계좌를 임의로 추가 개설한 혐의와 관련해 전날 긴급 검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대구은행은 지난해 8월부터 은행 입출금통장과 연계해 다수 증권회사 계좌를 개설할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운영중이다.
대구은행 일부 지점 직원 수십명은 평가 실적을 올리기 위해 지난해 1000여건이 넘는 고객 문서를 위조해 증권 계좌를 개설했다. 이 직원들은 내점한 고객을 상대로 증권사 연계 계좌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 뒤 해당 계좌 신청서를 복사해 고객의 동의 없이 같은 증권사의 계좌를 하나 더 만들었다. 임의 개설 사실을 숨기기 위해 계좌개설 안내문자(SMS)를 차단하는 방식 등을 동원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고객은 ‘A증권사 계좌가 개설됐다’는 문자를 2번 받고 의심 없이 지나갔다. 하지만 최근 한 고객이 동의하지 않은 계좌가 개설됐다는 사실을 알게 돼 대구은행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났다.
금감원은 "대구은행이 지난 6월 30일 관련 건에 관한민원을 접수한 이후 지난달 12일부터 현재까지 자체감사를 진행해 왔지만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해 금감원에서 즉시 검사를 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검사에서 임의 개설이 의심되는 계좌 전건에 대해 철저히 검사하고, 검사 결과 드러난 위법·부당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구은행은 문제를 인지하고도 금감원에 이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고, 지난달 대구은행 영업점들에 공문을 보내 불건전 영업행위를 예방하라고 안내하는 데 그쳤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사고가 금융실명제법 위반, 사문서 위조 등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실명제법상 금융기관은 고객 실명임을확인한 후에만 금융 거래를 해야 하는데 이를 위반하고 신청서를 위조해 계좌를 개설한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