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오 회장 "연내 시중은행 전환 추진"
대구銀, 자본금·지배구조 요건 충족
증권·보험계열사 '시너지' 관측 속
시중銀과 체급차 커 실효성 의문도

31년 만에 새 시중은행으로 등장한 대구은행은 전국 단위로 영업 범위를 넓히고 이를 통해 낮아진 조달 금리를 앞세워 5대 시중은행과 서비스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DGB대구은행 제공)
31년 만에 새 시중은행으로 등장한 대구은행은 전국 단위로 영업 범위를 넓히고 이를 통해 낮아진 조달 금리를 앞세워 5대 시중은행과 서비스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DGB대구은행 제공)

[서울와이어 최찬우 기자] DGB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하면서 오랜 기간 지속돼온 5대 시중은행의 과점 체제를 깨부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31년 만에 새 시중은행으로 등장한 대구은행은 전국 단위로 영업 범위를 넓히고 이를 통해 낮아진 조달 금리를 앞세워 5대 시중은행과 서비스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돼 실질적인 경쟁이 촉진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단기간에 경쟁 촉진이 가능할 것이란 의견과,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에 진출하더라도 기존 5대 시중은행과 규모 차이가 크기 때문에 효과가 제한적일 거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전날 기존 금융사의 은행 전환을 촉진하고 신규 인가도 적극적으로 허용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은행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DGB대구은행의 모그룹인 DGB금융지주 김태오 회장도 전날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지주회장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을 만나 연내 시중은행 전환을 검토·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회장은 “시중은행 인가를 받더라도 본점은 여전히 대구에 둘 것”이라며 “지역 대표은행으로 지역은행 본연의 역할을 지금보다 더 충실히 담당하겠다”고 말했다.

황병우 대구은행장도 이날 대구 수성동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시중은행 전환에 관한 의사를 대내외에 표명했다. 

황 행장은 “전국에서 창출한 이익·자금을 대구·경북에 재투자할 방침”이라며 “중신용·개인사업자 등 넓은 범위의 중소기업에 영업력을 집중하고 핀테크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려면 금융위 인가를 받아야 한다. 은행법 8조에서 규정하는 시중은행의 최저 자본금이 1000억원 이상이어야 한다. 

또한 사업계획이 타당하고 건전해야 한다.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은행 및 모회사인 은행지주의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 지분이 4%를 넘지 않아야 한다. 지방은행지주의 경우 산업자본이 15%까지 소유할 수 있지만,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이 되면 DGB금융지주는 지방은행지주가 아닌 (일반)은행지주가 된다.

지난해 말 기준 대구은행의 자본금은 6806억원으로, 은행법 시중은행의 최저 자본금 기준 1000억원 이상을 확보한 상태다. 지배구조 역시 DGB금융지주가 100%를 보유하고 있는데, DGB금융지주는 국민연금과 OK저축은행이 각각 8.78%, 8.00%를 갖고 있어 금산분리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시중은행 전환 결정 배경은 대구은행이 1967년 10월 출범한 국내 1호 지방은행으로서 그동안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영업해왔으나 고객층의 고령화, 청년층의 인터넷뱅킹 선호 등으로 고객층을 확대하는데 고전했기 때문이다.

또한 수도권에 경제력이 편중된 상황에서 수도권본부를 설치하고 모바일 뱅킹 앱인 iM뱅크를 내세워 마케팅을 펼쳤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DGB대구은행은 시중은행으로 전환 시 이러한 마케팅 상의 열세를 만회하고 기존 5대 은행들에 비해 덩치는 작지만 지역밀착형 금융의 이점을 살려 나름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회장은 “서울과 수도권에서 영업을 할 때 지방은행이라고 하면 차별화된 고객 의식이 있었다. 브랜드를 시중은행과 대등하게 간다면 디지털 시대에 여러가지로 유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더라도 기존 은행의 공고한 기반을 공략하기가 쉽지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기존 5대 시중은행과 규모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지난달말 기준 시중은행 1위인 KB국민은행의 원화 대출금은 329조9032억원에 달한다. 신한은행은 282조6705억원, 농협은행은 269조3954억원 수준이다. 반면 대구은행의 원화 대출금은 지난해 3월 기준 50조5244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규모 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에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진입한다고 해도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공격적 영업도 이 정도 규모 차이로는 지속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또 단기간 시장에 변화를 불러오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지점 설립 등 전국 영업망을 구축하는데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이 1~2년 정도로는 어림없다는 분석이다. 시중은행 전환에 따라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이 강화되는 것도 대구은행 입장에선 부담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의 경우 이미 오랜 기간 수도권을 중심으로 영업하면서 경쟁력에서 우위에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과연 지방은행이 수도권에서 아무런 제한 없이 경쟁했을 때 서비스와 영업체계에서 앞서 있는 시중은행에 얼마나 맞설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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