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와이어 박동인 기자]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 "승계는 없다"라며 "대주주의 1주와 개인 투자자의 1주는 동등한 가치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8일 메리츠금융에 따르면 조 회장은 최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과 KCGI자산운용이 공동주최한 '제2회 한국기업거버넌스 대상' 시상식에서 이 같이 말했다.
주최 측은 조 회장이 우수한 전문 경영인에게 전권을 일임해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 그간 국내 자본시장에서 대기업의 핵심 계열사 물적분할 등 이른바 쪼개기 상장으로 소액주주가 피해를 보는 경우가 있었다.
조 회장은 승계를 염두에 두지 않고 대주주 지분율 50% 이하를 감수하면서도 상장사 3개를 합치는 '거꾸로 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했다. 그는 "기업을 승계할 생각이 없고 약간의 지분 차이나 손실은 괜찮다"며 "경영효율을 높이고 그룹 전체의 파이를 키워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방향으로 가보자"고 설명했다.
이런 결정은 대주주의 1주와 소액주주의 1주가 동등한 가치를 가져야 한다는 조 회장의 신념에서 비롯됐다. 조 회장의 결단 덕분에 메리츠금융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05년 한진그룹에서 분리된 화재와 증권을 합친 메리츠금융그룹 자산은 3조3000억원이었으나 올해 3분기 95조원으로 집계되면서 30배가 넘는 성장을 이뤘다. 지배구조 개편 첫 해인 올해는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배당 등을 통해 주주환원율을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의 약 50% 수준을 약속했다.
포괄적 주식교환을 발표한 작년 11월 말 이후 메리츠금융은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총 3회에 걸쳐 8400억원의 자사주 매입 후 3000억원 규모를 소각했다. 지난달 10일 임시주주총회에서는 자본준비금 감액을 결의하고 배당가능이익으로 2조1500억원을 확보했다. 이같은 주주환원 노력으로 메리츠금융 시가총액은 일부 은행계 지주 계열을 제외한 최고 수준인 12조원에 달한다.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은 "메리츠가 내부적으로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가 '기업, 가계가 함께 웃자'"라며 "많은 기업들이 개미투자자와 함께 웃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 행하지 못하는 이유는 손해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가계와 기업이 함께 웃는 방식이 이득이며 실제로 그렇게 했더니 더 좋은 성과를 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