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차량 계정생성 약관에 “분쟁시 중재에 동의”
집단소송 원고 측 “약관에 그런 문구 있는지 몰랐다”
法, 중재 동의 조항 수락 한 것으로 간주…현대차그룹 승소

현대차·기아·제네시스가 전기차 충전 과정의 불만으로 집단 소송에 직면했으나, 차량 계정생성 약관에 포함된 중재 절차 동의 조항에 따라 사건은 중재로 넘어갔다.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차·기아·제네시스가 전기차 충전 과정의 불만으로 집단 소송에 직면했으나, 차량 계정생성 약관에 포함된 중재 절차 동의 조항에 따라 사건은 중재로 넘어갔다. 사진=현대자동차

[서울와이어 천성윤 기자] 현대차·기아·제네시스(이하 현대차그룹)가 전기차 충전 과정의 불만으로 미국 전역 소비자들로부터 집단소송을 당할 뻔했지만 면피에 성공했다.

법원은 현대차그룹의 사건 중재 요청을 받아들이며 사건을 청문회 없이 중재 절차로 회부했다.

다만 재판 과정에서 차량 계정 생성 시 동의해야 하는 약관에 ‘분쟁 시 중재 절차에 동의’라는 조항이 포함 돼 있다는 것이 드러나,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3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州) 중부 지방법원 존 W. 홀컴(John W. Holcomb) 연방판사는 “법원은 이 사건이 청문회 없이도 적절히 해결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면서 중재를 요청한 현대차그룹의 의견을 승인했다.

이 사건은 현대차그룹이 광고대로 충전되지 않는 전기차를 제조·판매했다는 주장에서 비롯됐다. 원고들은 아이오닉 5, 아이오닉 6, EV6, 니로, GV60 등의 차를 예시로 들었다.

2023년 7월, 원고 대표인 데이비드 굴드(David Gould), 카우식 아이옌가(Kaushik Iyengar), 존 닉슨(John Nixon)은 현대차그룹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두 달 후인 2023년 9월에는 제인 창 브라이트(Jane Chang Bright), 피터 콘헤임(Peter Conheim), 킹슬리 바니(Kingsley Barnie), 셰인 마혼(Shane Mahon)도 비슷한 이유로 집단 소송을 걸었다. 두 집단 소송 그룹은 본 사건을 하나로 통합해 소송을 진행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이에 대응해 2023년 10월 말 법원에 ‘중재’를 요청했다.

원고들은 현대차그룹이 예시로 언급된 전기차의 결함을 의도적으로 은폐했다고 주장했다. 또 현대차그룹이 애초에 이런 결함을 공개했다면, 원고들은 차량을 구매하지 않거나 더 낮은 가격을 지불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홀컴 판사는 “중재 돌입 여부를 결정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문제는 당사자들이 중재에 동의했는지 여부”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원고들이 서비스 약관 동의 과정에서 중재에도 함께 동의 했음을 주장했다. 기아는 기아커넥트 서비스 약관에, 현대는 블루링크 서비스 약관에 중재 합의 조항이 포함됐고 원고들은 이에 동의 했다고 밝혔다.

이를테면 현대차의 블루링크 서비스 약관에는 ‘현대차와 귀하는 본 계약, 연결된 서비스, 서비스 계획, 차량, 사이트 사용 또는 제품 및 서비스와 관련된 모든 분쟁과 청구를 중재하기로 동의한다‘는 문구가 적시돼 있다.

원고들은 이러한 현대차그룹의 주장에 반발했다.

데이비드 굴드는 블루링크 약관에 중재 합의가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했고, 카우식 아이옌가도 딜러가 설정 과정을 완료했으며 약관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항변했다. 존 닉슨도 “약관에 중재 합의와 같은 정보가 있는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 외 원고들도 비슷한 의견을 개진했다. 차량 인도 과정에서 필수적인 단계였기 때문에 동의·비동의에 대해 사실상 선택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원은 원고와 현대차그룹 사이에 유효한 중재 합의가 존재한다고 결론지었다.

홀컴 판사는 “원고들이 딜러들에게 서비스 등록을 완료하도록 허용한 행위는 ’대리인‘ 관계를 형성했으며, 이에 약관에 동의했다고 간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원고들은 이 중재 합의가 절차적(procedural), 내용적(substantive)으로 불공정하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판사는 “법원은 원고들이 주장한 불공정성이 중재 합의를 무효화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원고들의 의견을 기각했다.

원고들은 해당 약관이 소비자에게 불리한 ‘부착 계약’이라는 의견도 내놨다. 현대차그룹은 부착 계약이 자동적으로 불공정성을 의미하지 않으며, 원고들이 등록 과정에서 딜러 직원에게 권한을 부여했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중재 합의는 부착 계약이지만, 억압적이거나 명백히 불공정하다는 증거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기아 커넥트 및 현대 블루링크 약관에 따라, 상호간 적절한 중재 절차를 밟기로 합의했다”며 현대차그룹의 승소로 사건을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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