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 철학 기반 정책… 'AI 기본사회' 제시
100조원 펀드 조성으로 AI 산업 집중 육성

이재명 제21대 대통령이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제21대 대통령이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와이어 천성윤 기자] 이재명 제21대 대통령은 글로벌 산업의 ‘대세’이자 국민의 삶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는 인공지능(AI) 분야를 육성한다는 선명한 의지를 지속적으로 피력해왔다. 

이 대통령은 국가 주도로 100조원 펀드를 조성해 AI 산업을 육성하는, 건국 이래 최대 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해 한국을 ‘AI 3대 강국’으로 도약시키는 청사진을 제시한다. 

◆'AI 시대정신' 인식명확… 평등한 정보 접근 강조

이 대통령은 대선 레이스 당시 경제 분야 정책 공약을 발표하며 “대한민국은 제조업 기반 수출 강국에서 세계가 부러워하는 정보기술(IT) 강국으로 성장했다”며 “이제 기술주도 성장으로 IT 강국을 넘어 AI 강국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발맞춰 ‘AI 3대 강국 진입과 미래전략산업 육성’ 공약을 발표하고 ▲차세대 AI 반도체 개발 지원 ▲AI 전문인력의 전문기업·연구소기업 설립 시 정책금융 지원 ▲AI 특화 시범도시 건설 및 권역별 AI 인프라 추진 ▲국가 AI 연구소 육성 및 우수 AI 인재에 대한 파격적 보상 체계 마련 등의 계획을 내놓았다.

이 대통령의 그간 발언을 종합해 봤을 때, ‘AI 시대정신’에 대한 인식은 명확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대선 첫 공약으로 ‘AI 기본사회’를 제시하며 한국형 챗GPT를 만들어 전 국민에게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는 보편적 평등을 중시하는 이 대통령의 정치 철학을 봤을 때, 실현에 박차를 가할 가능성이 높다. 그는 가난과 차별의 경험에서 출발한 평등 의식을 갖고 있으며 이에 기반한 기본소득과 기본사회 구상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여겨진다. 

실제로 경기도지사, 성남시장 시절 그는 무상교복, 무상급식, 지역화폐 등 보편적 복지에 기반한 행정을 펼쳤는데, AI에 대한 구상도 이 연장선에 있다. AI 사회에서 모든 국민이 격차 없이 정보 접근의 평등을 이룩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향점에 대해 국내 AI 산업계 인사 100여명이 모인 ‘미래를 여는 AI 기업인 모임’은 지지를 선언하며 “이 후보의 AI 공약이 사회와 개인이 지닌 결핍의 고리를 창의적으로 보완하고, 공동체 전체의 잠재력을 확장하는 보편적 지성을 지향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AI를 국민의 생활 속에 완전히 녹아들게 해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대담한 비전을 가졌다. 다만 이를 위한 재원 조달과 인프라 구축, 인력 수급 등은 그의 숙제다. 

최병호 고려대 인공지능연구소 교수는 “AI를 전기나 물처럼 모든 국민이 누릴 수 있는 사회 인프라로 삼겠다는 철학이 반영된 것”이라며 “AI를 공공재로 인식하려는 세계적인 흐름과도 맞닿아 정책 방향은 옳다”고 말했다.

◆민간 100조 펀드 조성… 국가 주도형 AI 기업 설립

이 대통령의 AI 공약 실현 방안은 국민과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100조원 규모의 펀드가 핵심이다. 그는 대만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를 예시로 삼는다. 

세계 파운드리 1위 기업인 TSMC는 실제로 정부가 주도로 설립된 기업이다. 1987년 대만 정부는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미국에서 활동하던 모리스 창을 불러와 산업기술연구원 원장으로 임명하고 TSMC를 설립했다. 대만 정부가 초기 자본금의 48.3%를 출자했다.

이 대통령은 이를 벤치마킹해 국가 주도 AI 기술 기업을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지만, 그는 정부가 초기 투자자로서 ‘마중물’ 역할을 해 민간투자를 유도하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투자 신뢰도를 보증하고, 기업 성장 시 배당 등 국민에게 돌아갈 실질적 이익 배분을 약속해 최대한 많은 참여를 이끌어낼 계획이다. 이를 통해 한국에 엔비디아(미국)와 같은 초대형 AI 업체를 설립, 반도체 산업을 이끌어가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과 시너지를 내 글로벌 AI의 맹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것이다.

또 AI 컴퓨팅에 쓰이는 핵심 자산이자 수급 능력이 ‘국력’으로 직결되는 첨단 그래픽 처리장치(GPU)를 5만개 이상 확보해 AI 전용 신경처리장치(NPU) 개발과 실증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여기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 AI 데이터 클러스터를 조성해 연구개발(R&D) 환경 조성에도 힘쓸 것으로 보인다.

인재양성에 대한 계획도 제시한다. 이 대통령은 대학들이 AI 단과대학을 설립하도록 유도하고, 병역특례 도입, 규제 특구 확대 등을 통해 전문 인재양성 시스템을 구축하고 대통령실 산하에 AI정책수석을 신설해 국가인공지능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이 대통령의 AI 투자 공약에 대해 “정부의 AI 투자가 부족했던 만큼, 예산 집행이 빨리 진행되는게 맞다”며 “글로벌 빅테크가 연간 10조원 이상을 투자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국가가 100조원을 투입하겠다는 구상은 오히려 현실적인 수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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