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일본·영국 등 주요국 속속 협상 타결
정부, 이번주 합의 못하면 관세 불가피
31일 구 경제부총리-미국 재무장관과 담판
양국 입장차 크고 시간 촉박...반전 노려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왼쪽)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7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 회동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서울와이어=천성윤 기자] 유럽연합(EU)과 미국이 27일(현지시간) 관세 협상을 전격 타결하며 일본·영국 등 주요국이 속속 협의를 마무리하고 있다.

다음 달 1일로 예고된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유예 시한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막판 타결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영국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만난 후 EU산 상품에 15%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무역협정을 완료한 사실을 공개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대다수 EU 수출품에 대한 관세율은 단일한 15%로 안정화했다”며 “이는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을 포함한 대부분 분야에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EU는 이번 협상 타결을 위해 총 7500억달러(약 1038조원)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를 구매하고, 6000억달러(약 830조원) 수준의 투자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산 군사 장비도 추가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미국이 지속적으로 유럽에 요구해 온 사항이다.

주요국의 관세 협상 타결 소식이 속속 들려오자 우리 정부도 상황이 급박해졌다. 

특히 대미 수출액 1위인 자동차는 25%의 품목관세를 적용받는데, 이 상황이 고착화되면 수출 터줏대감인 현대차그룹도 가격 인상을 고려해야 해 EU·일본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려워진다.

미국 관세는 기업에 실질적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현대차·기아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각각 15.8%, 24.1% 급감했다. 다음 달 1일 상호관세 시행 이후에는 이러한 피해가 대미 수출 분야 전체로 퍼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주 한·미 재무수장 간 만남이 불발되는 등 협상 먹구름이 드리웠던 정부는 이번 주 협상일을 다시 잡는 데 일단 성공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오는 31일 워싱턴 D.C.에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최종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도 비슷한 시기에 미국으로 건너가 마크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같은 날 만나 한미 무역협상을 측면 지원할획이다. 

다만 극적인 타결 소식이 나오기 쉬운 상황은 아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29일 스웨덴에서 베선트 장관 등 협상 주요인물들과 함께 중국과 고위급 무역회담을 진행하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실질적으로 대면 협상을 할 수 있는 날은 30~31일 이틀에 불과하다. 

게다가 30개월령 소고기 수입, 대미 투자 규모, 농산물 시장 개방 등 주요 의제에서 한·미 간 입장 차가 첨예하다. 

대통령실은 지난 26일 협상 품목에 농산물이 포함돼 있다고 밝혀 쌀 소고기 수입에 일부 협상 가능성이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내 농민 단체 등의 반발로 인해 미국이 원하는 수준으로 시장 개방이 가능할지 예단할 수 없다. 

또한 대미 투자 계획도 기존에 준비했던 1000억 달러 규모에 일본의 투자 규모(5500억 달러)를 감안해 추가 확대방안을 검토중이지만 이 역시 미국과의 격차를 좁힐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만약 이번 주 극적 타결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경제적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한국과 대미 수출품 구성이 비슷한 일본보다 더 높은 관세가 유지될 경우 산업 전반에 대형 악재로 작용하게 된다.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책임론도 불거질 수 있어 정치권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통령실은 28일 “이 대통령이 한미 관세협상과 관련해 거의 24시간 보고를 받고 있으며, 대통령이 주문한 ‘국익 중심’ 기조 아래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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