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공세 겹쳐 하반기 반등 '불투명'
2분기 평균 탑승률 2.2%포인트 하락
일본·동남아 노선 중복 취항 경쟁 심화

에어부산 항공기. 사진=에어부산
에어부산 항공기. 사진=에어부산

[서울와이어=최찬우 기자]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시장이 구조적 변곡점에 직면했다. 신규 항공사 진입, 대형 항공사의 가격 인하, 노선 증편 경쟁이 맞물리며 기존 LCC들의 수익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 탑승률 하락까지 겹치면서 하반기 실적 반등 전망도 어둡다.

13일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국적 LCC 8개사의 평균 탑승률은 85.5%로 전년 동월 대비 2.8%포인트 떨어졌다. 제주항공(87.9%), 진에어(83.7%), 티웨이항공(85.8%), 에어부산(83.2%) 등 주요 업체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 올해 2분기 평균 탑승률도 87.8%로 전년 동기 대비 2.2%포인트 감소했다.

공급은 늘었지만 여객 수는 줄었다. 올 2분기 LCC 8개사 공급좌석은 전년 동기 대비 35만7699석 늘었지만 여객 수는 16만5167명 감소했다. 지난달 공급좌석이 11만5830석으로 증가했지만 여객 수는 10만755명 줄어 탑승률이 회복되지 못했다. 일부 대형항공사(FSC)까지 단거리 노선을 확대하면서 좌석 과잉 현상이 심화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진에어 항공기. 자료=진에어
진에어 항공기. 자료=진에어

국내 상장 LCC 4곳 모두 올 2분기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에어부산은 2분기 영업손실 111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고 진에어도 423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은 컨센서스 기준 영업적자가 각각 395억원, 483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이번 부진을 단순한 계절적 비수기 요인으로만 보지 않는다. 일본·동남아 노선의 공급 과잉과 가격 경쟁이 장기화하면서 LCC의 핵심 수익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노선 다변화와 부가서비스 판매로 수익성을 방어해왔지만 경쟁 강도가 예년과 다르다”고 말했다.

경쟁 구도에 균열을 더하는 변수는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이다. 파라타항공(옛 플라이강원)은 이달 1호기를 도입해 양양·김포∼제주 노선 운항 준비에 나섰다. 연내 일본·베트남 등 단거리 국제선 진출까지 계획하고 있어 기존 LCC와 직접 경쟁할 전망이다.

사진=아시아나항공
사진=아시아나항공

여기에 대형 항공사의 저가 공세도 더해졌다. 아시아나항공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운임 인상 한도 위반 제재에 따른 소비자 환원 조치로 수억원 규모의 국제선 특가 판매와 할인 쿠폰 대량 배포를 진행한다. 통상 대형사는 프리미엄 노선 위주로 운임 경쟁을 피했지만 이번 조치로 LCC 주력 구간과 가격대가 겹치게 됐다.

기존 LCC들도 수요 방어를 위해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에어부산은 일본 8개 노선 특가를 편도 3만9400원부터 판매하고, 제주항공은 국제선 234편 증편을 예고했다. 진에어와 티웨이항공도 일본·베트남·대만 노선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다만 이 같은 공격적 공급 확대는 단기 매출 방어에는 도움이 되더라도 평균 탑승률 하락과 운임 인하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신규 항공사 진입과 대형사 가격 인하가 겹치는 시기는 드물다”며 “자본력과 노선 포트폴리오에서 우위를 점한 업체만이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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