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명세서·통합조회 서비스로 만료 시점 미리 확인해야
소액 결제·자동사용 설정 등 활용 범위 넓혀 소멸 방지
유효기간 연장·소멸 전 통지 의무화 등 제도 개선 시급

[서울와이어=박동인 기자] 카드 결제 시마다 쌓이는 포인트는 소비자들의 지갑을 채우는 ‘숨은 자산’ 역할을 한다. 하지만 관리 소홀로 인해 제대로 쓰이지 못한 채 소멸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일부 포인트는 유효기간이 짧거나 사용처가 제한돼 있어, 적립만큼 활용이 뒤따르지 않으면 사실상 ‘증발’하는 셈이 된다. 전문가들은 포인트를 자산으로 인식하고 정기적으로 확인·사용하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카드 포인트, 왜 눈 깜짝할 새 사라질까
국내 카드포인트는 매년 적립액이 약 6조원에 이르지만, 매년 700억원 이상이 소멸되고 있다. 이는 하루 평균 약 2억원이 소멸되는 것으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현금성 자산’이 알게 모르게 줄어드는 상황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카드사 포인트 소멸액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8개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의 포인트 소멸액은 365억원이다.
현대카드(102억원)가 가장 많았고 하나카드(70억원), KB국민카드(58억원)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외에는 삼성카드(47억원), 우리카드(40억원), 신한카드(29억원), 롯데카드(18억원), BC카드(0.5억원) 순이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빠른 소멸 배경에는 법적·시스템적 유효기간 구조와 제휴 포인트 특성, 사전 안내 한계, 자동 차감 방식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카드포인트는 통상 적립일로부터 5년을 유효기간으로 정하고 기간이 지난 포인트는 선입선출 방식으로 자동 소멸된다. 카드 해지나 휴면 여부와 관계없이 해당 날짜에 시스템이 자동으로 소멸 처리를 한다는 점에서 소비자가 개입할 틈이 없다.

제휴 포인트와 이벤트 적립 포인트의 짧은 유효기간도 요인 중 하나다. 예컨데 OK캐쉬백이나 L.POINT, 항공 마일리지로 전환된 포인트는 유효기간이 1~3년으로 짧다 보니 소비자가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5년 유효’라는 착각 속에 사라지는 포인트가 많다는 지적이다.
사전 안내의 한계도 꼽히고 있다. 표준 약관에 따라 카드사는 포인트 만료 6개월 전부터 매월 명세서, 앱 푸시, SMS 등을 통해 소멸 예정 포인트를 안내해야 한다. 하지만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거나 앱을 사용하지 않는 소비자는 놓치기 쉽다는 지적도 많다.
소비를 유도하는 자동 차감 구조도 지적되고 있다. 대부분 카드사는 결제 시 자동으로 가장 적은 기간의 포인트부터 차감하거나, 소멸 임박 포인트를 특정 가맹점 이벤트와 연계해 빠른 사용을 암묵적으로 유도한다. 이는 혜택처럼 보이지만 장기 보유 포인트의 소멸 가능성을 높이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카드포인트가 현금성 자산에 해당하는 만큼 소비자 권익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멸된 포인트가 소비자에게 돌아가지 않고 카드사 이익으로 귀속되는 구조 역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양수 의원은 “카드사 포인트 적립 규모가 매년 늘어나고 있음에도 많은 포인트가 소멸해 소비자의 권익이 침해받고 있다”며 “소비자가 적립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비자가 챙겨야 할 ‘포인트 생존법’은?
전문가들은 카드포인트 소멸을 막기 위해 유효기간을 상시 확인하고, 적립 구조를 이해하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카드사별·포인트 종류별로 만료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5년 유효’라는 일반적인 규칙만 믿고 방치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우선 정기적인 확인과 알림 설정이 중요하다. 모든 카드사는 앱이나 홈페이지에서 포인트 유효기간 조회 기능을 제공하고 있으며 만료 6개월 전부터 소멸 예정액을 안내한다. 소비자는 명세서를 꼼꼼히 확인해 소멸 시점을 파악해야 하며, 디지털 활용이 어려울 경우 고객센터를 통한 전화 조회나 우편 안내를 요청해야 한다.
포인트 통합 관리 서비스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여신금융협회의 ‘카드포인트 통합조회·이용’ 앱 또는 웹사이트를 이용하면 모든 카드사의 잔여 포인트를 한 번에 조회할 수 있다. 소멸 예정 포인트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분실 위험이 줄어든다. 다만 제휴사 전환 포인트나 항공 마일리지는 별도 전환·사용 절차가 필요하다.

활용 범위 다변화도 중요한 요소다. 포인트는 카드 결제대금 차감, 현금화, 상품권 구매, 제휴 마일리지 전환, 공과금 납부 등 다양한 경로로 쓸 수 있다. 예컨데 주요 카드사는 편의점·배달앱 등 소액 결제에도 포인트를 쓸 수 있다. 포인트를 쓸 수 있는 가맹점을 파악해 유효기간 임박분부터 전략적으로 소진하는 것이 좋다.
자동 차감 기능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다. 일부 카드사에서는 포인트를 결제 시 자동 차감하도록 설정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컨데 우리카드의 ‘포인트 자동사용’ 기능을 설정해두면, 결제 시 자동으로 지정한 포인트가 차감돼 포인트 소멸을 방지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포인트는 현금과 동일한 가치가 있는 만큼, 사소한 금액이라도 유효기간을 놓치면 그대로 사라진다”며 “정기적인 확인과 전략적인 사용 습관만으로도 연간 수만원의 가치를 지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