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부터 부분파업…노사 이견 여전
노란봉투법 통과하자 정부에 재검토 요청
관세 문제도…해외 판매량 89%가 미국행

[서울와이어=천성윤 기자] 제너럴모터스(GM)한국사업장이 최근 노조의 파업에 더해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통과에 반발해 정부에 재검토를 공식 요청하는 등 한국과의 관계가 연일 삐걱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관세 문제까지 더해져 GM한국사업장의 방향성을 두고 불확실성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GM한국사업장은 미국 관세 여파와 노란봉투법 통과, 노조의 부분파업까지 여러 어려움이 겹치며 철수설이 쉽게 불식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7일 헥터 비자레알 GM한국사업장 사장이 최근 창원공장을 방문해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글로벌 성공을 축하하고 회사의 방향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비자레알 사장의 공장 방문은 GM한국사업장의 철수 또는 부분 축소 등 여러 전망이 오가고 있어 이를 가라앉히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그는 22일 카매니저 시상식에서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가 긍정적인 시장 반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쉐보레의 가치를 전달해온 대리점과 카매니저들의 헌신 덕분”이라며 “고객 만족을 최우선으로 더 큰 성과를 만들어주실 것을 기대한다”고 말하며 한국 사업 의지를 강조한 바 있다.
다만 GM한국사업장이 놓인 현실적 위기가 여전해 당장 철수설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GM한국사업장 노조는 18일부터 부분파업에 돌입한 상태다. 노조는 지난 19~20일 전후반조와 주간조 등으로 나눠 2시간씩 부분 파업을 진행했으며, 21일부터는 파업 시간을 4시간으로 늘렸다. 필수 유지 부서를 제외한 특근도 거부하고 있다.
파업의 주된 이유는 임금 교섭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측은 당시 노조에 기본급 6만300원 인상과 성과급 1600만원 지급안을 전달했다.
반면 노조는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 순이익의 15% 성과급 지급, 통상임금의 500% 격려금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어 타협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외에도 노조는 사측에 서비스센터 및 부평공장 일부 시설 매각 계획을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국회에서 노조와 노동자 영향력이 확대되는 노란봉투법 통과가 이뤄지자 GM한국사업장은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비자레알 사장은 지난 21일 고용노동부가 노란봉투법에 대한 업계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 노란봉투법 국회 통과를 앞두고 “본사에서 사업장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GM한국사업장의 수익성을 높게 평가한 GM 본사가 노란봉투법을 계기로 인식을 바꿀 수 있다고 시사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그는 정부에 재검토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GM한국사업장이 미국 시장 수출 물량이 많아 따라 관세 직격탄을 직접 맞는 점도 먹구름을 드리우게 하는 요소다.
지난해 총 49만 대를 판매한 GM한국사업장은 국내 판매량이 2만 대에 그쳤다. 나머지 47만대는 모두 해외 시장에 수출했다. 이 중 미국 시장이 41만대로 가장 많다. 전체 판매량의 83%, 해외 판매량의 89%를 미국 시장에 의존한 것이다.
특히 2023년 출시돼 창원공장에서 전량 생산되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2만5000달러(약 3600만원) 안팎의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워 지난해 미국 소형 SUV 부문에서 판매 1위(20만대)를 기록했다.
지난해까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무관세로 수출돼 이 가격을 유지할 수 있었으나 미국의 수입 자동차 관세가 시행되며 한국 생산 이점이 증발됐다는 의견이 나온다.
GM한국사업장의 미래에 대해 노조는 “최근 인천 부평공장 유휴부지 매각, 전국 서비스 센터 매각 등 잇단 조치가 한국 철수설에 불을 지피고 있다”며 “수없이 2028년 이후의 경영 계획을 요구했으나 한국 철수 수순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