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양사 각각 분기 10조 영업익 예측
AI 호황에 메모리 수요까지 끌어올려
글로벌 톱티어 기업으로 성장 "상징적"

SK하이닉스 청주 공장. 사진=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 청주 공장. 사진=SK하이닉스 제공

[서울와이어=천성윤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발 메모리 초호황기를 맞이하며 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양사가 한국 경제 사상 최대인 분기당 영업이익 10조원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메모리 호황… AI가 강하게 끌어올려

30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평택 캠퍼스 4공장 마감공사 종료 시점을 3개월가량 앞당겼다. 주요 공사 업체인 삼성물산, 삼성E&A, 삼성중공업은 지난 24일 공시를 통해 계약 종료일을 2027년 7월에서 그해 4월로 변경됐다고 밝혔다.

평택캠퍼스 4공장에서는 차세대 HBM인 ‘HBM4’에 적용하는 1c D램이 양산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내년 본격적으로 HBM4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완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내년 HBM 출하량을 끌어올려 점유율 30%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한다. 삼성전자는 5세대인 ‘HBM3E’의 엔비디아 공급이 늦어지며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에 다소 밀리는 양상을 보였지만, HBM3E의 퀄테스트 통과가 임박했고 HBM4도 샘플을 제출한 상태라 내년 납품이 이뤄지면 출하량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현재 메모리 업계는 AI 열풍을 타고 오랜만에 호황기를 맞이했다. HBM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갈 수 없을 만큼 연달아 완판되고, 범용 D램 가격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면서 이르면 올 3분기부터 역대급 실적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많게는 분기 영업이익 10조원 도달 가능성도 보인다. 

한때 모건스탠리가 ‘반도체 겨울론’ 보고서를 발표하며 반도체 시장 급랭을 예상했지만 AI가 빠르게 일상에 도입되며 첨단 반도체 수요가 폭발하자 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는 분위기다. 

통상 반도체 업황은 1년에서 길게는 2년까지 호황기를 갖다가 긴 침체가 반복되는 사이클을 반복해왔다. 여기에는 정보기술(IT)·전자제품의 교체 시기와 과잉 공급이 겹쳐 발생한다는 이유가 있었지만 이번 D램 가격 상승은 이런 양상과는 다르다는 분석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범용 DDR5 D램 현물가격은 지난주 기준 전 분기 대비 30% 이상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I를 위한 데이터센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고, 이에 따라 HBM을 포함한 첨단 메모리 수요가 증가하자 덩달아 범용 제품 가격까지 끌어올리는 구조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SK 10조 고지… "상징적 사건"

메모리 수요 폭풍이 본격화하자 삼성전자의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의 기대감도 커진다. 지난 2분기 DS부문은 영업이익 3500억원으로 흑자를 달성한 수준에서 만족했다. 

하지만 주요 증권사들은 삼성전자가 3분기부터는 DS부문 영업이익이 5조원대로 껑충 뛰고 전사 기준으로는 10조원 영업이익 달성을 예측하고 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3분기 매출은 87조8000억원, 영업이익은 10조4000억원으로 예상한다”며 “2분기 대비 큰 폭으로 실적이 개선되는 것은 DS 실적 개선이 주요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실적 부진의 원인이였던 파운드리, HBM 관련 우려가 완화됐다”며 “예상보다 빠른 범용 메모리 시장 회복으로 전방위적 수혜가 반영될 것으로 예상돼, 영업이익은 10조1000억원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오른쪽)이 워싱턴DC 윌라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8월 26일(현지시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오른쪽)이 워싱턴DC 윌라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HBM 점유율 1위인 SK하이닉스도 3분기 탄력을 받아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HBM3E 시장에서 독보적 점유율을 달성했으며 여전히 엔비디아의 최우선 HBM 협력사로 분류된다. 

게다가 올해 들어 엔비디아 뿐만 아닌 아마존·구글용 HBM도 싹쓸이하며 최강자임을 입증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세계 1위의 메모리 반도체 회사”라며 “올해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73.7% 증가한 40조8000억원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신한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을 11조3000억원으로, DS투자증권은 10조9000억원으로 각각 예상하며 10조원 고지를 무난히 넘길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내년도 전망은 이보다 더 좋다. 엔비디아, AMD, 인텔 등 글로벌 칩메이커가 차세대 GPU를 연달아 출시할 것으로 보여 메모리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HBM 사양이 높아지며 단가도 함께 뛰어 수익성도 한층 더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분기 10조원 이익은 애플, 마이크로스프트(MS), TSMC, 사우디 아람코 같은 세계적 초대형 기업만이 가능한 수익성 레벨”이라며 “한국 기업이 그 단계에 올라서게 되는 것은 톱티어 기업 보유국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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