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배임죄 폐지 공식화… 재계 "해외 경쟁력 강화 기대"
민주당 "혁신 위한 선택" vs 국민의힘 "대장동 면피용"

배임죄 폐지를 둘러싼 여야 대립 상황을 쳇 GPT 이미지로 구현한 모습. 
배임죄 폐지를 둘러싼 여야 대립 상황을 쳇 GPT 이미지로 구현한 모습. 

[서울와이어=정현호 기자] 기업 경영자들이 의사결정을 내릴 때마다 그림자처럼 따라붙던 ‘배임죄’가 마침내 법전에서 지워질 길이 열렸다. 당정이 형법상 배임죄 폐지를 공식화하면서다. 

이에 재계는 “예측 가능한 경영 환경이 마련됐다”며 환영했지만, 야권에선 “부패 견제 장치 해체”라며 반발하고 있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배임죄가 정기국회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정부와 여당이 폐지를 공식화하자 야당은 곧장 “대장동 재판 살리기”라며 공세에 나섰다. 반면 재계는 “숨통이 트였다”며 당정의 배임죄 폐지 추진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앞서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에서 열린 ‘경제형벌 민사책임 합리화 테스크포스(TF)’ 당정 협의에서 형법상 배임죄를 없애고 대체 입법을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배임죄 폐지는 정치적 공방이 아닌 민생 경제와 국가 경쟁력, 미래 성장을 위한 선택”이라며 신속한 입법 의지를 밝혔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기업 경영 활동을 옥죄는 요인으로 지목된 배임죄를 개선하면서 동시에 선의의 사업자가 피해 보지 않도록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배임죄는 그간 모호한 조문과 추상적 요건 탓에 ‘기업 경영의 족쇄’로 불려 왔다. 법조문에 규정된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 ‘손해를 가한 때’라는 조건은 해석의 여지가 넓어, 실제 손해가 발생하지 않아도 ‘손해의 위험’만으로 처벌을 받았다. 

법무부가 3300건의 판례를 분석한 결과 배임죄는 기업 경영뿐 아니라 가상화폐·민생 범죄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돼 왔으며, 무엇이 위법인지 예측조차 어려운 경우도 많았다. 또 최근 10년간 배임·횡령죄의 1심 무죄율은 6.7%로 전체 범죄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재계는 배임죄 폐지 방침에 즉각 환영을 표시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기업 의사결정 과정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경제인협회도 “경제계와의 소통을 거쳐 이뤄진 합리적 방안”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배임죄 구성 요건이 너무 추상적이고 경영 판단을 내릴 때마다 ‘혹시 이 또한 배임이 아닐까’ 불안감에 시달려야 했다는 것이 재계의 주장이다.

하지만 반대 목소리도 거세다. 국민의힘은 이번 결정을 “이재명 대통령 구하기”라고 규정했다. 장동혁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백현동 범죄가 배임 혐의인데, 배임죄를 없애자는 건 모든 혐의를 사실상 인정한 셈”이라고 날을 세웠다. 

김도읍 정책위의장도 “형법상 배임죄 폐지는 기업 오너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고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근로자·소액 투자자에게 돌아간다”며 반발했다.

일각에선 배임죄가 폐지될 경우 이재명 대통령이 받고 있는 대장동·백현동 재판에서 면소 판결이 내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범죄 당시 처벌 규정이 있었다 하더라도 재판 도중 법이 폐지되면 법원은 면소 판결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야당은 이와 관련해 “법 개정은 곧 대통령 개인의 재판을 무력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결국 배임죄 폐지를 둘러싼 논쟁은 ‘기업 혁신의 족쇄를 풀어야 한다’는 경제 논리와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없애선 안 된다’는 사회적 논리가 충돌하는 양상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정기국회 내 신속 처리를 예고했지만, 국민의힘의 강한 저항 속 또 한번의 정치적 격돌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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