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라이릴리 '마운자로' 국내 상륙⋯위고비 처방 웃돌아
한미·대웅·일동 비만치료제 개발 경쟁⋯차별화 승부수
식약처 "약물 용량조절 의료진과 상의⋯안전 사용해야"

위고비는 혈당 조절에 중요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식욕 억제를 돕는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다. 식약처는 위고비가 의사의 처방 후 약사의 조제·복약지도에 따라 사용해야 하는 의약품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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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와이어=정윤식 기자]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가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는 가운데 지난달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성분명 터제파타이드)’가 출시됐다. 국내 기업들도 근육량 증가와 마이크로니들 패치, 경구제 등을 앞세워 차세대 비만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이 갈수록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안전사용 안내서‘를 배포했다.

◆ 위고비 국내 점유율 82% 독주⋯마운자로 경쟁 치열

비만치료제 위고비. 사진=한국 노보노디스크제약
비만치료제 위고비. 사진=한국 노보노디스크제약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아이큐비아 기준)는 271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5%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 938억원을 기록한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는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 출시의 영향으로 분석되며, 이 제품은 전년 4분기 63.4% 점유율에서 올해 2분기 82%로 점유율(매출 1338억원)을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8월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가 국내에 상륙하며 경쟁에 가세했다. 이 제품은 저용량 2.5㎎과 5㎎로 구성됐으며, 고용량 제품인 7.5㎎과 10㎎은 공급 부족 등의 영향으로 차후 국내 시장에 들어올 것으로 전망된다. 노보노디스크도 마운자로의 출시에 맞춰 위고비의 가격을 최대 42% 인하하며 대응에 나섰다. 

일라이릴리에 따르면 미국에서 72주간 진행한 마운자로 임상 3상에서 참여자 751명의 체중이 평균 20.2% 감소하며, 위고비(13.7% 감소) 대비 강력한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효과에 마운자로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 위고비 초기 발매 당시와 같은 품절대란까지 일어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받은 자료에는 마운자로가 처방 시작 12일만에 1만8579건의 처방을 기록하며, 위고비의 첫달 처방 건수인 1만1368건을 상회하는 수치를 보이기도 했다.

◆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다양한 제형·효능으로 승부수

세계 최초로 근육 증가를 실현하는 신개념 비만 신약 HM17321(오른쪽)와 기존 인크레틴 기반 약물의 비만 치료 효능 비교.(사진=한미약품)
세계 최초로 근육 증가를 실현하는 신개념 비만 신약 HM17321(오른쪽)와 기존 인크레틴 기반 약물의 비만 치료 효능 비교.(사진=한미약품)

해외 제품들의 영향력이 커지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비만치료제 개발 현황도 주목받고 있다. 한미약품의 비만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현재 국내에서 비만적응증 3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 임상 완료 후 내년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출시와 동시에 국산 최초의 GLP-1 계열 비만치료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근육증가 비만치료제인 ’HM17321‘의 1상을 신청, 미충족 수요 공략에도 나서고 있다.

일동제약도 최근 경구용 비만치료제인 ‘ID110521156’의 1상 톱라인 결과를 발표해 기대감을 더하고 있다. 연구 결과 50㎎군과 100㎎군에서 각각 평균 5.5%와 6.9%의 체중 감소가 나타났고, 200㎎군에서는 평균 9.9%, 최대 13.8%의 감량 효과가 확인됐다. 4주 투여 후 체중 5% 이상 감소 비율은 위약군이 0%였던 반면, 50㎎군 55.6%, 100㎎군 66.7%, 200㎎군 87.5%로 나타나 임상적 유의성을 입증했다는 것이다.

또한 경구 포도당 부하 검사와 연속 혈당 모니터링 결과에서 용량에 비례해 혈당 강하 능력이 확인됐다. 안전성 평가에서도 위장관 부작용은 경미한 수준에 그쳤으며, 약물 중단이나 탈락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간 효소 수치도 정상 범위 내에 머물러 간 독성 우려도 없었다는 설명이다.

대웅제약은 지난 1일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의 마이크로니들 패치 ‘DWRX5003‘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1상 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마이크로니들 패치는 피부에 부착하면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으로 구성된 미세바늘이 녹아 약물을 피부 진피층으로 직접 전달하는 패치형 제제로 주 1회 부착한다.

이 제품에는 대웅테라퓨틱스의 독자적 약물전달 플랫폼 ‘클로팜‘이 적용됐으며, 피하 주사제 대비 80% 이상의 높은 상대 생체이용률을 나타내는 것을 강점으로 한다. 이를 통해 환자는 경구제 복용 부담이 줄고 주사제 투여 대비 치료 순응도가 높아지며, 의료진은 주사 투여와 모니터링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여 환자 관리에 더 집중할 수 있어 진료 효율성을 높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 식약처, 비만치료제 안전사용 안내서 배포

사진=식품의약품안전처
사진=식품의약품안전처

국내 시장에서 비만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과 함께 전국 지역 의사회, 지역의약품안전센터 등에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안전사용 안내서‘를 배포했다. 해당 안내서에는 ▲비만치료제를 사용하는 질환 ▲올바른 투여 방법 ▲보관 및 폐기 방법 ▲투여 시 주의사항 ▲이상 반응(부작용) 보고 방법 등의 정보가 담겼다.

이 안내서에 따르면 당뇨병약을 복용하는 환자가 GLP-1 계열 비만치료제를 병용하는 경우 혈당이 낮아질 위험이 커질 수 있으므로 약물의 용량 조절 여부 등을 의료진과 상의해야 한다. 또한 임신과 수유 중에는 비만치료제 사용이 금지되며, 약물의 체내 잔류기간을 고려해 임신을 계획하는 것이 좋다.

비만치료제는 처음부터 고용량으로 시작하기보다는 의사 처방 후 허가된 용법대로 투약을 시작하고 증량해야 한다. 여기에 의사의 처방과 약사의 복약지도에 따라 투여 방법과 용량을 준수해야 한다. 비만치료제 투여 시 복부, 대퇴부(허벅지) 또는 상완부(위팔) 중 편한 부위에 주사하고 투여할 때마다 주사 부위를 바꾸도록 한다.

환자는 투약 전 의료 전문가에게 ▲해당 약물 과민반응 ▲현재 투여 중인 약물 ▲병력 ▲임신·모유 수유 여부 등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빛을 피해 냉장 보관하고, 약이 얼었거나 입자가 보이거나 색이 변했다면 사용하지 말고 폐기해야 한다.

비만치료제를 허가 범위 내로 사용해도 위장관 장애, 주사 부위 반응, 피로, 어지러움 등 이상 사례가 흔하게 발생할 수 있고 과민반응, 급성 췌장염, 담석증, 담낭염 등 임상적으로 중요한 이상 사례도 나타날 수 있으므로 의료진에게 알리거나 병원에 방문해야 한다.

식약처는 “전문의약품인 GLP-1 계열 비만치료제가 반드시 의사의 처방 후 약사의 조제·복약 지도를 따라 사용하고 비만치료제의 허가 범위 내 사용 등 안전 사용”을 당부했다. 추가로 “온라인 등에서 해외직구나 개인 간 판매를 통해 구매하거나 유통하는 것은 제품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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