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의 APEC 주최국 한국
'인천 플랜'으로 다자협력의 길 제시

[서울와이어=정현호 기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인천 영종도가 세계 경제의 무대로 변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1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2025 APEC 재무·구조개혁장관회의’는 역내 21개국이 인공지능(AI)과 기후, 금융이라는 세 축의 변화를 주제로 새로운 협력 질서를 논의하는 자리다.
‘우리가 만들어가는 지속가능한 내일’을 슬로건으로 내건 이번 회의는 APEC 역사상 처음으로 재무장관과 구조개혁장관이 한 테이블에 앉는 통합 회의로 진행된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가 간 협력 체계가 약화되고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된 상황에서 한국은 회의를 통해 다자협력 복원의 신호탄을 쏘겠다는 구상이다.
의장국을 맡은 한국은 2005년 부산 회의 이후 20년 만에 재무장관회의를 다시 주최하며, ‘인천 플랜’이라 불리는 공동 선언문을 통해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을 제시할 예정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직접 회의를 주재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주요 국제기구도 대거 참석한다.
회의의 핵심 의제는 ▲인공지능(AI) 대전환 시대의 금융시스템 안정과 혁신 ▲역내 공급망의 복원력 강화 ▲포용적 성장과 재정 협력 ▲기후 대응 재원 조달 등이다.
특히 한국은 AI를 국가 성장 전략의 중심축으로 제시하며, 데이터 인프라 확충·산업 규제 혁신·인재 양성 등에서 선도 모델을 공유할 계획이다.
특히 회의는 단순한 경제 협의체를 넘어 ‘AI 기반 구조개혁’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첫 무대가 될 전망이다. 기후 위기와 인구구조 변화, 생산성 둔화 등 장기 구조적 과제 속에서 각국이 어떻게 ‘지속 가능한 혁신’으로 전환할지를 논의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구윤철 부총리는 “한국의 경제문제는 더 이상 국경 안에서 해결될 수 없다”며 “협력과 신뢰가 다시 세계 경제의 중심가치를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주 워싱턴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다자협력의 필요성을 역설한 데 이어 이번엔 주최국으로서 의제 조율과 합의 도출의 시험대에 오른다.
회의의 또 다른 관심사는 글로벌 금융 불안과 미·중 통상갈등 속 한국의 조정 역할이다. 최근 관세 리스크와 신용경색 등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 각국이 ‘포용적 연대’를 실질화할 수 있을지가 이번 회의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대신 부차관보급 인사를 파견하며, 중국과 일본은 차관급이 참석한다. 장관급은 태국, 호주, 대만, 베트남 등 7개국이 참여한다.
한편 이 자리에선 한미 간 관세 협상이 구체적 진전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 장관급 회동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실무급 채널에서 협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31일 경주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인 만큼 인천 회의는 정상 간 담판에 앞선 사실상의 ‘정책 사전조율 무대’ 역할을 할 수 잇다는 시각도 있다.
정부는 회의에서 정리된 논의 결과를 토대로 정상회의에서 ‘포용적 혁신성장 모델’을 제안하며, 한국의 다자외교 리더십 강화를 목표로 삼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