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C, 2023년 자회사 브라이트랩 美 BSC에 매각
매각 대금 납입 차일피일 미루다 “주식으로 주겠다”
브라이트랩, PHC 신사업 위해 인수, 경영난 끝 매각
[편집자주] 서울와이어는 비즈앤로(Biz&Law) 코너를 통해 한국 기업이 전 세계를 누비면서 벌어지는 각종 비즈니스 소송을 심도 깊은 취재를 통해 독자들에게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생소한 해외 법적 용어와 재판 과정을 알기 쉽게 풀어내 국내 산업계가 마주한 글로벌 법적 리스크를 분석하고, 향후 전망까지 예측하고자 합니다.

[서울와이어=천성윤 기자] 국내 중견 자동차 부품 기업 PHC 주식회사(이하 PHC)가 미국 사모펀드 투자사 BSC 인베스트먼트 그룹(BSC Investment Group, 이하 BSC) 및 그 경영진을 상대로 약 11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BSC 측이 자회사 인수 대금 지급 및 채무 면책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북부 연방지방법원에 제출된 소장에 따르면, PHC는 BSC 법인과 무니더팔 싱 레키 회장, 알리 부셰리 매니징 파트너를 상대로 계약 위반, 계약 이행 거절(Anticipatory Breach), 사기적 유인 등 6가지 소송 사유를 들어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사건의 발단은 PHC가 2023년 9월 28일 BSC와 체결한 브라이트랩(BriteLab) 인수 계약이다. PHC는 2019년 신사업으로 투자했던 미국 반도체 물류 자동화 기업 브라이트랩이 경영난을 겪자 BSC에 매각을 결정했다. 계약에 따라 PHC는 보유하고 있던 브라이트랩 지분 전량을 BSC에 넘기는 대가로 325만달러를 5회에 걸쳐 분할 지급받기로 했다.
첫 납입일은 거래 종결 6개월 후인 2024년 3월 28일이었다. 하지만 PHC가 주식을 모두 양도했음에도 BSC는 첫 분할금부터 지급을 미뤘다. 계약에는 12개월의 유예 기간 조항이 있었으나, 이 기간에도 연 12%의 이자를 매월 납부해야 했지만 BSC는 이마저도 지키지 않았다. 유예 기간이 만료된 2025년 3월까지도 BSC는 1차 분할금을 전혀 납부하지 않았으며, 2024년 9월과 2025년 3월이 납기였던 2차, 3차 분할금 역시 미납 상태다.
PHC 측이 지급을 독촉하자 BSC는 "현금 대신 자사(BSC) 주식으로 지급하겠다"는 입장을 통보했다. PHC는 계약상 지급 방식 선택권이 PHC에게 있다며 이를 서면으로 명확히 거부했지만, BSC는 주식 지급만을 고수하며 오히려 PHC에게 브라이트랩에 추가 자금을 투입할 것을 요구하기까지 했다.
인수 대금 미지급 외에도 브라이트랩의 기존 채무 문제가 불거졌다. 브라이트랩은 2018년 신한은행 아메리카로부터 총 447만달러(약 64억원)를 대출받았으며, 당시 최대주주였던 PHC가 이 대출에 대한 보증을 섰다.

문제는 브라이트랩이 BSC에 인수된 직후인 2023년 12월 29일 파산보호(챕터11)를 신청하면서 발생했다. 신한은행은 이를 채무 불이행 사유로 보고 보증인이었던 PHC에게 대출 상환을 요구했고, PHC는 2024년 1월 31일 이자 등을 포함해 총 447만6844.87달러를 대신 변제했다.
PHC는 BSC와의 인수 계약(브라이트랩 파산 3개월 전 체결) 당시, BSC가 해당 대출에 대한 PHC의 보증을 해제하고, 만약 PHC가 상환하게 될 경우 그 금액 전액을 BSC가 PHC에게 보상(면책)하기로 하는 조항을 명시적으로 포함시켰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BSC는 수차례에 걸친 PHC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 면책 의무 이행을 거부하고 있다.
이에 PHC는 BSC가 지급하지 않은 브라이트랩 인수 대금(약 325만달러 및 이자)과 대위 변제한 신한은행 대출금(약 447만달러)을 합쳐 총 760만 달러(약 109억원) 이상의 손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PHC는 소장에서 BSC의 행위가 단순 계약 위반을 넘어, 지급 의사나 능력 없이 계약을 유도한 사기(Fraud in the Inducement) 및 과실에 의한 허위 진술(Negligent Misrepresentation)에도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법원에 ▲미지급 대금, 이자, 보상금 전액 지급 ▲잔여 분할금 즉시 지급 판결(기한이익 상실) ▲징벌적 손해배상 ▲판결 전후 이자 ▲변호사 비용 및 소송 비용 등을 청구하며 배심 재판을 요구했다.
한편 PHC그룹은 김상태 회장의 아버지 김상영 창업회장이 1971년 대구에서 설립한 클러치 제조기업 평화크랏치공업이 모태다. 이후 자동차 부품 전반으로 사업을 확대했고 핵심 계열사 PHA를 중심으로 미국, 중국, 유럽, 인도 등 세계 각지에 공장을 건설하며 해외로 진출했다.
사업 확장 과정에서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반도체 물류 자동화 전문기업 브라이트랩의 최대주주로 등극해 종속기업에 포함시키기도 했으나, 브라이트랩은 2021년 46억원 순손실, 2022년 65억원 순손실을 기록하며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BSC에 매각을 진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