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직원, 차별·괴롭힘·불이익 받았다고 주장
한국인 우대 및 차별적 발언 들었다며 소장에 적시
올 들어 美 진출 한국 기업 ‘노무리스크’ 급격히 확대

[편집자주] 서울와이어는 비즈앤로(Biz&Law) 코너를 통해 한국 기업이 전 세계를 누비면서 벌어지는 각종 비즈니스 소송을 심도 깊은 취재를 통해 독자들에게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생소한 해외 법적 용어와 재판 과정을 알기 쉽게 풀어내 국내 산업계가 마주한 글로벌 법적 리스크를 분석하고, 향후 전망까지 예측하고자 합니다.

삼성SDS 본사 사옥. 사진=삼성SDS

[서울와이어=천성윤 기자] 삼성SDS 미국 법인(이하 삼성SDS)이 고용 차별과 직장내 괴롭힘 등 노동법 위반으로 피소됐다. 히스패닉계인 원고는 삼성SDS에서 성실히 근무했음에도 한국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차별받았으며 결국 사직의 원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올해 들어 삼성SDS를 비롯해 미국에 진출한 다수의 한국 기업들이 노동법 위반에 휘말리며 현지 노사 문제가 ‘노무리스크’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20일(현지시간) 미 플로리다주(州) 남부 지방법원은 삼성SDS가 원고 지오바니 R. 데 올리베이라(Geovani R. De Oliveira)가 제기한 인종·국적 차별 소송을 연방법원 관할로 이송해달라는 요청을 승인했다. 앞서 지난 9월 14일 삼성SDS의 전직 직원인 원고가 재직 당시 회사 내에서 “한국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승진이 차단됐다”고 주장하며 차별 금지법 위반에 의한 피해보상 소송을 제기했다.

소장에 따르면 백인·히스패닉계 남성인 원고는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삼성SDS 마이애미 지점에서 근무했다. 그는 성실하게 업무를 수행했고 업무 성과가 우수했음에도 승진과 보상에서 노골적 차별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원고는 “인사 담당자가 노골적으로 ‘한국인이 아니면 지점장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며 “지점장 네 명 모두 한국인이었고, 일부는 물류 경험조차 없었다”고 밝혔다. 또 그는 “한국계 직원들은 동일한 업무를 하면서도 훨씬 높은 급여를 받았고, 내가 교육한 한국인 직원이 오히려 내 자리를 대신했다”고 강조했다.

소장에는 차별 발언이 구체적으로 인용됐다. 한 한국인 상사는 “누가 보고서를 보내든 상관없지만 반드시 한국인이 보내야 한다”며 “한국인이 아니면 직접 보고가 불가하다”고 말했다. 원고는 “실질적인 업무를 맡았지만 ‘한국인이 아니라서’ 상부에 직접 보고할 수 없었다”며 “이 같은 문화가 조직 전반에 퍼져 있었다”고 주장했다.

원고는 회사 내에 급여와 보너스, 불평등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했지만, 이후 도리어 불이익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인 상사들이 나를 감시했고, 인사팀(HR) 관계자는 ‘이 문제를 계속 제기하면 당신도 전임자들처럼 해고될 수 있다’고 위협했다”고 진술했다. 이 과정에서 이 관계자는 그에게 “새 지점장은 실력이 없어도 한국인이라 임명됐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결국 지난해 8월 원고는 “극심한 정신적 압박과 불면증, 불안 증세로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며 사직했다.

삼성SDS는 이번 사건을 연방 지방법원으로 이관했다. 사진=미국 플로리다주 남부 지방법원
삼성SDS는 이번 사건을 연방 지방법원으로 이관했다. 사진=미국 플로리다주 남부 지방법원

그는 사직 직후 9월 플로리다 인권위원회(FCHR)와 미 연방고용기회위원회(EEOC)에 차별 신고를 접수했다. EEOC는 검토 끝에 지난 6월 16일 원고에게 차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소송 허가 통지서’를 발급했다. 이에 따라 원고는 지난달 14일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순회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송 요청서에 따르면 삼성SDS는 “이 사건은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순회법원이 아닌 연방법원에서 진행돼야 한다”며 사건을 이관해 달라고 요청했다.

통상 연방 지방법원 재판으로 승격되면 배심원 구성이 훨씬 다양하고 심리를 엄격히 진행해, 실체적 진실에 더 가깝게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SDS 측은 “이관 요청은 어떠한 사실이나 법률적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며, 우리는 항변권과 방어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했다.

올리베이라는 삼성SDS가 ▲인종차별 ▲출신국가 차별 ▲보복행위 ▲적대적 근무환경(Hostile Work Environment) 등의 위법행위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판부에 ▲평등고용정책 제정 명령 ▲과거 및 미래 손실보상 ▲정신적 피해보상을 요청했다. 그는 “회사가 차별적 관행을 중단하고, 체계적 평등 정책을 마련하며, 미지급 급여와 정신적 피해에 대한 배상을 원한다”고 토로했다.

이번 사건은 플로리다주 남부 지방법원 페더리코 A. 모레노(Federico A. Moreno) 판사에 배당됐다. 삼성SDS는 이후 기각신청(Motion to Dismiss) 또는 답변서(Answer)를 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현지 직원과 업무를 대하는 문화적 차이, 소통 부족 등의 이유로 차별·괴롭힘·부당해고 등의 노동법 위반 소송을 겪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올해에만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한화오션, 포스코, 신한은행, 한화푸드테크, SK온, 현대글로비스, 한온시스템 등 여러 글로벌 기업들이 전·현직 직원들의 노무 관련 소송에 피소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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