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가이드라인 이후 개정⋯분석기술 발전 반영
과학적 근거 중심 '간소화된 심사체계'⋯3상 생략 가능성
셀트리온, 익세키주맙 시밀러 1상 시작⋯내년 3월 완료 예정
삼성에피스, 키트루다 시밀러 1·3상 진행⋯비소세포폐암 비교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서울와이어=정윤식 기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바이오시밀러 허가 절차에서 임상시험 요건을 완화하는 초안 지침을 내놨다. 고비용 임상 대신 분석·약동학 평가 중심의 심사체계로 전환되면서, 기술력 있는 국내 바이오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 美 바이오시밀러 개발 규제완화 초안 발표

29일(현지시간) FDA는 ‘생물의약품 유사성 입증에 대한 과학적 고려사항: 비교 효능시험의 필요성 평가를 위한 최신 권고사항’ 산업계 지침 초안을 공개했다. 이는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비구속적 권고사항을 포함하고 있으며, 의견 및 제안은 60일 이내 제출할 수 있다. 

해당 초안 지침은 공중보건서비스법(PHS Act) 제351(k)조에 따라 제출된 생물의약품허가신청서(BLA)에서 유사성 입증을 지원하기 위한 ‘비교 임상시험(CES, 효능평가 포함)’에 대한 고려사항을 설명하고 있다. 앞선 법안은 ▲제품이 기존 제품과 임상적으로 비활성인 성분의 미세한 차이를 제외하고 거의 동일함을 입증하고 ▲안전성, 순도, 효능 면에서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가 없음을 증명하고 ▲분석자료와 독성평가, 임상시험 또는 시험들로부터 도출된 자료를 포함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FDA 재량으로 특정요소가 불필요하고 판단할 경우 예외가 인정된다. 

지난 2015년 4월 FDA는 ‘기준 의약품과의 유사성을 입증하기 위한 과학적 고려사항(Scientific Considerations in Demonstrating Biosimilarity to a Reference Product)’을 발간했다. 이 문서는 제안된 치료용 단백질 제품이 기준 제품과의 유사성을 입증하기 위한 비교임상시험 설계에 대한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비교분석연구, 독성평가, 인체 내 약동학(PK)/약력학(PD) 비교시험, 면역원성 평가를 거친 후에도 임상적으로 의미있는 차이에 대한 ‘잔여 불확실성(residual uncertainty)’이 있는 경우 유사성 입증을 위해 CES가 필요할 수 있다는 것과 ▲CES가 불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과학적 근거를 제출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FDA에 따르면 2015년 이후 CES 필요성 판단에 대한 과학적 접근이 발전했다. 여기에 비교 분석 및 임상 자료 평가 경험을 상당히 축적했다. 특히 현재의 분석 기술은 고도로 정제된 치료용 단백질의 구조를 정밀하게 규명할 수 있으며, ‘생체 외(in vitro)’ 생물학적 및 생화학적 분석을 통해 ‘생체 내(in vivo)’ 기능적 효과를 높은 특이도와 민감도로 모델링 할 수 있다. 해당 사유로 ‘비교 분석 평가(CAA)’는 두 제품간의 차이를 감지하는 부분에 있어, CES보다 민감한 방법으로 간주된다.

당국은 제약사가 개발 프로그램을 설계할 때, 유사성 입증에 필요한 임상시험의 종류를 신중히 검토할 것을 권장했다. 제안된 바이오시밀러 기준 제품과 매우 유사함이 CAA를 통해 입증되고(사소한 차이 제외), 적절히 설계된 인체 내 PK 유사성 시험과 면역원성 평가가 수행된다면 CES 없이도 임상적으로 의미있는 차이가 없음을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경우 FDA는 간소화된 접근법(streamlined approach)을 고려할 것을 권장하며, 제출된 자료의 총체적 근거(totality of evidence)를 기반으로 적절성을 평가한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 ▲기준 제품과 제안된 바이오시밀러가 클론 세포주(clonal cell lines)로부터 생산되고 ▲고도로 정제돼 분석적으로 잘 특성화될 수 있는 경우 ▲품질 특성과 임상 효능 간의 관계가 기준 제품에 대해 잘 이해됐고 ▲해당 특성을 CAA 내의 시험(assay)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 ▲인체 내 PK 유사성 시험이 가능하며 임상적으로 관련성이 있는 경우 간소화된 접근법이 고려될 수 있다.

반면 CES가 여전히 필요한 사항으로는 ▲안구 내 주사제(intravitreally administered products) 와 같이 비교 PK시험이 불가능하거나 임상적으로 의미가 없는 경우 ▲효능 이외의 임상적으로 관련된 평가변수(clinically relevant endpoint) 를 다루는 비교임상시험이 유사성 입증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경우를 들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임상시험 시작 전 개발 초기 단계 FDA와의 사전 논의를 권장했다.

사진= 미국 식품의약국(FDA) ‘생물의약품 유사성 입증에 대한 과학적 고려사항: 비교 효능시험의 필요성 평가를 위한 최신 권고사항’ 산업계 지침 초안 발
사진= 미국 식품의약국(FDA) ‘생물의약품 유사성 입증에 대한 과학적 고려사항: 비교 효능시험의 필요성 평가를 위한 최신 권고사항’ 산업계 지침 초안 발

◆ 셀트리온·삼성에피스 임상 가속⋯조기 상용화 기대감↑

통상적으로 바이오시밀러의 임상은 ▲약동학(PK)/약력학(PD) 비교 시험을 중심으로 하는 1상 이후 ▲효능 동등성과 비열등성을 평가하는 비교 임상시험(CES)인 3상으로 진행된다. 일반적인 신약개발과 달리 2상은 통합되거나 생략된다. 이번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임상시험 간소화가 시행될 경우 현재 1상 단계에 있는 국내 기업의 바이오시밀러 조기 상용화에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임상시험 등록정보(ClinicalTrials)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지난 9월 17일부터 일라이릴리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탈츠(성분명 익세키주맙)’와 ‘CT-P52’의 약동학 및 안전성을 비교하기 위한 1상을 시작했다. 해당 연구는 9-55세 사이의 성인을 대상으로 2026년 3월 31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다발성경화증(MS) 치료제 ‘오크레부스(성분명 오크렐리주맙)’ 바이오시밀러 ‘CT-P53’은 지난해 1월 11일부터 1/3상의 연구가 시작됐으며, 512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2029년 1월 완료될 예정이다. 다발골수종 치료제 ‘다잘렉스(성분명 다라투무맙)’ 바이오시밀러 ‘CT-P44’의 1/3상도 2029년 6월 25일 완료될 전망이다. 양 제품의 주요 평가변수 완료일(Primary Completion Date)은 각각 2027년 2월, 2027년 11월이다.

셀트리온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코센틱스(성분명 세쿠키누맙)’ 바이오시밀러 ‘CT-P55’와 면역관문억제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의 3상도 진행중이다. CT-P55의 임상은 올해 4월부터 시작됐으며, 2026년 8월(주요 평가변수 완료일 2025년 12월)까지 375명의 성인과 노인을 대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CT-P51 임상은 올해 1월 30일부터 시작해 2028년 7월 종료될 예정(주요 평가변수 완료일 2027년 2월)이다. 또한 606명의 이전에 치료받지 않은 전이성 비편평상피 비소세포폐암(nsNSCLC) 환자를 대상으로 각각 백금 페메트렉시드 화학요법과 병용한 키트루다, CP-P51의 효능과 안전성을 비교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도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인 ‘SB27’의 1상과 3상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시작된 1상은 수술 및 보조 화학 요법을 받은 초기 또는 국소 진행성 비소세포폐암(NSCLC) 환자 135명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이 임상은 올해 1월부터 국내와 유럽 등에서 시작됐으며, 2026년 10월을 연구완료 예정일(주요 평가변수 완료일 2026년 2월)로 한다. 3상의 경우 전이성 비편평 비소세포폐암 환자 616명에게 진행될 예정이다. 해당 임상은 지난해 3월부터 시작해 2027년 3월 완료(주요 평가변수 완료일 2025년 9월)를 예정하고 있다. 

마티 마커리(Marty Makary) FDA 국장은 “바이오시밀러는 환자들에게 훨씬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될 수 있으며, 미국의 의료비 지출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며 “바이오시밀러 개발 절차를 간소화하고 상호대체성(interchangeability) 확보를 촉진함으로써, 암, 자가면역질환, 그리고 수백만명의 미국인이 앓고 있는 희귀질환 치료에 필요한 첨단 치료제의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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