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APEC 성과 뒤 '재판중지법' 논란
민주당 내부서도 "오락가락 대응" 자성
용산과 조율 부족, 혼선 초래 지적도

[서울와이어=정현호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현직 대통령의 형사재판을 중지하는 내용의 ‘재판중지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추진을 하루 만에 접기한 가운데 대통령실과 여당 간의 소통 부재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지도부의 방향 전환이 불과 24시간 만에 이뤄진 데다 대통령실이 공개적으로 “입법이 필요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당 내부에서도 “조율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3일 오전 국회 브리핑에서 “정청래 대표 등 지도부 간담회를 통해 ‘국정안정법(재판중지법)’을 추진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은 관세 협상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성과 보고에 집중할 때”라며 “본회의 계류 상태를 유지하되 입법을 추진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철회 결정이었다.
하지만 불과 하루 전만 해도 민주당은 정반대의 입장을 보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7대 사법개혁안에 더해 대통령 재판 중지 문제는 현실적인 고려가 불가피하다”며 “이제부터는 ‘국정안정법’, ‘국정보호법’, ‘헌법84조수호법’으로 명칭을 바꾸고 논의를 본격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그는 “정기국회 내 처리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덧붙이며 강한 추진 의지를 내비쳤다. 이 같은 ‘하루 만의 번복’ 배경에는 대통령실의 강한 제동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전날 오후 브리핑에서 “헌법상 대통령에 대한 형사재판은 임기 중 중지되는 것이 원칙이므로 별도의 입법이 필요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사법개혁안 처리 대상에서 재판중지법을 제외해달라고 요청했다”며 “대통령을 정쟁의 중심에 끌어들이지 말아 달라는 것이 대통령의 뜻”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당 지도부가 법안 추진을 공식화한 직후 대통령실이 부정적 입장을 내놓자, 민주당이 급히 방향을 틀었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한 당내 관계자는 “법안을 국정안정법으로 포장했지만, 현실적으로 대통령실과 사전 조율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내부 논의만으로 추진 발표가 나간 것 같다”며 “당·청 간 메시지 관리가 완전히 엇갈렸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불통과 조율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박홍근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경주 APEC의 국가적 에너지가 불필요한 정쟁으로 소진될 뻔했는데 조기에 정리된 건 다행”이라면서도 “당의 대응이 성급하고 오락가락했다”고 평가했다.
또 그는 “명칭이 국정안정법이든 재판중지법이든 지금은 추진할 타이밍이 아니었고 과유불급이었다”며 “이번 논란은 국감에서의 정략적 질의와 사법부의 모호한 답변이 불을 붙였지만, 우리 내부의 조급한 대응도 문제였다”고 했다.
아울러 박 의원은 “우리는 국정을 무한 책임지는 집권 여당”이라며 “대통령실과의 불통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국에 영향을 미치는 현안일수록 개별 의원의 주장이 아니라 지도부가 공식 창구를 통해 사전에 그리고 수시로 대통령실과 긴밀히 조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결국 이번 ‘재판중지법’ 논란은 민주당 내부의 조급한 판단과 대통령실과의 미세한 조율 실패가 겹치면서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으로 비화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집권여당으로서 정책 조율 구조가 아직 단단히 정비되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으며, 단순한 법안 논란을 넘어 집권 초기 ‘당·청 소통 시스템’의 허점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향후 파장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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