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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행진하던 코스피가 미국발 인공지능(AI) 고평가 우려와 기술주 급락 여파로 지난 5일 장 초반 5% 넘게 하락하자 한국거래소는 7개월 만에 매도 사이드카를 발동했다. 사진=GPT생성
고공행진하던 코스피가 미국발 인공지능(AI) 고평가 우려와 기술주 급락 여파로 지난 5일 장 초반 5% 넘게 하락하자 한국거래소는 7개월 만에 매도 사이드카를 발동했다. 사진=GPT생성

[서울와이어=김민수 기자] 이번 주 초 고공행진하던 코스피가 푹 꺼졌다. 지난 5일 코스피200선물지수가 전일 대비 5% 이상 하락하면서 한국거래소는 ‘매도 사이드카’를 발동했다.

프로그램매도 주문이 일시적으로 멈췄고 지수는 4000선을 간신히 지켰다. 외국인은 이틀간 5조3000억원 넘게 팔아치우며 장을 흔들었다. 미국 기술주 급락과 인공지능(AI) 고평가 논란이 직접적인 촉매였다. 거래소가 7개월 만에 제동장치를 켠 이유다.

사이드카는 주가가 급격히 출렁일 때 시장을 잠시 멈춰 세우는 ‘완충 장치’다. 이름은 오토바이의 보조 의자에서 유래했다. 본체가 흔들릴 때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이 제도는 1987년 미국 증시가 하루 만에 22% 폭락한 ‘블랙먼데이’를 계기로 도입됐다. 각국 거래소가 시장 과열과 급락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한국은 1996년 시행했고, 코스피200선물이 전일 종가 대비 5% 이상 오르거나 내린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되면 자동으로 발동된다. 이후 5분간 프로그램 매매가 정지되며, 하루 한 번만 작동할 수 있다.

국내 시장에서 사이드카는 위기 때마다 등장했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기(3월 9·13·23일), 2024년 8월 ‘블랙먼데이’, 2025년 4월 미국 관세 충격, 그리고 이번 11월 5일이 여섯 번째다. 이번 폭락은 미국발 AI 조정, 달러 강세,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이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 5일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원/달러 환율, 코스닥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5일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원/달러 환율, 코스닥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과거 다섯 차례 사이드카 이후 흐름을 보면 일정한 패턴이 있다. 다음날 바로 반등한 경우가 세 번, 추가 하락이 두 번이었다. 그러나 일주일(5영업일) 뒤에는 단 한 번만 하락세를 유지했다.

그 유일한 예외가 코로나19 초기였던 2020년 3월 9일이다. 기간을 한 달로 늘리면, 다섯 번 모두 지수가 플러스로 전환됐다. 사례는 많지 않지만, 단기 급락 뒤 회복 흐름이 반복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사이드카가 시장의 ‘부분 제동’이라면, 전체 거래를 멈추는 더 강력한 장치가 있다. 바로 ‘서킷브레이커(Circuit Breaker)’다. 코스피나 코스닥 지수가 전일 대비 8% 이상 떨어지고 1분 이상 지속되면 20분간 모든 거래가 중단된다. 낙폭이 15%를 넘으면 한 번 더, 20% 이상이면 그날 장은 그대로 종료된다. 전기 회로가 과열될 때 차단기가 내려가는 것과 같은 원리다.

개별 종목에는 또 다른 안전장치가 있다. 주가가 갑자기 급등락할 때 발동되는 ‘VI(Volatility Interruption·변동성 완화장치)’다. 주가가 직전 단일가 대비 10% 이상 움직이거나 실시간으로 2% 이상 급변하면 2분간 거래가 멈춘다. 이 시간 동안 투자자들은 주문을 점검하고, 시장은 새로운 균형가격을 찾아간다.

또한 주가가 단기간 비정상적으로 오를 경우 거래소는 해당 종목을 ‘투자주의·경고·위험 종목’으로 단계 지정해 경고한다. ‘투자위험’ 단계에서는 하루 동안 거래가 정지되고 신용·미수거래가 금지된다.

결국 이 모든 장치는 공포가 시스템을 무너뜨리기 전에 시장에 ‘시간’을 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사이드카든 서킷브레이커든 VI든, 모두 투자자들이 이성을 되찾을 여유를 주는 완충장치다. 과거 다섯 번의 사이드카가 결국 회복으로 이어졌듯, 이번에도 그 ‘잠시의 멈춤’이 다음 반등을 위한 숨 고르기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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