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0억 투자 ASML 화성캠퍼스 구축
한국과 협업 강화… 장비 우선권 기대감

[서울와이어=천성윤 기자] 네덜란드의 ‘슈퍼을’ 반도체 장비기업 ASML이 경기도 화성시 동탄에 제조기지를 구축했다.
이번 신규 거점을 중심으로 한국 반도체 업계와 ASML 간 협력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구매 난이도가 매우 높은 노광장비를 우선 공급 받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크리스토프 푸케 ASML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ASML 화성캠퍼스 준공식을 참여한 뒤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을 만났다. 지난 11일에는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을 만나며 한국 반도체 핵심 축 수장들을 나란히 접견했다.
ASML 화성캠퍼스 위치한 경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는 삼성전자 화성캠퍼스·기흥캠퍼스와 삼성전자 본사가 근방에 있는 지역으로, 수많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협력사도 자리해 지리상 반도체 교류 협력의 이점이 크다.
이날 준공한 화성캠퍼스에는 심자외선(DUV)·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등 첨단장비 부품의 재(再)제조센터(Repair Center)와 첨단 기술을 전수하기 위한 트레이닝 센터 등이 들어섰다.

ASML은 반도체 초미세 공정에 필요한 EUV 노광장비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기업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인텔 등 모든 반도체 기업은 ASML 장비가 없이는 첨단 공정이 불가하다.
이 때문에 ASML의 장비는 돈이 있어도 못사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독점 구도 탓에 정치적 문제까지 얽혀 미국 정부가 나서 사실상 최종 승인자로서 수출 통제를 하고 있다. ASML은 네덜란드 기업이지만 핵심 기술과 부품에서 미국 기술이 다수 포함돼 미국 정부가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대표적으로 중국은 미국의 의중에 따라 2019년부터 ASML의 EUV 장비를 절대 구매하지 못하고, 일부 고성능 장비도 금지된다. 네덜란드 정부도 ASML 장비를 전략물자로 분류해 특별 허가가 있어야 반출이 가능하다.
EUV 장비 생산량 자체도 연간 50~60대, 초고성능인 ‘하이(High)-NA’ EUV 장비는 연간 5~10대만 생산되는 점도 희소성의 이유다.
업계에서는 이번 ASML이 한국에 2400억원을 투자해 화성캠퍼스를 연 만큼, 한국이 공급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ASML은 자사의 장비를 충분히 운용할 수 있을지, 유지보수 능력이 있는지, 클린룸 인프라가 고도화 됐는지, 믿을 수 있는 국가인지 등의 여부를 꼼꼼히 심사해 판매하는데, 이번 거점을 통해 한국에 대한 실사 능력이 강화돼 보다 유리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 반도체 업계과 협업 가능성이 높아진 점도 긍정적이다. 실제로 TSMC와 인텔은 ASML의 하이-NA 개발에 직접 투자해서 우선 도입권(Early Access), 선행시험 참여권, 장비 업그레이드 우선권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첨단 반도체 경쟁을 벌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ASML의 장비를 반입했다. 삼성전자는 올 초 처음으로 하이-NA 장비를 국내에 설치한 데 이어 연내 장비를 더 추가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도 지난 9월 하이-NA 장비를 이천 M16팹에 반입했다.
ASML은 화성캠퍼스에서 트레이닝 센터를 운영해 엔지니어들이 직접 네덜란드로 교육을 받기보다는 한국에서 받도록 해 효율을 증대시키고, 국내 협력사와 적극 협력해 수리 부품의 국내산 비중을 최대 80%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