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AI 수요 폭발에 역대급 실적 달성
'대체불가' 한국산 HBM… 내년 수요도 견조
AI 팩토리 도입해 초격차 생산능력 구축 박차
‘서울와이어’가 오는 14일 ‘AI 3대 강국, CEO들의 혁신 전략’을 주제로 ‘제6회 서울와이어 혁신포럼(SWIF·SeoulWire Innovation Forum)’을 개최한다. 인공지능(AI)은 더 이상 단일 기술이 아닌, 국가의 산업 구조와 안보 체계를 동시에 바꾸는 전략 자산이다. 이재명 정부가 주도하는 ‘AI 대전환’은 정부·기업·글로벌 파트너십이 결합된 초거대 프로젝트다. 블랙록·오픈AI·엔비디아로 이어지는 ‘AI 삼각 동맹’을 바탕으로, 정부는 AI 3대 강국 도약에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와이어’가 포럼에 앞서 AI를 둘러싼 한국 경제와 산업 생태계의 구조적 전환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서울와이어=천성윤 기자] 1974년 삼성전자가 미국 페어차일드의 한국 조립공장을 인수하면서 시작된 한국 반도체가 AI 대전환의 파도를 타고 태동 50년 만에 세계의 중심에 섰다.
한국 반도체를 이끄는 양대 축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향(向) 수요가 폭발한 덕분에 올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며 나란히 사상 최대 전성기를 눈앞에 뒀다. 양사를 필두로 한국 반도체는 기술 고도화와 AI 팩토리 도입을 추진, ‘AI 세계 3대 강국’ 도약에 힘을 보탠다.
◆역사적 AI 슈퍼사이클… 삼성·SK 초대형 수혜
올 3분기 삼성전자의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은 매출 33조1000억원, 영업이익 7조원을 달성했다. 분기 매출로는 DS부문 사상 최대치를 보였고 영업이익은 직전 분기의 4000억원 대비 6조5000억원이 넘게 증가해 호황을 실감케 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도 실적 신기록을 썼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9.1% 늘어난 24조4489억원, 영업이익은 61.9% 증가한 11조3834억원으로 집계되며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업계에서는 한국 반도체가 AI 시대를 맞아 역사적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올라탄 것으로 해석한다. AI칩에 한국산 고대역폭 메모리(HBM)가 대체 불가능한 제품으로 각광받으며, AI 공급망 최우선 주자가 됐기 때문이다.
현재 주요 빅테크에 공급되는 HBM은 전 세계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미국) 세 업체가 생산한다. 중국도 HBM에 도전하고 있으나 아직 HBM3E(5세대)와 같은 첨단 세대 양산은 불가능한 수준이다.

HBM은 AI칩이 구동할 때 그래픽처리장치(GPU) 옆에서 데이터를 쏟아붓는 역할로, AI 모델의 학습·추론 과정에서 실질적 성능을 좌우한다. SK하이닉스가 최초로 개발했고 삼성전자가 함께 기술 개발을 견인한 한국 반도체 업계 고유 기술로 봐도 무방하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최초 HBM 설계자 답게 AI 인프라를 이끄는 엔비디아의 전폭적 신뢰를 받고 있다. 엔비디아의 공급망 핵심으로 긴 시간 함께하고 있어 수혜를 직접적으로 본다. 삼성전자도 올해 본격적으로 HBM3E 공급 대열에 합류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고 3분기 실적을 통해 이익을 가시화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전 세계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62%, 마이크론이 21%, 삼성전자가 17%로, 한국산이 79%에 달한다.
마이크론에 다소 밀린 삼성전자는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필요시 HBM3E 추가 가격 인하 카드까지 검토 중이다. HBM은 고객사 승인 후 공급선이 1~2년 고정되는 특성을 갖고 있어 가격을 할인하더라도 최대한 고객 기반을 넓혀 업계 영향력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내년에는 차세대인 HBM4(6세대)의 격전이 이뤄질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HBM4를 올해 말 가장 먼저 양산에 나서며 기술 리더십을 유지해 나갈 전망이고, 삼성전자는 내년 점유율 35% 회복을 목표로 HBM4 수율 확보와 기술 안정화에 집중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추후 전망에 대한 긍정적 예상이 이어진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은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와 실적 추정을 상향했다.
미국 모건스탠리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새로운 가격 고점은 새로운 주가 고점으로 이어진다”며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14만4000원에서 강세장이 올 경우 17만5000원까지 내다봤고, SK하이닉스에 대해서는 73만원에서 85만원까지 제시했다. 이어 “내년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116조원, 이 중 DS부문 94조원으로 추정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내년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을 99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봤다. 2027년에는 128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며 한국 반도체 양대산맥이 연간 200조원 이익 시대를 열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생산에 AI 도입… ‘생산 혁신’ 추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내년 설비투자를 강화해 쏟아지는 AI발 물량 주문에 대비한다.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 4공장(P4)을 풀가동하고 D램 선단공정(1b·1c)과 낸드의 점진적 전환을 병행한다. HBM 생산능력은 월 16만장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또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와 협업해 반도체 AI 팩토리를 구축한다. AI 팩토리는 설계, 공정, 운영, 장비, 품질관리 등 반도체 설계와 생산을 아우르는 모든 과정에 AI를 적용해 스스로 분석·예측·제어하는 제조 시스템이 구현된 체계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향후 수년간 5만개 이상의 엔비디아 GPU를 도입해 AI 팩토리 인프라를 확충하고, 엔비디아의 시뮬레이션 라이브러리 ‘옴니버스(Omniverse)’ 기반 디지털 트윈 제조 환경을 구현해 생산성 혁신을 이룩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AI 팩토리 구축을 위해 국내 팹리스, 장비, 소재 기업들과 전방위적으로 협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AI 기반 반도체 제조 표준을 선도해 AI 생태계 발전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청주 신규 반도체공장(팹) ‘M15X’ 첫 클린룸을 예정보다 앞당겨 개방하고 장비 반입을 시작, HBM4 전진기지로 만들 계획이다. 또 용인 클러스터 조성, 미국 인디애나 패키징 공장 준비 등 캐파(CAPA) 확장을 가속화한다.
특히 용인 클러스터는 SK하이닉스가 추진하는 핵심 프로젝트로 약 122조원을 투자해 총 4개의 팹을 건설, AI 반도체 기술 역량을 총집결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이 거점에 ‘추적 자동화 품질(TAQ) 시스템’ 등 AI 기술을 도입해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화 팹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I 수요가 폭증해 고객들이 첨단 반도체를 미리 사두고 싶어도 물량이 없는 형편”이라며 “내년 투자 확대는 단순 증설이 아니라 공급 주도권을 거머쥐기 위한 생존 전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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