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눈' 대신 '데이터의 눈'… 달라진 안전관리
스마트건설 진화… 기업·공공, 'AI 안전관리' 가속
업계 "예측형 시대, 안전관리 새로운 균형 찾아야"

'서울와이어'가 오는 14일 'AI 3대 강국, CEO들의 혁신 전략'을 주제로 '제6회 서울와이어 혁신포럼(SWIF·SeoulWire Innovation Forum)'을 개최한다. 인공지능(AI)은 더 이상 단일 기술이 아닌, 국가의 산업 구조와 안보 체계를 동시에 바꾸는 전략 자산이다. 이재명 정부가 주도하는 'AI 대전환'은 정부·기업·글로벌 파트너십이 결합된 초거대 프로젝트다. 블랙록·오픈AI·엔비디아로 이어지는 'AI 삼각 동맹'을 바탕으로, 정부는 AI 3대 강국 도약에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와이어'가 포럼에 앞서 AI를 둘러싼 한국 경제와 산업 생태계의 구조적 전환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DL이앤씨 현장 CCTV 통합관제센터. 사진=DL이앤씨

[서울와이어=안채영 기자] 최근 건설현장에서 AI가 안전관리의 제1선에 배치되며 ‘예측형 리스크 대응’이 산업의 새 기준으로 자리 잡는다.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건설사는 ‘안전관리’를 핵심 경영 과제로 삼아왔다. 사고 이후 ‘책임’과 ‘대응’만 강조되던 안전관리의 무게중심이 이제는 ‘예측’과 ‘데이터’로 옮겨가, AI는 현장을 지휘하는 ‘감독관’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예측형 리스크 관리 체계를 앞세운 건설사와 공공기관의 행보가 건설산업의 체질 변화를 이끄는 신호탄이 됐다.

◆현장 위험요소 AI 통해 발견… 사고 전 막는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스마트안전 통합플랫폼’을 구축해 전국 40여개 현장에 설치된 1200여대의 폐쇄회로(CC)TV 영상을 AI로 분석한다. 작업자의 추락·끼임 사고, 보호구 미착용, 위험구역 접근, 장비 이상 등을 실시간 감지하고 3초 이내 관리자·본사 관제센터로 경보를 전송한다. 5개 시범현장에서 중대재해 위험행동 발생 건수가 1년 만에 42%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건설은 통신이 닿지 않는 지하 터널 현장에 AI 기반 스마트 안전관리 시스템을 처음 도입했다. TVWS(TV White Space) 무선통신 기술을 AI 영상인식·사물인터넷(IoT) 센서와 연동해, 지하 공간에서도 작업자의 안전상황을 실시간 파악할 수 있게 한 것이다. AI 영상인식 기술을 활용해 굴착 장비와 근로자 간 충돌, 가스·화재 등 위험 요인을 자동으로 인식하고 관리자에게 경보를 전송하는 알림 시스템을 구축했다.

DL이앤씨는 AI 기술을 적용한 종합안전상황 관제실 ‘D-SRT’를 구축하고 전국 약 70개 현장을 통합 관리하고 있다. 1450대의 CCTV와 IoT 기반 위치추적 시스템을 연동해 근로자의 위험 상황을 실시간 탐지하고 분석하는 AI 협력형 관제 시스템이다. AI 분석 알고리즘을 활용, 근로자의 행동 패턴을 학습시키는 ‘위험 행동 인식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한화 건설부문은 AI와 IoT을 결합한 스마트 현장 안전관제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AI가 현장 데이터를 분석해 위험 수준에 따라 사고 징후를 ‘주의–이상–경고’ 단계별로 경보를 발령한다. 여기에 착용형 스마트밴드와 AI 영상 분석을 결합해 근로자의 생체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한다. 심박수나 체온 등 위험 수치가 감지되면 관리자에게 경고와 위치 전송이 이뤄진다.

GS건설은 AI 기반 시공 매뉴얼 작성과 공정 관리 과정을 자동화하는 시스템을 자체 개발했다. AI가 현장 영상과 공정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공정 지연 요인을 진단하고 설계 오류나 시공 편차를 조기에 식별하고 문제 발생 시 관리자에게 즉시 알리는 기능을 탑재했다.

이처럼 ‘사람이 눈으로만 감시하던’ 현장에서 AI가 위험을 먼저 탐지하고 개입하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 다만 기술 도입 이후 책임소재·데이터 정확성·작업자 적응성 등 새로운 과제도 함께 제기된다.

LH 임대주택 옹벽에 스마트 계측관리 시스템의 센서가 설치된 모습. 사진=LH

◆공공주택·인프라 현장에서 AI 무인화 감독 확대

공공부문에서도 AI를 기반으로 한 무인·예측 감독체계 적용이 본격화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달 임대주택 옹벽에 AI 기반 ‘스마트 계측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다. IoT 고정밀 센서와 AI 분석엔진을 결합해 옹벽의 변위·기울기·균열 등 구조적 변화를 실시간으로 감지해 이상이 발견되면 시설물 관리자에게 즉시 통보하는 방식이다.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는 지난 6월 AI 기반 스마트 안전 시스템 구축 2차 사업을 착수했다. 1차 사업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안전업무 특화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기능을 개발하고 AI 실시간 위험성 평가와 영상분석 경보 기능을 더했다.

경기주택도시공사(GH)도 지난 4월 ‘스마트 안전관리시스템 고도화’ 사업을 발주했다. 21억원 규모의 프로젝트로, 기존 시스템을 생성형 AI 기반 플랫폼으로 고도화하고 있다. AI 통합관제시스템을 시범 도입한 화성·남양주·고양 3개 현장에서 안전사고가 92%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과 건설사 모두 단순 모니터링이 아닌 ‘데이터 기반 예방 시스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장 인력 의존도가 높았던 건설업 특성상 AI 안전관리의 상용화는 산업구조 체질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AI 도입 이후 사고 후 보고보다 사전 대응 속도가 뚜렷하게 빨라졌다고 본다. 다만 AI가 감지한 데이터를 현장 관리자와 본사의 의사결정에 어떻게 반영할지, 그 결과에 대한 책임체계의 방향에 대해서는 아직 정립 단계에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 오류나 알고리즘 편향, 작업자 적응력 부족 등 기술 도입 이후 새롭게 드러난 과제들이 여전히 남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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