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재편된 국방 생태계… "기술이 전력을 다시 짠다"
표준·윤리·데이터 주권까지… K-방산의 새 과제 급부상
한화·LIG넥스원·KAI·현대로템, 지능형 체계 경쟁 가속

'서울와이어'가 오는 14일 'AI 3대 강국, CEO들의 혁신 전략'을 주제로 '제6회 서울와이어 혁신포럼(SWIF·SeoulWire Innovation Forum)'을 개최한다. 인공지능(AI)은 더 이상 단일 기술이 아닌, 국가의 산업 구조와 안보 체계를 동시에 바꾸는 전략 자산이다. 이재명 정부가 주도하는 'AI 대전환'은 정부·기업·글로벌 파트너십이 결합된 초거대 프로젝트다. 블랙록·오픈AI·엔비디아로 이어지는 'AI 삼각 동맹'을 바탕으로, 정부는 AI 3대 강국 도약에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와이어’가 포럼에 앞서 AI를 둘러싼 한국 경제와 산업 생태계의 구조적 전환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지난달 19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서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KF-21 위로 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19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서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KF-21 위로 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와이어=최찬우 기자] AI 기술이 국방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ADEX 2025를 기점으로 국내 방산업계는 전력 운용과 무기체계 전반을 지능형 국방 체계(AI-driven Defense)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탐지부터 판단, 타격과 유지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데이터와 알고리즘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한화·LIG넥스원·한국항공우주(KAI)·현대로템 등 주요 4사는 각자의 기술 축을 중심으로 AI 기반 전력화 전략을 구체화에 나섰다.

◆지능형 전력으로 국방 산업 재편

한화는 ‘국방 소버린AI’를 내세우며 AI 자주국방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탐지–판단–타격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통합되는 체계다. 한화의 배회형 정밀유도무기(L-PGW)와 차세대 자주포 K9A3에는 목표 탐색과 사격통제, 기동이 AI 알고리즘으로 결합된다. 단순한 무기 자동화가 아니라 ‘결심 속도’ 자체를 기술로 끌어올리는 시도다.

LIG넥스원은 자율성과 협업성에 방점을 찍었다. 미국 Shield AI와의 협력을 통해 군집 드론, 자율 유도미사일, 무인지상차량 G-Sword 등을 개발하며 다영역 자율작전 개념을 현실화하고 있다. 수백개의 무인 플랫폼이 실시간으로 학습·공유하며 움직이는 체계는 “지능이 네트워크를 이끈다”는 새로운 작전 원리를 상징한다.

KAI는 항공전력을 중심으로 AI 파일럿과 AI 정비사 체계를 선보였다. 사람 대신 AI가 비행과 정비, 임무 지원을 수행하는 유무인 복합(MUM-T) 기술은 작전 효율을 극대화하는 핵심으로 꼽힌다. AI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무인기는 이를 즉각 실행한다.

지상전력 분야에서는 현대로템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미국 Shield AI와 손잡고 자율임무형 무인지상체계(MUGV) 및 AI 전투차량 ‘블랙 베일(Black Veil)’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해당 차량은 자율주행, 원격통제, 위협탐지 AI를 결합해 병력 손실을 최소화하고 전장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대로템은 또 차세대 K2 전차에 AI 기반 주행·표적 식별 기능을 적용해 ‘스마트 기갑’ 기술을 내재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상 전력의 AI 전환을 이끄는 핵심 플레이어로 부상했다.

지난달 20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개막식에서 관람객들이 첨단 무기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0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개막식에서 관람객들이 첨단 무기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표준화·클라우드로 바꾸는 국방 AI 생태계

AI 도입의 초점은 속도나 효율보다 ‘결정의 신뢰성’을 높이는 데 있다. 알고리즘이 판단 과정에 개입하면서 윤리·보안·책임 구조 전반의 재정비가 진행 중이다. 방위사업청은 AI 무기체계의 표준화와 검증 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국방부도 ‘AI 실행 단계’ 정책으로 전환했다.

AI 기반 무기체계의 전면 도입을 준비하면서 한국 방산 산업은 데이터 인프라와 표준화 체계 구축에도 집중한다. 국방기술품질원은 무기체계 적용 AI를 위한 표준개발 워킹그룹을 출범했고 정부는 군·방산기업이 보유한 전투 데이터를 개방하고 클라우드 기반으로 통합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변화는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운용되고 검증될 수 있는 구조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AI 기술의 핵심은 누가 더 많은 데이터를 안전하게 학습시키느냐에 달렸다”며 “AI 기반 국방은 병기보다 데이터, 인력보다 알고리즘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새로운 국면”이라고 말했다.

AI는 현재 국방 체계의 심장부로 들어왔다. 인간의 한계를 보완하는 알고리즘과 네트워크로 연결된 무기체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실시간 의사결정이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다. 지능형 국방 시대로의 전환이 본격화되며, K-방산은 또 한 번의 도약기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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