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전담조직 신설·스타트업 협력 잇따라
SK바이오팜, 디지털 전환·신약개발 역량 동시 강화
삼성바이오에피스, 글로벌 파트너십·투자로 혁신 속도

‘서울와이어’가 오는 14일 ‘AI 3대 강국, CEO들의 혁신 전략’을 주제로 ‘제6회 서울와이어 혁신포럼(SWIF·SeoulWire Innovation Forum)’을 개최한다. 인공지능(AI)은 더 이상 단일 기술이 아닌, 국가의 산업 구조와 안보 체계를 동시에 바꾸는 전략 자산이다. 이재명 정부가 주도하는 ‘AI 대전환’은 정부·기업·글로벌 파트너십이 결합된 초거대 프로젝트다. 블랙록·오픈AI·엔비디아로 이어지는 ‘AI 삼각 동맹’을 바탕으로, 정부는 AI 3대 강국 도약에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와이어’가 포럼에 앞서 AI를 둘러싼 한국 경제와 산업 생태계의 구조적 전환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업계 일각에서는 내년 5월 미국 내 신약 독점권 만료에 이어서 유럽 물질특허도 내후년 11월에 만료될 예정이라 제약사들이 이에 맞춰 파이프라인 개발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픽사베이)/서울와이어
사진=픽사베이

[서울와이어=정윤식 기자] 바이오업계가 인공지능(AI)을 신약개발 전 과정에 접목하며 연구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이들은 AI 기반 플랫폼 구축과 데이터 분석 역량을 기반으로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모델 설계까지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셀트리온, SK바이오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포함한 주요 기업들이 AI를 신약개발의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며 기술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은 전담 조직 신설, 스타트업 협력, 글로벌 공동연구 등 다각도의 투자를 통해 AI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 셀트리온그룹, AI로 신약개발 전 과정 자동화 추진

위기가정을 대상으로 10년 가까이 지속적인 후원을 펼치고 있는 셀트리온. 사진=셀트리온
사진=셀트리온

셀트리온은 2024년 1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약개발 전략을 공개했다. 이 기업은 바이오시밀러 중심 사업에서 혁신신약과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유전체와 임상 데이터를 통합한 데이터뱅크를 구축하고, AI 분석을 통해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지난 2월에는 AI 신약개발 전담팀을 신설했다. 전담팀은 후보물질 탐색, 약물 타깃 예측, 약효 및 부작용 시뮬레이션 등 신약개발 전 과정을 자동화하는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내부 연구 프로세스 전반에 AI를 접목하는 체계를 마련하는 단계로, AI 신약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이후 3월 셀트리온제약은 AI 신약개발 스타트업 아론티어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양사는 AI 기반 단백질 구조 분석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약물 후보를 발굴하고, 구조 기반 신약개발의 효율성을 높이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해당 협약은 AI 기술을 실제 연구개발에 적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셀트리온은 같은 해 10월에 테크바이오 기업 포트래이(Portrai)와 공동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공간전사체(spatial transcriptomics) 분석과 AI를 결합한 플랫폼 ‘PortraiTARGET’을 활용해 최대 10개의 신약 표적을 발굴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계약 규모는 약 8775만 달러다.

◆ SK바이오팜, 신약개발에서 환자 관리까지 확장

SK바이오팜의 뇌전증 관리 AI 플랫폼 제로(Zero)와 연동한 스마트 기기.(사진=SK바이오팜)
SK바이오팜의 뇌전증 관리 AI 플랫폼 제로(Zero)와 연동한 스마트 기기.(사진=SK바이오팜)

SK바이오팜도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약개발과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2018년 10월 SK바이오팜은 자체 AI 약물 설계 플랫폼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이 플랫폼은 약물 특성 예측과 설계를 위한 AI 모델, 화합물 데이터 저장소, AI 모델 저장소로 구성됐으며, 신약 후보물질 탐색의 초기 단계를 자동화하는 기능을 갖췄다.

2024년 4월 이동훈 사장은 “AI 기반으로 차세대 신약개발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히며 자체 플랫폼 ‘허블(Hubble)’의 업그레이드 버전 ‘허블플러스(Hubble+)’를 출시할 계획을 공개했다. SK바이오팜은 이를 통해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체계를 강화하고, 후보물질 발굴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했다. 

지난 6월 SK바이오팜은 AI 기업 피닉스랩(PhnyX Lab)과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양사는 생성형 AI 솔루션 ‘케이론(Keiron)’을 활용해 신약개발 관련 문헌 검색, 데이터 분석, 문서 자동화 시스템을 공동으로 개발하기로 했다. 이 협약은 SK바이오팜의 AI 플랫폼에 외부 생성형 기술을 결합하는 형태로 추진된다.

이후 9월 SK바이오팜은 CEO 직속 조직인 ‘AI/DT센터’를 신설해 전사적인 디지털전환(DT) 전략을 강화했다. 이 조직은 AI 신약개발 플랫폼 ‘허블’의 고도화와 함께, AI 기반 뇌전증 환자 관리 솔루션 ‘제로(Zero)’의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회사는 신약개발 단계뿐 아니라 치료 및 환자 모니터링 분야에도 AI 기술을 적용하는 구조를 갖췄다.

이 기업은 최근 루닛(Lunit)이 주관하는 의료·헬스케어 AI 컨소시엄에 참여했다. 해당 컨소시엄은 정부 주도의 AI 파운데이션 모델 구축 사업의 일환으로, SK바이오팜은 신약개발 및 임상시험 시뮬레이션용 디지털 트윈 모델 개발을 맡았다. 또한 이를 통해 신약개발 주기의 단축과 임상 효율성 제고를 추진하고 있다.

◆ 삼성바이오에피스, AI로 바이오의약품 개발 효율화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옥.(사진=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옥.(사진=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바이오의약품 개발과 사업 운영 효율화에 나서고 있다. 2021년 회사는 o9 Solutions의 AI 기반 통합 비즈니스 기획(IBP) 플랫폼을 도입해 생산, 공급망, 연구개발 계획을 데이터 기반으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해당 플랫폼은 의약품 수요 예측과 생산 일정 최적화 등 운영 효율화를 위한 시스템으로 적용됐다.

2024년에는 플래그십 파이오니어링(Flagship Pioneering)과 협력해 AI와 생명과학 기술 개발을 위한 글로벌 파트너십에 참여했다. 이 협력은 전임상 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단백질 기반 치료제 개발 속도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며, 그룹 차원의 연구개발 역량 강화를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같은 해 12월에는 삼성라이프사이언스펀드(Samsung Life Science Fund)를 통해 생성형 AI 단백질 설계 기업 제너레이트 바이오메디신스(Generate Biomedicines)에 투자했다. 이 펀드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전자 등이 공동으로 참여한 바이오 투자 펀드다. 해당 투자를 통해 AI 단백질 설계 기술 기반의 바이오신약 발굴 역량을 확보했다.

지난 6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프로티나와 서울대학교 연구팀이 참여하는 산업통상자원부 주관 국책과제에 공동 참여한다고 밝혔다. 과제명은 ‘AI 모델을 활용한 항체 바이오의약품 개발 및 실증’으로, 총사업비 약 470억원 규모로 진행된다. 과제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항체 신약 후보물질을 도출하고, 일부는 비임상 및 임상 1상 단계까지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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