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JW·대웅, AI 플랫폼으로 신약개발 체계 전환
데이터 통합·연합학습·생성형 AI로 후보물질 효율 극대화
연구개발부터 임상·의료현장까지 확장⋯'AI 제약기업' 도약

‘서울와이어’가 오는 14일 ‘AI 3대 강국, CEO들의 혁신 전략’을 주제로 ‘제6회 서울와이어 혁신포럼(SWIF·SeoulWire Innovation Forum)’을 개최한다. 인공지능(AI)은 더 이상 단일 기술이 아닌, 국가의 산업 구조와 안보 체계를 동시에 바꾸는 전략 자산이다. 이재명 정부가 주도하는 ‘AI 대전환’은 정부·기업·글로벌 파트너십이 결합된 초거대 프로젝트다. 블랙록·오픈AI·엔비디아로 이어지는 ‘AI 삼각 동맹’을 바탕으로, 정부는 AI 3대 강국 도약에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와이어’가 포럼에 앞서 AI를 둘러싼 한국 경제와 산업 생태계의 구조적 전환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핀란드가 의료데이터에 대한 민간의 접근성을 높인 후 화이자·머크·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잇따라 핀란드에 연구소를 설립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서울와이어=정윤식 기자] 전통제약사들이 인공지능(AI) 기반의 연구개발 플랫폼을 통해 신약탐색을 가속하고 있다. 여기에 후보물질 검증 기간을 단축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AI 기술이 신약 설계와 데이터 분석, 임상 예측 등 개발 전 과정에 적용되면서 제약업계의 연구 패러다임이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한미약품, JW중외제약, 대웅제약 등은 자체 AI 플랫폼을 구축하거나 글로벌 기술 기업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각사는 AI를 활용해 신약개발 속도를 높이고, 임상 성공률을 높이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체계를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AI 신약개발이 실질적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서 국내 제약 산업의 디지털 경쟁력도 부상하고 있다.

◆ 한미약품, AI 플랫폼 ‘HARP’로 신약개발 속도 3배↑

한미약품 전경.(사진=한미약품)
한미약품 전경.(사진=한미약품)

한미약품은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신약개발, 연구협업 등의 전사적 혁신을 추진하며 ‘AI 제약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하고 있다. 2025년 들어 AI 기반 신약 플랫폼을 상용화하고, 사내 디지털 인프라를 전면 업그레이드하며, 국가 AI 신약개발 프로젝트까지 주도적으로 참여 중이다.

한미약품은 지난 10월 개최된 2025 대한약학회 추계 국제학술대회에서 AI 기반 약물 설계 플랫폼 ‘HARP(Hanmi AI-driven Research Platform)‘를 활용해 비만치료 후보물질 ‘HM17321(LA-UCN2)‘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플랫폼은 단백질 구조 예측과 활성도 분석, 오믹스 데이터 학습을 결합한 통합 설계 시스템으로 소개됐다.

AI가 설계부터 검증 단계까지 개입함으로써 신약개발 과정의 효율성과 정확성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를 통해 한미약품은 신약 개발 기간을 약 30개월 이내로 단축했다고 보고했다. 후보물질 선별 속도는 기존 대비 약 3배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성과는 AI 기반 플랫폼이 신약개발 전주기 일부 단계에서 실질적인 결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HARP는 특정 질환에 한정되지 않고 대사질환, 항암, 희귀질환 등 다양한 영역의 적용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한미약품은 향후 AI 플랫폼을 통해 파이프라인 확대 및 개발 효율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해 8월 한미약품은 ‘K‑멜로디(K-MELLODDY)‘ 프로젝트에서 ‘신약 개발 데이터 활용 및 품질관리’ 분야의 주관 연구기관으로 선정됐다. 이 사업은 2024년부터 2028년까지 약 5년간 진행되며, 연합학습 기반의 AI 모델을 활용해 신약개발 비용과 기간을 단축하는 것을 핵심 목표로 한다. 프로젝트는 ▲플랫폼 구축 ▲데이터 활용 및 품질관리 ▲AI 솔루션 개발 등 3개 부문으로 구성되며, 총 26개 이상의 세부 과제가 진행 중이다. 

한미약품은 이 프로젝트에서 자사 보유 연구데이터를 전처리하고, 학습용 데이터의 품질을 개선하는 과제를 담당하고 있다. 또한 이 사업은 여러 제약사·연구소·병원이 각각 보유한 민감 데이터를 직접 공유하지 않고 연합학습 방식으로 AI 모델을 공동 학습하도록 설계됐다. 연합학습 모델 중에서는 ‘FDD(Federated Drug Discovery)’와 ‘FAM(Federated ADMET Model)’이 핵심 솔루션으로 거론되며, 한미약품도 해당 솔루션의 적용 및 활용 가능성에 참여 중이다. 

한미약품은 이번 프로젝트의 연구과제로 ‘신약 개발 AI 모델의 정확도 향상을 위한 고품질 데이터 제공 및 최적화’를 진행한다. 연합학습 플랫폼 내에서 다른 20여개 기관과 함께 한미가 보유한 데이터 제공 및 전처리 절차 수립, 데이터 품질 검증 등 AI 솔루션 개발에 필요한 전반적인 학습 데이터 관련 기술을 지원해 신약 개발 효율성을 증대시킬 계획이다.

◆ JW중외제약, 빅데이터 통합 AI 플랫폼 ‘JWave’ 공개

사진=JW중외제약
사진=JW중외제약

JW중외제약도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신약개발 역량 강화를 추진하며, 디지털 연구개발 체계 전환을 가속하고 있다. 2024년 하반기에는 자사 신약개발 빅데이터 시스템을 통합한 AI 플랫폼 ‘JWave’를 공개하고, 신약 후보물질 탐색 효율화를 위한 내부 R&D 프로세스를 정비했다. 이를 통해 데이터 기반의 신약 설계 및 후보물질 발굴 단계를 체계화하며 AI 제약기업으로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JWave는 JW중외제약이 수년간 축적한 화합물·세포주·오가노이드 데이터베이스 ‘Jewelry’와 생물학적 데이터 분석 플랫폼 ‘Clover’를 통합한 시스템이다. AI 모델이 화합물 구조와 생리활성 정보를 학습해 약효 예측과 독성 분석을 자동으로 수행하는 기능이 구현됐다. 이 플랫폼은 약 4만여개의 합성 화합물과 500여종의 세포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해, 선도물질 최적화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2024년 11월 JW중외제약은 미국 의료AI 기업 템퍼스AI(Tempus AI)와 협력해 항암 신약개발 연구를 공동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양사는 환자 임상데이터와 병리 이미지를 포함한 멀티모달 데이터를 활용해 후보물질의 반응성과 적합성을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 중이다. JW중외제약은 협력을 통해 AI 분석의 신뢰도를 높이고, 항암제 연구 초기단계에서 임상 전 검증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 대웅제약, 생성형 AI로 병원·임상 데이터까지 확장

대웅제약 사옥 전경.(사진=대웅제약)/서울와이어
대웅제약 사옥 전경.(사진=대웅제약)/서울와이어

대웅제약은 인공지능(AI)을 신약개발 전 과정에 적용하며 연구개발 체계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하고 있다. 이 기업은 2024년 자체 AI 신약개발 시스템 ‘DAISY(Daewoong AI System)’를 구축하고, 약 8억 종의 화합물 데이터를 포함한 분자모델 데이터베이스 ‘DAVID(Daewoong Advanced Virtual Database)’를 가동했다. 해당 시스템은 가상탐색, 단백질 도킹, ADMET(흡수·분포·대사·배설·독성) 예측 등 신약개발 초기 단계를 AI로 자동화해 효율성을 높였다.

2025년 4월 대웅제약은 고려대학교 안암병원과 AI 신약개발 기술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양측은 병원의 임상·유전체 데이터를 대웅제약의 AI 신약개발 플랫폼과 연계해 후보물질 발굴 및 검증 연구를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AI 기반 후보물질 선별 정확도를 높이고, 신약개발 과정의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목표다.

대웅제약은 신약개발을 넘어 의료현장으로도 AI 활용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2025년 6월에는 생성형 AI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병원 솔루션 구축을 위해 기술 스타트업 및 의료기관과 협약을 맺었다. 음성 기반 전자의무기록(EMR) 자동화와 환자 데이터 분석 기능을 통합해 연구데이터 확보와 임상연계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대웅제약은 앞선 시스템을 중심으로 항암·대사질환 등 주요 질환 영역에서 AI 기반 후보물질 탐색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플랫폼 고도화를 위해 외부 연구기관 및 기술기업과의 협업을 추진하며, 데이터 처리·모델 학습 인프라를 개선 중이다. 여기에 AI 기술을 신약개발의 핵심 경쟁력으로 삼아 연구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차세대 혁신신약 창출을 위한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