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부터 시공까지 AI가 통합관리, 데이터가 '엔진'되는 현장
대형 건설사, 하자·탄소절감·품질관리까지 AI 기술 실증 확산
중소사, 디지털 전환은 더뎌… 현장 표준화·제도 지원이 과제

'서울와이어'가 오는 14일 'AI 3대 강국, CEO들의 혁신 전략'을 주제로 '제6회 서울와이어 혁신포럼(SWIF·SeoulWire Innovation Forum)'을 개최한다. 인공지능(AI)은 더 이상 단일 기술이 아닌, 국가의 산업 구조와 안보 체계를 동시에 바꾸는 전략 자산이다. 이재명 정부가 주도하는 'AI 대전환'은 정부·기업·글로벌 파트너십이 결합된 초거대 프로젝트다. 블랙록·오픈AI·엔비디아로 이어지는 'AI 삼각 동맹'을 바탕으로, 정부는 AI 3대 강국 도약에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와이어'가 포럼에 앞서 AI를 둘러싼 한국 경제와 산업 생태계의 구조적 전환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사진=챗지피티 생성
사진=챗지피티 생성

[서울와이어=안채영 기자] 국내 건설업계가 더 이상 하청·인력 중심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AI 기술이 설계단계부터 시공·품질관리·입주 후 관리까지 연결되면서 ‘데이터형 건설’이라는 새로운 운영체제로 변모하고 있다.

현장은 더 이상 도면과 경험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축적된 수백만건의 시공데이터를 학습한 인공지능이 설계안을 검토하고, 공정 일정을 조정하며, 입주 후 발생할 하자 가능성까지 미리 예측하는 시대가 열렸다.

◆설계부터 공정까지 ‘AI 엔진’ 주도

AI는 설계부터 공정까지 전 단계를 연결하는 핵심 엔진으로 자리 잡았다. DL이앤씨는 자사 플랫폼인 ‘DL-AiC’을 통해 공정 일정과 자재 투입을 시뮬레이션하고 있다. AI가 과거 프로젝트 데이터를 학습해 최적의 시공 순서와 장비 배치안을 제시하며, 공정별 리스크 지표를 자동 계산해 관리자에게 실시간으로 전달한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대형 복합개발사업과 해외 플랜트 현장에 ‘디지털 프로젝트 통합관리 시스템(DPMS)’을 도입해 설계·시공·유지관리를 3D와 AI 기반으로 연결한다.

이 시스템으로 과거 20만건의 현장 데이터를 학습해 공정 지연이나 자재 납기 문제를 최대 15일 전 탐지하고 수집된 데이터를 실시간 반영해 공정 관리 정확도를 기존 70%에서 95% 이상으로 높였다. 업무 효율도 평균 30% 개선됐고 자재 낭비율은 18% 절감됐다.

◆하자 ‘제로’ 도전… 품질관리도 AI 몫

GS건설은 자체 ‘AI 하자예방 플랫폼’으로 AI 기반 품질관리의 실효성을 입증했다. 시공 단계별 하자 발생 요인을 실시간 예측하며 자재 투입, 온도·습도, 작업환경 데이터를 분석해 하자 가능성을 미리 탐지하고, 즉각적인 개선방안을 제안한다. 그 결과 플랫폼을 도입 이후 최근 1년간 ‘하자 판정 0건’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AI 기반 설계도면 검토 시스템 ‘AI 구조도서 검토시스템’을 자체 개발해 특허를 획득했다.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설계 도면의 오류를 자동 탐색·보정한다. 반복적이거나 고위험 작업 구간에서 산업재해를 예방한다.

포스코이앤씨는 AI 드론 영상 분석 시스템을 적용해 외벽 균열이나 콘크리트 손상을 자동 탐지하고 있다. 드론 촬영 영상을 AI가 자동 분석해 이상 지점을 표시하고, 검수 시간을 절반으로 단축해 품질검수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모두 개선했다. 이처럼 AI는 단순한 자동화 도구를 넘어 ‘품질 리스크 제로’를 향한 핵심 수단이 되고 있다.

 GS건설이 개발한 ‘하자 예방 플랫폼’을 활용해 시공중인 현장 직원에게 주요 하자 유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GS건설
 GS건설이 개발한 ‘하자 예방 플랫폼’을 활용해 시공중인 현장 직원에게 주요 하자 유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GS건설

◆친환경, 탄소 절감까지… AI 확장

대우건설은 AI 콘크리트 혼합비 최적화 시스템을 실증하고 있다. 온도, 습도, 기후 데이터를 입력해 콘크리트 배합비를 자동으로 조정해 품질을 유지하는 동시에 탄소 배출량을 줄인다. 품질관리뿐 아니라 환경관리의 도구로 확장되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도 AI 기반 콘크리트 품질예측 시스템을 개발해 배합 설계·강도 예측·양생관리를 종합 지원하고 있다. 공정 속도나 비용 절감을 이유로 기준 미달의 저강도 콘크리트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구조적 안전성과 내구성 저하 등 품질 관리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시스템으로 AI가 배합·양생 정보를 학습해 시공 전에 콘크리트의 강도와 내구성을 미리 예측해 혹한기나 열악한 환경에서도 시공 품질의 균일성을 높였다.

◆입주 후까지 ‘데이터형 주거관리’

입주 이후의 관리와 유지보수 단계까지 AI가 접목된다. 현대건설은 주거 브랜드 ‘디에이치’ 단지에 AI 기반 ‘네오 리빙(NEO LIVING)’ 시스템을 적용했다. 입주민의 생활패턴, 건강·환경 데이터를 기반으로 조명·공기질·에너지 사용량을 자동 제어한다. 앞으로는 하자관리·입주민 서비스까지 플랫폼으로 통합 운영할 계획이다.

이처럼 AI를 통한 설계·시공·품질관리·입주관리 전 단계를 잇는 데이터 중심의 ‘운영체제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다. 다만 대형사 중심의 기술 적용이 진행 중인 반면, 중소·중견 건설사 현장에서는 데이터 축적과 AI 도입이 더딘 것이 현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규모 건설사는 여전히 종이·엑셀 중심 기록관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AI 기반 품질관리 기술이 현장 전반에 확산되기 위해서는 데이터 표준화, 현장 인력의 디지털 역량 강화, 제도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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