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격형 성장 종결 선언… 새로운 산업 설계 필요성 제기
현장 전문가 중심 구조 강조… 한국 산업 전환 방향 모색
AI 시대 핵심은 기술이 아닌 '질문'… 개념설계 역량 부상

[서울와이어=최찬우 기자] “현재 우리는 실행이란 관점에서 당장 중국을 뛰어 넘기는 힘들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 개념설계를 보고 만드는 것이 아닌 제시를 해야한다.”
이정동 서울대학교 공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4일 서울 더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6회 서울와이어 혁신포럼(2025 SWIF·SeoulWire Innovation Forum)’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번 포럼은 ‘AI 3대 강국, CEO들의 혁신 전략’을 주제로 AI 대전환 시대 한국 산업의 방향성을 짚기 위해 마련됐다.
이 교수는 한국 산업의 지난 수십년을 “추격형 성공 모델”로 규정했다. 한국은 선진국이 설계한 개념을 충실히 실행하며 반도체·디스플레이·자동차 산업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키워왔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그는 “실행 역량만으로는 더 이상 생존이 어렵다”며 “기존에 공개된 기술을 보고 만드는 것은 세계 최고지만 새로운 기술을 제시하는 것은 아직 부족하다”고 실행 측면에서 중국의 압도적 속도를 지적했다.
그는 한국이 앞으로 나아갈 길을 ‘새로운 개념설계’로 요약했다.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처음으로 질문을 던지는 능력, 즉 미래 산업의 규칙을 새로 짜는 질문을 제시하는 역량이 기술 선도국으로 도약하는 유일한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AI 시대에도 이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현재 기업들은 AI 기반 신사업 발굴에 몰두하고 있지만 AI 활용의 본질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무엇을 묻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이어 이 교수는 AI 시대의 혁신이 현장 전문가 중심 재편이 중요하고 말했다. AI 전문가가 아닌 산업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도전적인 질문을 던지고 AI는 그 질문을 해결하는 도구가 돼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AI를 “현장 질문을 가장 강력하게 해결해주는 범용 기술”로 규정했다.
이 교수는 “AI시대는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불편함을 인지하고 일을 어떻게 편하게 바뀔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우리 사업에서 더 중요한 건 AI 전공자가 필요한게 아닌 AI를 쓰고 싶다는 문제를 말하는게 훨씬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는 서울대학교가 추진 중인 그랜드 퀘스트(Grand Quest) 프로젝트도 소개했다. 이 프로젝트는 “뚜렷한 해법은 없지만 미래 산업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질문”을 찾는 실험으로 ▲집적회로 기반 양자컴퓨팅 구현 가능성 ▲보편인공지능(AGI) 제어 기술 등 기존 기술 규범을 넘어서는 10대 도전 과제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국 산업이 그동안 선진국의 설계를 빠르게 구현하는 능력으로 성장해왔다면 AI 시대에는 이러한 추격형 모델로는 경쟁우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 교수의 일관된 진단이다.
그는 산업의 틀을 다시 짜는 질문을 던지는 능력, 즉 개념설계 역량이 앞으로 한국 산업의 생존과 도약을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포럼은 산업계와 학계 리더들이 참석한 가운데 AI 시대의 기술 전략과 산업 구조 전환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로 마무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