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베 협력 확대·신규 조선소 검토 등 독자 생산기반 구축 포석
中 지정학적 리스크 ↓· 베트남서 인건비 물류비 등 원가경쟁력 'UP'
글로벌 포트폴리오 재편...유조선·범용선 중심 건조 흐름 확대

[서울와이어=최찬우 기자] 삼성중공업이 베트남을 새로운 글로벌 생산기지로 삼기 위한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의 규제 강화와 원가 부담, 미·중 리스크가 겹치면서 ‘포스트 차이나(Post-China)’ 전략을 본격 가동하는 모양새다.
국내 조선업계가 고부가 선종은 국내에서, 범용 선종은 해외에서 분업하는 이원화 구조로 전환하고 있지만 삼성중공업은 베트남 현지 조선소 설립과 파트너십 확대를 통해 가장 공격적으로 글로벌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선 기업으로 평가된다.
◆베트남 생산거점 구축 수순
1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지난 5~6일(현지시간) 호찌민시 롱안국제항에서 열린 ‘2025년 한국-베트남 해양기술 연계 국제회의(KVOTC 2025)’에 참석해 현지 에너지·조선 기업들과 연이어 협력 논의를 진행했다.
이 행사에는 베트남해사청(VINAMARINE), 부산항만공사 등 국내외 주요 기관이 대거 참석하며 한-베 해양산업 협력 구도가 한층 강화되는 분위기다.
삼성중공업은 이번 회의에서 한-베 해양산업의 구조적 변화와 미래 전략을 공유하고 베트남 현지 기업들과 공동 프로젝트 가능성을 적극 타진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중공업이 베트남에서 신규 조선소 부지를 검토 중인 만큼 이번 만남이 선박 위탁건조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독자적 생산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중공업의 베트남 행보는 전략적 확장 기조의 연장선으로 평가된다. 올해 들어 베트남 국영 에너지 그룹 페트로베트남과 조선 협력 프로그램을 추진키로 합의한 뒤 현지 사업 파트너 물색이 속도를 내면서 베트남 조선 생태계를 기반으로 한 생산 체계 구축이 현실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삼성중공업이 라이베리아 선주로부터 수주한 원유운반선 3척을 베트남 페트로베트남 산하 조선소(PVSM)에서 건조하기로 한 결정은 베트남 조선업과의 직접적 분업 체계가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글로벌 분업 구조 재편 가속
동남아 거점 확장은 급변하는 글로벌 조선시장 환경에 대한 대응 전략으로 풀이된다. 중국 조선소들의 인건비 상승과 각종 규제 강화,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치면서 기존 ‘중국 하청’ 전략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원유운반선·아프라막스급·수에즈맥스급 등 범용 선종 분야에서 한국 조선사의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낮아 해외 저비용 조선소와의 연계가 필수라는 인식이 채택됐다.
최근 글로벌 유조선 발주가 살아나면서 삼성중공업의 베트남 전략에도 힘이 실린다. 국내를 비롯한 여러 글로벌 조선사들이 범용 선종을 동남아 현지에서 건조하는 추세가 확대되면서 삼성중공업이 유조선 물량 일부를 베트남에서 생산하기로 한 결정도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받아들여진다.
업계에서는 베트남 조선소를 활용한 글로벌 분업 구조가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국제해사기구(IMO)의 해운 탄소 규제 프레임워크가 예상보다 늦춰지면서 기존 연료 기반 선박 수요가 유지되고 있는 점 역시 동남아에서의 생산 수요 강화로 연결되고 있다.

◆생산 거점 실익 기대
삼성중공업이 베트남에 신규 조선소를 설립할 경우 기대되는 효과도 분명하다. 중국 중심의 생산 구조에서 벗어나면 지정학적 리스크를 줄일 수 있고 베트남의 인건비·부지비·물류비 메리트를 활용해 원가 경쟁력도 높아진다.
아울러 미국과 유럽에서 대중국 규제가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 베트남 생산 기지를 확보하면 ‘공급선 다변화’ 효과까지 기대돼 주요 수출 시장 대응 능력이 한층 탄력적으로 바뀔 전망이다.
글로벌 조선업계는 내년부터 본격적인 발주 회복기를 맞을 전망이다. 중형선·범용선 위주로 물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삼성이 베트남에 새 조선소를 세울 경우 글로벌 조선 공급 체계에서 한국 조선사의 점유율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유력한 기반이 될 것이란 관측도 힘을 얻는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대체 생산기지를 미리 확보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격차가 앞으로 5년 안에 결정적으로 벌어질 것”이라며 “삼성중공업이 베트남을 축으로 삼아 글로벌 경쟁력을 재정비하는 흐름은 국내 조선업 전체의 체질 개선과도 연결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