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 집중이 만든 충격… HMM, 수익 기반 흔들
선대 구성의 유연화 전략… 글로비스·팬오션이 갈랐다
LNG·특수화물로 안정성 확보… 장기 전략이 생존 좌우

[서울와이어=최찬우 기자] 국내 해운사들의 올해 3분기 실적이 극명하게 엇갈리며 선종 편중 구조의 취약성이 다시 드러났다. 시황 충격보다 포트폴리오 구성의 차이가 실적 격차를 키웠다는 평가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MM의 3분기 영업이익은 296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9.7% 급락했다. 매출액 역시 23.8% 줄어든 2조7064억원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교역량이 위축되자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은 곳은 컨테이너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HMM이었다. 미·중 갈등 심화로 화물 흐름이 둔화되면서 컨테이너 운임은 1년 새 반토막이 났고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0% 가까이 축소됐다.
수송량을 끌어올려도 운임 하락 폭을 상쇄할 수 없었고 연료비·항만비 등 비용 증가가 겹치며 수익성은 급격히 악화됐다. 매출의 80% 이상을 한 선종에 의존하는 구조 자체가 시황 하락을 고스란히 실적으로 받아들이는 결과로 이어진 셈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 국면에서도 현대글로비스는 사상급의 해운 부문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글로비스 자동차운반선(PCTC)에 기반한 기존 모델에서 벗어나 전기차 수송 확대(중국향 포함), 비계열사 물량 증대, 브레이크벌크·방산 장비 운송 시장 진입 등으로 선대 활용도를 극대화해왔다.
그 결과 해운 부문 영업이익은 80% 넘게 증가했고 전체 사업군 중 처음으로 실적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자동차운반선을 다층 구조의 특수화물선처럼 전환 활용한 전략이 돋보였다. 선박을 어디에 투입하느냐에 따라 수익 모델을 달리할 수 있는 유연성이 실적 방어선이 된 것이다.
현재 현대글로비스는 PCTC을 활용한 특수화물 운송에서 존재감 확대에 나섰다. 최근에는 폴란드로 K2 전차 20대와 K9 자주포 21문을 잇달아 운송하며 방산 물류 역량을 입증했다.
올해 상반기 K2 전차 124대, K9 자주포 60문을 유럽 각지로 배송했고 현지 내륙 운송은 자회사 아담폴이 맡아 E2E(엔드 투 엔드) 통합 물류 체계를 완성했다. 전차·철도차량 등을 크레인 없이 선적할 수 있는 다층 밀폐형 PCTC 구조는 충격·보안 리스크를 최소화해 방산 화물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드라이벌크 시황은 글로벌 공급 과잉으로 장기 침체에 들어갔고 컨테이너·탱커도 모두 수익성이 낮아졌다. 그럼에도 팬오션의 실적 변동 폭이 크지 않았던 이유는 액화천연가스(LNG) 운송 사업의 장기계약 기반 덕분이다.
LNG 부문 영업이익은 1년 새 3배 이상 증가했고 올해 누적 매출은 이미 지난해 실적을 넘어섰다. 시황에 흔들리는 산업 가운데서도 장기 계약·고정 운임이라는 구조적 안정성이 불황을 방어하는 데 얼마나 유효한지 다시 한번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업계 시선은 경기 둔화보다 컨테이너시장의 구조적 공급 과잉에 더 무게가 실린다. 2027부터 2028년까지 이어질 장기 수급 불균형이 이번 실적 부진의 본질적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시황이 좋아지기를 기다리는 방식으로는 버티기 어렵다”며 “현재는 선대 포트폴리오와 장기계약 비중이 실적을 결정하는 더 근본적인 지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