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하디 상상하며 집필했으나 '벌크업한 남궁민'에게 놀라
유제이역 김지은, 신인이라 보기 어려울 만큼 연기 훌륭해
'국정원 개혁'이라는 일관된 주제가 가장 큰 의미로 다가와
상상력이 미치지 못한 영역에 제 발자국 남기는 것이 목표

[인터뷰 ②에서 이어집니다]

[서울와이어 글렌다박 기자] MBC 금토 드라마 ‘검은태양’은 창사 60주년 특별기획이 무색하지 않게 150억원이라는 대규모 제작비와 인력이 투입돼 만들어진 압도적인 세트 공간, 극중 국정원 내 세력 간의 보이지 않는 다툼, 내부 배신자를 찾는 자와 흑막을 표현하는 캐릭터 하나하나가 뛰어난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특히 배우 남궁민은 14㎏을 증량해 국정원 엘리트 요원인 주인공 ‘한지혁’을 완벽히 구현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외에도 신인답지 않은 섬세한 연기력을 보여준 김지은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중견 배우인 장영남, 이경영, 김종태, 김도현, 유오성 등 출연진 모두 극상의 연기력을 펼치며 극을 풍성하게 채웠다. ‘검은태양’의 시나리오 집필자 박석호 작가와 진행한 서면 인터뷰를 통해 ‘검은태양’의 촬영 및 캐스팅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검은태양' 주인공 '한지혁' 역의 배우 남궁민. 사진=MBC 금토드라마 '검은 태양' 제공
'검은태양' 주인공 '한지혁' 역의 배우 남궁민. 사진=MBC 금토드라마 '검은 태양' 제공

-‘검은태양’의 대본을 집필하며 ‘한지혁’ 역을 맡았으면 좋겠다는 배우가 있었나요?

"주인공 '한지혁'은 건장한 체격에 거친 인상의 현장 요원이라는 설정이었기 때문에 한국 배우보다는 톰 하디 같은 외국 배우를 떠올리면서 대본을 썼습니다. 이후에 남궁민 배우가 배역을 맡게 된 후 체격을 놀라울 정도로 벌크업 해주셔서 제가 상상했던 '한지혁' 캐릭터를 완벽하게 구현해주셨습니다."

'검은태양' 주인공 '한지혁' 역의 배우 남궁민. 사진=MBC 금토드라마 '검은 태양' 제공
'검은태양' 주인공 '한지혁' 역의 배우 남궁민. 사진=MBC 금토드라마 '검은 태양' 제공

-'믿보배' 남궁민을 비롯해 경력이 다분한 중견 배우가 많이 기용됐지만 주인공 '한지혁'의 파트너 '유제이' 역에 신인 김지은 배우를 기용한 것은 파격적으로 느껴집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역할이 국정원 요원이다 보니 기성 배우의 이미지가 몰입을 방해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기획 초기부터 ‘될 수 있으면 새로운 얼굴을 쓰자’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유제이' 역할은 신인 배우가 연기하기 쉬운 캐릭터는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정보를 전달하는 길고 어려운 대사가 많았고, 캐릭터의 방향 전환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게다가 상대 역할 대부분이 중견 배우였고요. 그런 점들을 고려한다면 훌륭한 연기를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마지막 회차에서 아버지 ‘유준만’(유오성 분)을 부여잡고 오열하는 장면에서 울컥했다는 주변 반응이 많았습니다."

'검은태양'의 국정원 요원 '유제이' 역의 배우 김지은. 사진=MBC 금토드라마 '검은 태양' 제공
'검은태양'의 국정원 요원 '유제이' 역의 배우 김지은. 사진=MBC 금토드라마 '검은 태양' 제공

-캐스팅 과정에서 특별한 일화가 있는지요?

"'서수연'과 '장천우' 캐릭터의 경우 대본상 비중이 크지 않은 역할이었기에 박하선, 정문성 같은 훌륭한 배우들이 맡아 주실 거라고는 전혀 예상 못했습니다. 배우들의 캐스팅 소식을 듣고 캐릭터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 인물들의 전사를 대여섯 장씩 써서 드렸습니다. 본편에서 배우들의 활용이 아쉽다고 생각할 때쯤 스핀오프 제작이 확정됐다는 소식을 들었고, 망설임 없이 '서수연'과 '장천우'의 과거 이야기에 대한 기획을 떠올렸습니다."

'검은태양'의 국정원 요원 '서수연' 역의 배우 박하선과 '장천우' 역의 배우 정문성. 사진=MBC 금토드라마 '검은 태양' 제공
'검은태양'의 국정원 요원 '서수연' 역의 배우 박하선과 '장천우' 역의 배우 정문성. 사진=MBC 금토드라마 '검은 태양' 제공

-캐스팅 단계에서는 예상치 못했는데 반전의 연기력을 보여준 연기자가 있었나요?

"배우 대부분은 다른 작품을 통해 많이 접했기 때문에 예상하는 바와 충분한 기대치가 있었습니다. 반면 김도현 배우는 전작인 '스토브리그'라는 작품밖에 보지 못했는데 제가 상상했던 이미지와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는 '하동균' 역을 연기 해주셔서 매우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처신이 빠르고 느물거리지만 그와 동시에 연민이 느껴져야 하는 '하동균' 역할을 멋지게 표현해주셨습니다. 이외에도 모든 배우께서 빈틈없는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셨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검은태양'의 국정원 요원 '하동균' 역의 배우 김도현. 사진=MBC 금토드라마 '검은 태양' 제공
'검은태양'의 국정원 요원 '하동균' 역의 배우 김도현. 사진=MBC 금토드라마 '검은 태양' 제공

-'검은태양'을 집필하며 가장 어려웠던 점과 방영이 끝난 현재 가장 보람있게 느껴지는 점은 무엇인가요?

"자칫 무겁고 심각하게 느껴질 수 있는 ‘국정원 개혁’이라는 주제를 일관되게 그려나간 점이 가장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만약 앞으로 ‘국정원’ 소재 드라마를 다시 하게 되면 이런 부분에 대한 부채 의식 없이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검은태양'의 스핀오프 '뫼비우스 검은태양' 포스터. 사진=MBC 금토드라마 '검은 태양' 제공
'검은태양'의 스핀오프 '뫼비우스 검은태양' 포스터. 사진=MBC 금토드라마 '검은 태양' 제공

-드라마 작가 '박석호'라는 이름 석 자를 크게 각인시키는 기반을 만들었는데요.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하고 싶으며 어떤 작가가 되고 싶은가요?

"어려서부터 스티븐 킹의 소설과 환상특급 같은 드라마를 보면서 자랐습니다. 일반적인 장르의 틀로 규정할 수 없는 새로운 세계관과 설정을 담은 작품을 쓰고 싶습니다. 다른 이들의 상상력이 미치지 못한 하얀 눈밭 같은 미지의 영역에 제 발자국을 남기고 싶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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