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달들어 12%↑…8만원대 회복
반도체업황 개선 기대감에 외인 수급 몰려
내년 D램가격 상승 등으로 외형 성장할 것

[서울와이어 김민수 기자] 삼성전자가 돌아왔다. 6만 전자라는 조롱을 받은 지 70여일 만에 8만원대를 회복했다. 올 한해 부진했던 반도체 등이 12월 들어 국내 증시 주도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서는 내년 글로벌 반도체 업종의 매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며 삼성전자 주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오후 3시 코스피시장에서 전거래일 대비 0.88% 오른 8만500원에 거래됐다. 지난 8월10일(장중 고가 8만2400원) 이후 처음으로 전날 장중 한때 8만원까지 상승했다.
올 초까지 ‘10만전자’를 향해 달리던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10월13일 6만8800원으로 밀렸다. 하지만 이달 들어 전날까지 12.06% 상승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안개 걷히자 외국인 수급 늘어
삼성전자 주가 상승의 숨은 주역은 외국인투자자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의 회복 기대감이 살아나자 외국인은 반도체 업종 위주로 쓸어 담기 시작했다.
전날 외국인은 1286억원가량의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달 들어선 2조5783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같은 기간 개인이 차익실현에 나서며 2조6587억원을 순매도한 것과 대조적이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증시 상대 성과를 결정하는 주요한 변수인 외국인의 반도체향 시각이 우호적인 만큼, 한국 증시는 상대 수익률 회복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반도체 업황에 대한 전망이 긍정적으로 바뀌자 투자 흐름도 돌아선 것으로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1~2분기에 D램 가격이 바닥을 친 뒤 하반기부터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박성순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3분기 반도체시장의 가장 큰 악재였던 부품 부족 상황은 전 분기 대비 일부 개선됐다”며 “수요가 살아난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업체의 내년 자본적지출(CAPEX)을 감안하면 서버고객의 내년 상반기 재고 조정 강도는 시장 우려보다 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내년 D램 공급 증가 가능성이 제한적인 만큼 하반기에 수요가 회복되면서 D램 가격이 반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미국 반도체기업 마이크론의 호실적이 주가 상승에 힘을 보탰다. 마이크론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지난 9~11월 매출이 76억9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 늘었다고 발표했다. 주당순이익(EPS)은 2.16달러로 시장 추정치를 웃돌았다.

◆삼성전자 다시 ‘9만전자’ 갈까
내년 삼성전자 주가에 대한 평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증권사들은 회사의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이수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 4분기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 하락 폭은 제한적이고, 내년 3분기에는 D램 반도체 가격이 업사이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비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파운드리 사업부문 영업이익률이 10% 중반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신증권은 파운드리 판매가격의 상승과 5나노 반도체의 매출 실적 반영을 기대하면서 삼성전자 기존 목표주가보다 20% 높은 12만원을 제시했다.
선단공정으로 불리는 10나노 이하의 파운드리와 자체 생산 메모리 솔루션 제공이 가능한 업체는 삼성전자가 유일하다며 내년을 파운드리 외형 본격 성장의 해로 보는 시각도 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AMD의 Milan-X, 애플의 M1 등 고성능 단일 칩의 형성과 클라우드와 자율주행 업체들의 자체 칩 디자인 수요 증가로 파운드리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내년 5나노 공정의 수율 안정화에 이어 2023년 게이트올어라운(GAA) 기술 기반 3나노 양산을 통해 선두업체와의 격차를 좁혀가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목표주가를 기존보다 2000원 높은 8만4000원으로 제시했다. 이 외에 케이프투자증권은 목표주가 10만5000원을 유지했고,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각각 10만원, 9만6000원을 내놓았다.
한편 아직 대외적 위험이 남은 상황에서 조심스러운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박성순 연구원은 “최악의 상황은 이미 통과했지만 코로나19 재확산, 부품 수급난 이슈 등 대외적인 리스크 요인들이 여전히 남았다”며 주의를 요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