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가입해도 보험금 청구시 비례보상
개별 한도 초과 청구 시 한도 늘어나기도
보험료 낭비 막기 위해 계약 중지해야

[서울와이어 주해승 기자] 실손의료보험 중복가입에는 두 얼굴이 있다. 통상 실손보험을 두 개 가입한 사람과 하나를 가입한 사람은 비례보상으로 똑같은 금액의 보험금을 받기 때문에 중복가입은 불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고액사고의 경우 두 개를 가입한 사람이 득이 되는 경우도 있다.
중복가입자가 보험금을 소액으로 청구할 시 보상금액에 차이가 없지만 개별 실손보험 한도를 초과할 만큼 고액을 청구하는 경우 보상 한도가 높아지는 등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중복가입자가 단순히 보험료를 이중으로 낸다고 해서 보험금을 두 배로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입자가 입원 치료비로 100만원이 나온 경우 자기부담금을 20% 기준으로 80만원을 보험사로부터 보상받는데, 각 계약의 보상책임액에 비례해 80만원을 두 보험사에서 나눠 40만원씩 받게 된다. 그저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만 높아지는 것이다.
그러나 고액을 청구할 경우 양쪽에서 보험금을 추가로 받아 이익이 될 수 있다. 만약 개인실손보험과 단체실손보험에서 통원치료시 보장한도가 각각 20만원인 경우 최대 40만원 수준에서 실제 부담한 의료비를 보장받을 수 있는데, 실손으로 청구하는 비용이 50만원 발생한 경우 40만원까지 보장이 가능하다. 한도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는 셈이다.
다만 고액사고만을 고려해 매달 보험료를 이중으로 부담하면 결국 손해가 누적되는 만큼, 금융당국은 계약의 중지·해지로 보험료 낭비를 막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손보험 중복가입자는 꾸준히 130~140만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단체-개인 중복가입자는 124만명1000명이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실손보험 중복가입 현황을 파악을 위해 신용정보업 감독업무 시행 세칙을 예고했다.
회사 단체 가입 등으로 실손보험을 이중, 삼중으로 가입하는 사람들이 계속 나오면서, 이들의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함이다. 세칙에 따라 보험사는 실손보험의 반기별 중복 가입자 수, 지급 보험금 구간별 피보험자 수 등을 업무보고서로 제출해야 한다.
2010년부터 보험업법에는 '중복계약 체결 확인 의무'가 실려있다. 설계사가 보험의 중복가입 여부를 확인해주는 의무 사안으로, 이를 모르고 추가로 가입했다면 불완전 판매로 납입한 보험료를 모두 되돌려 받을 수 있다.
단체-개인 중복가입자의 경우, 대부분 회사에서 보험료를 전액 부담하므로 개인실손을 해지하기보다 중지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단체 실손보험은 유지하고, 개인 실손보험료의 보험료 지급을 중단하는 것이다. 보험을 무작정 해약하게 되면 추후 재가입을 원할 때 다시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중지제도를 활용하면 심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다만 기존 가입했던 상품이 아닌 재개 시점에 판매되는 상품으로 가입된다. 한 예로, 자기부담금이 0%인 1세대 개인실손 가입자가 개인실손을 중지한 후, 올해 퇴사로 재가입을 할 경우 자기부담금 20~30%의 4세대 실손으로 가입하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실손보험 중복가입자들은 매년 늘어가고, 피해를 막을 관련 제도를 모르거나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서 "금융당국은 물론, 보험사들도 나서서 관련 제도를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