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M인수+솔리다임사업 점진적 통합 준비
비메모리·SSD·AI반도체 등 미래먹거리 확보

[서울와이어 한동현 기자]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이 비메모리 반도체분야 확장을 위해 영국 반도체 설계전문기업 ARM의 공동 인수를 추진한다. 박 부회장의 공격적인 투자행보가 글로벌시장 확장에 성공할지 관심이 모인다.
박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정기주주총회 후 ARM 인수에 대한 의견을 공개했다. 그는 이날 "솔리다임과 SK하이닉스의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사업을 점진적으로 통합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며 "이를 통해 글로벌 운영 체계를 강화하고 낸드사업을 더욱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파트너사들과 컨소시엄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28일 열린 SK스퀘어 주주총회에서도 ARM 인수 의향을 밝혔다. 박 부회장은 “ARM도 사고는 싶으나 꼭 최대 지분을 사서 컨트롤하는 걸 목표로 하지 않아도 된다”고 언급했다. 두 차례에 걸쳐 ARM 인수 의사를 밝힌 만큼 박 부회장의 의지는 확고하다고 볼 수 있다.
박 부회장은 비메모리사업에 힘을 싣기 위해 ARM 인수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ARM은 삼성전자와 애플, 퀄컴 등이 개발·판매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반도체 설계 핵심 기술을 다수 보유했다. SK하이닉스가 파운드리사업으로 성과를 내지만 삼성전자, TSMC, 인텔 등 경쟁사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ARM 인수는 비메모리 파운드리사업이 성장한계에 부딪히기 전에 새로운 탈출구가 될 수 있다.

최근 다시 품에 안은 키파운드리로 파운드리 역량과 ARM의 반도체 설계를 더한 시너지도 낼 수 있다. 공정위는 30일 SK하이닉스가 키파운드리를 인수하는 건을 심사한 결과 시장 경쟁 제한 우려가 없다고 판단해 이를 승인했다. SK하이닉스는 매그너스반도체로부터 키파운드리 주식 100%를 약 5758억원에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지난해 12월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박 부회장이 적극적으로 비메모리부문 확장을 진행하면서 그 외 사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그는 SSD와 인공지능(AI)반도체 등의 기반을 다지는 중이다. 특히 SK하이닉스 외 SK텔레콤 등 그룹사들과의 협력이 가능한 AI반도체사업은 박 부회장이 그룹 미래 먹거리로 선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부회장이 추진 중인 대표 사업 중 하나인 AI반도체는 선진국들이 신성장동력으로 꼽는 미래 산업이다. 이 산업은 빅데이터 분석과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등 복잡하고 방대한 정보 처리에 필요한 반도체 생산에 주력한다. 최근 코트라(KOTRA)의 ‘미래 신산업 핵심동력, 미국의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AI 기반 산업이 확대되면서 학습과 추론 등 인공신경망 알고리즘에 최적화된 전용 반도체 필요성이 증대됐다.
박 부회장은 AI반도체사업을 그룹 핵심 먹거리로 보고 SK스퀘어,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이 공동투자한 ‘사피온’에 집중한다. 회사는 글로벌 AI반도체기업으로 AI 반도체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한국법인 사피온코리아를 자회사로 뒀다. 박 부회장 사피온에 800억원 규모의 초기(시리즈A) 공동투자를 하며 전폭적인 지원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파운드리로 성과를 내고 있으나 시장 상황을 보고 그 다음을 준비하는 중”이라며 “박 부회장이 ARM과 키파운드리로 비메모리에 힘을 주는 동시에 그룹 차원에서 AI반도체를 준비하는 등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