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기준금리 0.25%포인트 역전… 2020년 2월 이후 처음
7월 FOMC 결과 시장에 우호적 투자환경 제공 가능성 주목
한은, 비상회의서 '금리차 역전에 따른 금융시장 영향' 발표

미국 연준이 27일(현지시간)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발표했다. 지난 6월에 이어 연속으로 자이언트 스텝을 이어간 긴축행보에 외국인 투자금 유출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 나오고 있지만, 정작 시장은 파월 의장의 금리속도 둔화 가능성 발언에 주목하며 강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연준이 27일(현지시간)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발표했다. 지난 6월에 이어 연속으로 자이언트 스텝을 이어간 긴축행보에 외국인 투자금 유출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 나오고 있지만, 정작 시장은 파월 의장의 금리속도 둔화 가능성 발언에 주목하며 강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또다시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면서 한미 기준금리가 약 2년 반 만에 역전됐다. 예상했던 시나리오지만 당장 한국은행의 '빅스텝' 가능성부터 국내 증시와 환시, 수출 전선까지 시장 전반에 불안감이 감돈다. 다만 외국인 자본유출보다는 원화 가치 하락과 물가급등, 무역적자 등으로 인한 경기침체가 더 우려되는 상황이다. 뒤집힌 한미금리가 몰고 올 국내시장의 영향을 진단해 본다. [편집자주]

[서울와이어 김민수 기자]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또다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해 국내증시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2년여 만에 한미 기준금리 역전이 현실화되면서 자본유출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예상 수준의 FOMC 회의 결과보다 향후 연준이 금리 인상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시사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28일 한국거래소에서 오전 10시 기준 코스피는 전장 대비 26.75포인트(1.11%) 오른 2442.28을 가리켰다. 이날 새벽 연준의 금리 인상 발표가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일부 우려와 달리 1% 가까이 상승 출발한 지수는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수세에 힘입어 상승 폭을 키우는 모양새다. 

◆ 연준 긴축 속도 둔화 기대감이 긍정적 작용

이번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2년5개월만에 미국 금리와 한국 금리가 역전됐다. 이에 대해 증권전문가들은 7월 FOMC 결과가 시장에 우호적인 투자환경을 제공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사진=연방준비제도이사회 페이스북
이번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2년5개월만에 미국 금리와 한국 금리가 역전됐다. 이에 대해 증권전문가들은 7월 FOMC 결과가 시장에 우호적인 투자환경을 제공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사진=연방준비제도이사회 페이스북

27일(현지시간) 미국 연준이 시장 예상대로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며 연준의 기준금리는 2.25~2.50%로 한국은행 기준금리(2.25%)보다 높아지게 됐다. 2020년 2월 이후 2년5개월 만에 한미금리가 역전된 것이다.

미국 금리가 우리나라 금리보다 높아지면 수익률을 좇는 자본 특성상 주식과 채권 등 증권투자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금융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면 그만큼 달러가 줄어들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상승(원화 가치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미 연준의 가파른 금리 인상 자체로도 달러 강세 요인이 된다.

다만 이날 파월 연준 의장이 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통화정책 기조가 더욱 긴축됨에 따라, 우리는 누적된 정책 조정이 경제, 인플레이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하는 동안 (금리) 인상속도를 늦추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발언한 것이 시장에는 긍정적으로 작용 중이다. 

증권전문가들도 7월 FOMC 결과가 시장에 우호적인 투자환경을 제공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자이언트 스텝은 사실상 예견된 수준이었고, 연준 또한 덜 매파적인 기조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번 FOMC에서 0.75%포인트 인상으로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은 7부 능선을 지났다”며 “연준의 23년 점도표가 3.8%임을 감안할 때 추가 금리 인상 폭은 1.25%포인트 정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FOMC 이후에는 통화정책 부담이 정점을 통과하고 오히려 내년 금리 인하 기대감이 점차 유입될 가능성에 주목한다”며 “미국 금리 인상속도, 강도에 대한 부담은 점차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미디어콘텐츠본부장은 “연준이 금리 인상을 단행했으나 많은 부분이 반영됐다는 평가 속 미국 증시 상승세가 이어졌다”며 “미국 증시가 FOMC 결과를 소화하며 상승한 점은 한국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하며 특히 FOMC 이후 달러화의 약세가 진행돼 원화의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 우호적”이라고 내다봤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9월 FOMC 전까지 두 번(7, 8월)의 물가를 확인할 수 있다”며 “만약 7~8월의 물가가 예상을 웃돌거나 꺾이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연준이 세번째 0.75%포인트 인상을 할 가능성은 열어둬야 하겠지만, 미국 물가가 여기서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은 비교적 높지 않다”고 예상했다. 

◆정부, 과거 금리 역전 때도 유출보단 유입

추경호 부총리는 이날 금융당국 수장들과 함께한 비상 회의에서 "과거에도 금리역전 상황에서 국내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은 순유입을 유지한 바 있다”라고 언급하며 이번 미국의 금리 인상 결정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추경호 부총리는 이날 금융당국 수장들과 함께한 비상 회의에서 "과거에도 금리역전 상황에서 국내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은 순유입을 유지한 바 있다”라고 언급하며 이번 미국의 금리 인상 결정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정부와 한은은 과거 금리 역전 사례를 들며 이번에도 자본이 유출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평가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서울 은행회관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연준의 결정은 대체로 시장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이라며 “미국의 금리 인상 결정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추 부총리는 “국제금융시장이 7월 FOMC 회의 결과를 무리 없이 소화함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도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며 “한미 정책금리 역전으로 외국인 자금 유출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지만, 과거 세 차례 역전 상황에서 국내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은 순유입을 유지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경제 펀더멘털과 글로벌 이벤트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자본 유출입에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앞서 한은이 금리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전환하기로 한 1999년 이후 한미금리 역전은 세 차례 발생했다. 1기가 1999년 7월부터 2001년 3월, 2기가 2005년 7월부터 2007년 8월, 마지막 3기는 2018년 3월부터 2020년 2월까지다. 

1기 때는 주식이 200억2100만달러 유입됐으나 채권이 15억8200억달러 유출됐다. 2기 때는 주식이 263억4300만달러 유출됐지만, 채권이 567억9000만달러나 유입됐다. 마지막 3기는 주식 189억9000만달러 유출, 채권 503억7700만달러 유입이다.

이 한은 총재는 지난 13일 금통위 기자회견에서 “한미 간 금리가 얼마나 역전되느냐보다 그로 인해 생기는 외환시장 영향이라든지 자본유출 여부 등을 보고 (금리 결정을 해야 한다)”며 “자본유출이 우리만의 문제인지, 전 세계에서 같이 나타나는 문제인지에 따라 자본이 빠져나가는 규모도 다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반면 과거 사례만 보고 안심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 연준의 금리 인상속도가 빠른 만큼 금리 역전 기간이 길어지고 역전 폭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전날 한은 금요강좌에서 ‘통화정책 기조변화 배경과 리스크 요인’을 강연한 서영경 금융통화위원은 “내외 금리차가 역전되더라도 자본유출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전망이나 미국을 비롯해 다른 나라 금리가 빨리 올라가는 상황이라 과거보다 내외 금리차 민감도가 높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 위원은 “외국인 채권투자는 중앙은행, 국부펀드 등 장기투자자가 70% 이상을 점유하고 이들은 환노출을 한 채 들어와 내외 금리차에 영향을 받긴 하지만 내외 금리차보단 경제 펀더멘털, 투자 다변화 측면에서 우리나라 채권에 투자한다”면서도 “단기 채권 투자는 재정차익 목적으로 순유입이 지속되나 중장기 공공투자자금은 유입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향후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에 대해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기대인플레이션으로 도출한 실질장기금리가 중립수준을 밑돈 것으로 추정돼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라며 “다만 금리 인상 속도는 경기 및 물가 전망, 금융시스템과 소득불균형에 미치는 영향 등을 다양하게 점검하면서 결정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