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산업은행 부산이전 로드맵 공개
금융노조 총파업서 반대 시위 예정
취임 당시 약속한 '소통위원회' 아직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사진=서울와이어DB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사진=서울와이어DB

[서울와이어 주해승 기자] KDB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로드맵이 공개되는 등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이전 작업에 속도를 내면서, 노사 간 갈등이 한층 격화되고 있다. 내부 구성원과의 소통은 내팽겨친 채 정부와의 소통만 이어가는 강 회장의 '마이웨이'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노조 측이 산은 노조 차원의 파업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강 회장이 이대로 반발을 넘어 마이웨이를 고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은 금융위원회로부터 '산업은행 부산이전 추진계획' 자료를 입수해, 산은 부산이전 로드맵을 공개했다. 계획안에는 정부가 '한국산업은행법'을 개정하고, 내년 이후 산은이 부지매입과 사옥 신축 등을 진행하고, 건물 준공에 맞춰 산은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내년 초까지 국토교통부가 '산은의 이전공공기관 지정안'을 균형발전위원회에 상정해 심의·의결한 뒤, 같은 해 금융위가 '산은 부산이전 계획(안)'을 상정해 심의·의결이 이뤄지면, 국토교통부장관의 최종승인으로 이전계획이 최종 확정된다. 

강 회장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산은 부산 이전을 신속히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지난달 31일 윤 대통령은 경남 창원 부산신항 한진터미널에서 열린 제7차 비상경제민생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산업은행은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으로 이전해 해양도시화, 물류도시화, 첨단 과학산업 도시화로의 길에 꼭 필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강 회장은 "이해관계를 잘 조정하고 산은의 경쟁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조해 최대한 신속하게 이전을 추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해당 발언 다음 날인 지난 1일 산은 직원 400여명은 강 회장의 집무실 앞에서 이에 항의하는 집회를 벌였다. 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과 산은 노조는 5일부터 강 회장실 앞으로 농성장소를 옮l겨 무기한 철야농성을 진행 중이다. 오는 16일에는 금융노조 총파업에서도 본점의 부산 이전 반대를 주요 현안으로 내세운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최근 강 회장은 윤 대통령에게 ‘본사 직원 500명 부산지점 발령안’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전날 "산은 측이 대통령실에 보고한 자료를 공개하지 않을 경우 강석훈씨를 산은 회장으로 인정할 수 없음을 선언하고, 강력한 퇴진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노조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강석훈 회장의 마이웨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강 회장이 취임한지 두 달이 지났지만 산은의 부산 이전에 대해 내부 구성원들과의 소통은 내팽겨친 채 정부와의 소통만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강 회장은 산업은행 회장에 취임할 당시 부산 이전을 직원들과 논의하기 위해 '소통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위원회를 꾸리지 못했다.

약속했던 소통 채널마저 제대로 구성되지 않고 노사 갈등만 점점 격화되면서 노조 안에서는 강 회장의 국책은행 회장 자격에 대한 의구심만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이슈로 인력 이탈이 빨라지고 있는 상황도 강 회장의 부정평가를 키우고 있다. 올 상반기 산업은행을 떠난 직원은 임금피크제, 정년퇴직 직원을 포함해 총 76명이다. 반년 동안 퇴사자 수는 최근 5년간 연평균 퇴직자 수(89명)에 육박했다.

산은 측은 조만간 주요 현안들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강 회장이 침묵을 깨고 회장다운 행보를 보일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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