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 업무 직무 분리와 결재단계별 문서 검증 강화
PF대출 자금집행 관리강화·'금융 사고 예방지침' 마련
금융사고 재발 실효성엔 의문…"도덕적해이 극복 관건"

금융사들에 대해 금융사고 발생 위험이 있는 직무를 담당하는 임직원을 불시에 강제로 휴가를 보내는 명령휴가제가 의무화된다. 금융권 내부고발자들에 대한 포상도 강화된다. 사진=서울와이어 DB
금융사들에 대해 금융사고 발생 위험이 있는 직무를 담당하는 임직원을 불시에 강제로 휴가를 보내는 명령휴가제가 의무화된다. 금융권 내부고발자들에 대한 포상도 강화된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서울와이어 김민수 기자] 금융감독원이 금융사에 순환 근무와 명령 휴가제를 강화하는 등 강력한 내부통제 강화 조치를 내놨다. 우리은행의 700억원대 횡령사고와 은행권의 10조원대 수상한 외환거래로 촉발된 금융사의 내부통제 미비 등 금융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칼을 빼든 것이다.

3일 금감원은 은행, 저축은행, 상호금융, 여전업계와 함께 이 같은 내용의 내부통제 운영 개선과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올해 상반기 은행·중소 서민 권역의 금전 사고가 40건인데 이 가운데 횡령사고가 28건에 달하고, 금전 사고액은 92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1억원이 급증하는 등 문제가 심각해 이를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금융권 내부통제 개선방안은 ▲사고 취약부문에 대한 통제 기능 강화 ▲금융사 자체 내부통제 역량 제고 ▲건전한 내부통제 문화 정착 ▲사고 예방 감독 기능 확충 등 4개 부문의 20개 과제로 구성됐다.

우선 사고 취약 부문에 대한 통제 기능 강화와 관련해 금융사에서 시행 중인 순환근무제도의 운영기준을 개선해 장기근무 직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한다. 본점 기업 개선부에서 10년간 장기 근무하며 700억원대 횡령 사건을 일으킨 우리은행 직원 사례처럼 특정부서에서 장기 근무시 사고 위험이 높아진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에 대해서는 특정부서의 장기근무자 비율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고 불가피하게 장기근무가 필요할 경우 예외 허용 절차를 강화하는 동시에 예외 인정 근무 기간에 한도를 정하기로 했다.

금융사고 가능성이 높은 곳에 근무하는 임직원에게 불시에 휴가를 내리는 내부통제 제도인 '명령휴가제'는 위험 직무뿐만 아니라 동일부서 장기근무자로 범위를 확대해 의무화한다.

업무 편의 목적으로 비밀번호의 직원 간 공유 등 금융사고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직무 분리 대상 업무는 원칙적으로 금융사 자율로 운영하되 필수 직무를 금융사고 예방지침에 명시하기로 했다.

금융사의 자금인출시 결재단계별로 거래 확인과 통제기능도 의무화해 핵심 내용이 불일치하는 경우 자금이체를 제한한다.

직무 분리 대상 거래 및 담당자를 시스템에 등록하고 직무 분리 운영 현황을 감사 및 준법 감시 부서 등에서 정기적으로 점검하기로 했다.

아이디와 비밀번호 방식으로 운영 시 주기적으로 비밀번호를 바꾸도록 하거나 시스템 접근 방식을 신분증이나 핸드폰 등 본인 인증 또는 생체인식으로 고도화하기로 했다. 단말기 정보제공자(IP) 주소와 담당 직원을 연동해 다른 단말기에서 로그인할 수 없게 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최근 우리은행 직원의 700억원대 횡령 등과 같은 금융사고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은행, 저축은행, 상호금융, 여전업계와 함께 이런 내용의 내부 통제 운영 개선 과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진=금융감독원
금감원은 최근 우리은행 직원의 700억원대 횡령 등과 같은 금융사고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은행, 저축은행, 상호금융, 여전업계와 함께 이런 내용의 내부 통제 운영 개선 과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진=금융감독원

아울러 수기 문서에 대한 검증이 미흡하거나 외부 수신 문서의 전산 등록이 이뤄지지 않아 사고 취약점이 존재한다는 판단 아래 결재단계별 문서 등에 대한 검증 체계도 강화했다.

직인 날인 및 자금 지급 시 기안문서 번호, 금액 등 핵심 내용 일치 여부를 확인하는 등 결제 단계별 거래 확인 및 통제 기능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수기 기안문서의 전산 등록 의무화 및 외부 수신 문서 등의 문서 진위를 검증하는 통제 절차도 마련하기로 했다.

이어 최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서 영업·자금 집행 직무 미분리 등으로 횡령사고가 발생한 점도 고려해 PF 대출 영업 업무와 자금 송금 업무를 분리하고 지정 계좌 송금제를 도입하며 자금 인출 요청서 위변조 대책도 강화토록 했다.

금감원은 우리은행 직원의 횡령처럼 채권단 공동자금을 유용하는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기업구조조정과 관련한 채권단 공동자금의 경우 자금관리 적정성에 대한 채권단 정기 검증 절차의 마련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중고 상용차 대출 등 자동차 금융에 대해서도 대출금 지급 증빙자료의 징수 의무를 부과하는 한편, 근저당 미설정 건을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등 통제 장치를 강화했다.

금융사의 자체 내부통제 역량 제고를 위해 감사자 취급 업무에 대해 제삼자가 점검하는 등 이해 상충 방지 장치를 마련하고 감사 대상 항목에 PF대출 자금집행 등을 추가해 개선하기로 했다.

금융사에 건전한 내부통제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내부 고발자에 대한 포상기준도 개선된다. 직원의 발견을 계기로 금융사고가 적발되면 내부고발로 간주해 적극적인 포상을 실시하고 금전적으로 평가가 곤란한 제보에 대해서도 포상 방안을 마련한다.

명령 휴가제와 고위험 사무 직무 분리 등 사고 예방 대책과 사고 보고 절차, 직급별 책임을 체계화한 ‘금융사고 예방지침’도 마련된다. 아울러 금감원은 금융사의 내부통제와 관련해 검사 및 상시 감시 기능을 강화해 금융 사고를 예방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의 사고 예방 감독 기능도 강화된다. 금융사의 자체적인 내부통제에는 어디까지나 한계가 존재할 수 있는 만큼 사회적 물의를 야기한 금융사에 대해 금감원이 현장검사를 확대하거나 내부통제 개선 방안 이행 상황을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식이다.

경영실태 평가 시 경영관리의 하위 항목으로 있던 내부통제를 독립된 평가 항목으로 분리해 비중을 확대하고 종합 등급과 연계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금감원은 내규 개정을 통해 즉시 시행 가능한 과제는 연내 조속히 추진 및 시행해 금융 사고를 방지하고 나머지 과제는 업권별 사정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금감원 측은 “이번 과제들이 업권 특성에 맞게 차질없이 시행되도록 세부 이행계획을 마련하고 이행 상황을 점검하는 한편, 업권의 모범사례를 공유해 내부통제가 실효성 있게 작동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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