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와이어 김종현 기자] 러시아의 우방인 타지키스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면전에서 거친 말로 직설적인 충고를 해 화제가 되고 있다.
18일 러시아 독립계 언론 등에 따르면 타지키스탄의 에모말리 라몬 대통령은 지난 14일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에서 열린 제1회 러시아·중앙아시아 정상회의에서 약 7분간 연설했다.
라몬 대통령은 "우리는 작은 민족이지만 역사도 문화도 있다. 존중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심지어 "우리는 거지가 아니다"고도 했다.
타지키스탄은 옛 소련연방을 구성했던 15개국 가운데 하나로 러시아의 부침에 관계없이 충성을 다했으나 현재 가장 가난한 국가로 남아있다.
라몬 대통령은 "옛 소련시대에 중앙아시아는 경제발전에 소외돼 있었다"면서 "이제 그런 정책을 취해서는 안 된다"고 푸틴 대통령에게 과감한 투자를 주문했다.
그는 이번 정상회의가 '5+1(러시아+중앙아시아 5개국)'인 점을 들어 "러시아는 중앙아시아를 집단으로 취급하는데 이런 식으로 하지말고 각각을 독립된 국가로 인정해달라"고 했다.
라몬 대통령의 언급이 격해지자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이제 그만하라'고 제지했으나 라몬 대통령은 이를 거부하면서 "우리는 대화하기 위해 여기에 있다"고 쏘아붙였다.
그는 "나는 옛 소련이 해체됐을 때도 오늘과 같은 회의에 참석했었다"면서 "그때와 마친가지로 러시아는 작은 나라들의 입장에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과거 타지키스탄과 중앙아시아의 다른 국가들을 방치했던 것이 옛 소련 붕괴의 원인 중 하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라몬 대통령의 연설이 진행되는 내내 굳은 표정으로 매우 불편한 모습이었다.
일각에서는 라몬 대통령의 돌출 발언이 우크라이나전에서 고전하며 '이빨 빠진 호랑이' 모습을 보이고 있는 푸틴 대통령의 현재 위상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봤다.
라몬 대통령은 올해 70세로 푸틴 대통령과 동갑이지만, 지난 1994년 정권을 잡은뒤 장기집권을 하고 있어 국가 수반으로는 푸틴의 선배이며, 중앙아시아에서도 가장 오래 집권하고 있다.
라몬 대통령의 발언 동영상은 유튜브에 올라 400만뷰 이상을 기록하고 있으며, 특히 러시아에서 조회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정상회의에는 푸틴 대통령과 함께 타지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이 참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