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공업품에 '추가 관세' 부여 조치
철강 대 유럽 수출 감소 우려 높아져

유럽연합(EU)이 탄소국경제 도입을 잠정 합의했다. 이에 국내 철강기업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사진=픽사베이
유럽연합(EU)이 탄소국경제 도입을 잠정 합의했다. 이에 국내 철강기업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사진=픽사베이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유럽연합(EU)이 13일(현지시간) 집행위원회‧각료 이사회‧유럽의회 등 3자 협의로 탄소국경조정제(CBAM) 도입을 잠정 합의했다. 이번 합의로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철강 등 수입 공업품에는 추가 관세가 부여될 예정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EU가 내린 결정은 한국 기업들에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추가 관세의 경우 철과 철강·알루미늄·비료·시멘트·전력·수소에 적용될 예정이다.

특히 생산과정에서 탄소를 과다 배출하는 철강 기업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탄소국경조정제도는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상대적으로 약한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을 EU로 수출할 때 문제가 될 수 있다.

각 제품의 연계된 탄소 배출량 추정치를 EU 배출권거래제 ETS와 연동해 가격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또 제조공정에서 사용되는 전기를 생산할 때 발생하는 탄소배출을 의미하는 '간접 배출'(Indirect Emission)도 규제 대상에 올랐다.

EU 집행위는 잠정 합의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16∼17일 탄소세 부과 기준점이 되는 ETS 개편 등 추가 논의를 거쳐 시행 시기를 확정할 방침이다.

유럽의회는 성명을 통해 “무역 상대방에 인센티브를 줘 제조 산업의 탈탄소화를 도모하는 장치”라고 설명하면서 “보호 무역주의라는 비판을 받지 않도록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정에 어긋나지 않게 제도를 설계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공정 특성상 탄소배출이 불가피한 국내 철강기업 발등엔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추가 관세 등에 따른 비용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본격적으로 제도 시행을 대비해 설비 개선과 같은 생산비 등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또한 대유럽 수출 영향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불안감도 커졌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EU 수출 규모는 철강이 43억달러(5조6000억원)로 집계됐다. 사실상 기업 입장에서는 탄소국경제는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미국에서 시행 중인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즌 2가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당장 EU는 내년 10월부터 수출 대상 기업에 보고 의무를 부과하기로 했다. 준비 기간 중에는 수출기업은 별도 관세를 내지 않는다. 

앞서 국내 관련 업계는 그간 EU가 ETS를 고려해 역내 산업군에 대해선 탄소배출로 인한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무료할당제를 부여해왔다는 점을 지적하며, 수출기업에 차별적 조치가 아니냐는 불만을 제기해왔다.

탄소국경제는 이 같은 불만을 더욱 키우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정부는 이와 관련 제도 시행에 앞서 EU에 CBAM 적용 면제 등 예외 조처를 요구할 계획이다.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도 최근 벨기에 출장 중 EU 당국자들을 만나 차별적 조항 해소 등 국내 기업들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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