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감축' 앞세운 보호무역 조치, 韓 수출기업 영향권
국내기업, 추가비용 급증·대EU 수출 감소 등 우려 높아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유럽연합(EU)이 예고했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을 합의했다.
EU의 탄소국경제 도입은 세계 최초로 2026년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사실상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이은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한국 수출기업엔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EU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집행위원회, 각료 이사회, 유럽의회 간 3자 협의를 통해 해당 제도 적용에 대해서 잠정 합의를 이뤘다.
이에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약한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을 EU로 수출할 땐 제품의 탄소 배출량 추정치는 배출권거래제(ETS)와 연동돼 추가 가격이 부과, 징수된다.
별도 관세 부여 조치인 셈으로 대상은 철강을 비롯한 알루미늄, 비료, 시멘트, 전력, 수소 등이 포함됐다. EU 집행위는 제도 시행에 앞서 유기화학물질과 플라스틱 등을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대유럽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철강이 직접적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이며, 시멘트와 비료분야 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대EU 수출규모는 철강 43억달러(약 5조5689억원), 비료(480만달러)와 시멘트(140만달러) 등의 순이었다.
당장 EU는 합의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16~17일 탄소 국경세 부과 기준이 될 ETS 개편을 위한 추가 논의를 거쳐 구체적인 시행 시기를 확정하기로 했다. 제도는 2023년 10월부터 시험 운영에 들어간다.
세금 부과 시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EU 집행위원회는 3년간 유예 기간을 갖고 2026년부터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제안한 상태다. 제도 시행에 따라 국내 기업의 배출권 구입과 탄소배출량 산정 등의 비용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피해는 철강산업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CBAM 적용으로 철강업계에 연간 1억3500만 달러(약 175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산업연구원은 제도 시행 뒤 국내 알루미늄 13.1%, 철강 12.3%, 시멘트·비료 각각 1.8%의 수출 감소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국내 수출기업은 세금 감면 등 예외 조치를 주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제도는 표면적으로 글로벌 이산화탄소 감축과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의 목적을 갖고 있지만, 기업 입장에선 무역 장벽으로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기업별로 정확한 탄소배출량을 측정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가이드라인 정립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와 관련 경제계와 함께 아직 시간이 남은 만큼 EU에 차별적 조항 해소 등의 의견을 지속 전달하고 있으며, 범부처 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회의에서 “국내 탄소 배출량 검증인력, 기관 등 관련 인프라를 보호하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산업부 통상교섭본부를 중심으로 3~4년의 전환 기간 중 EU측과 협의를 지속해달라”고 주문했다. 정부도 이달 말 대외경제장관회의를 통해 구체적 대응 방안을 논의할 계획으로 수출기업 불안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