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조합 측에 공사기간 연장해달라는 공문 요청
예정된 8월 입주 지연 불가피… 셧다운 현실화 가능성↑
'공사비 증액분' 놓고 의견차… 감리용역비 미납시 중단

서울 서초구 소재 반포 레미안 원베일리 공사현장이 시공사와 조합간 갈등으로 중단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서울 서초구 소재 반포 레미안 원베일리 공사현장이 시공사와 조합간 갈등으로 중단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서울 서초구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래미안 원베일리’가 조합과 시공사간 갈등으로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사업)처럼 공사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2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최근 조합에 공문을 보내 공사기간 2개월 연장안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베일리 조합 관계자는 지난 11일 “삼성물산으로부터 공사기간을 연장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이 접수됐다”며 “이에 8월 말 입주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신반포3차와 경남아파트 등을 재건축하는 래미안원베일리는 지상 최고 34층, 23개 동, 2990가구 규모로 지어진다. 이 중 224가구가 2021년 일반에 분양됐다. 도급 계약서상 공사비는 1조1277억원이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8월부터 원베일리 조합과 공사비 증액 협상을 진행했으나 아직까지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시공사인 삼성물산은 조합 측의 요구에 따라 품질향상을 위한 차별화 설계를 반영했고 추가 공사비 1560억원을 요청했다.

당시 조합 집행부는 추가 공사비 지급을 결정했지만 일부 조합원이 비대위를 통해 지급 반대에 나서면서 갈등이 심화됐다. 조합원 간 소송전으로 이어져 조합장의 직무가 정지됐고 부조합장은 해임됐다. 애꿎은 삼성물산만 난처한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사태가 악화되자 삼성물산은 결국 공사비 증액 협상에 임하지 않으면 일반분양 대금이 들어오는 통장의 사업비 인출에 동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합이 용역비 등 사업비를 통장에서 인출하려면 시공사 인감이 필요한데 이를 내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갈등이 고조된 가운데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면서 셧다운 위기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원베일리 공사 감리업체 두 곳은 조합 측에 이달까지 미납한 감리용역비 31억원을 지급하라고 요청했다. 미납금을 내지 않으면 다음 달부터 현장에서 철수하겠다고 통보했다.

감리를 중단하면 시공사인 삼성물산도 공사를 멈출 수밖에 없어 준공 지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부동산시장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았던 둔촌주공 공사중단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이 커지는 분위기다. 삼성물산은 최대한 협상에 나서고 있으나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으면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해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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