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부회장·상무, 기존 사내 직급호칭 사용 금지
이재용 회장 '실용주의' 중심 인재양성 철학 반영

삼성전자가 1일 사내공지망을 통해 '수평 호칭' 대상 범위를 경영진과 임원급으로 확대 적용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삼성전자가 1일 사내공지망을 통해 '수평 호칭' 대상 범위를 경영진과 임원급으로 확대 적용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삼성전자가 수평적 조직문화 확산을 위해 직원 간의 ‘호칭’ 통일 대상 범위를 경영진은 물론 임원까지 확대 적용한다.

삼성전자는 1일 ‘경영진·임원 수평 호칭 가이드’를 사내망에 공지했다. 수평 호칭은 2016년 처음 적용돼 직원 간 직급 관계없이 원활한 의사소통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실제 전 부서 사이에선 업무 성격에 따라 ‘님’ 혹은 ‘프로’라는 호칭이 통용됐다.

회사는 팀장, 그룹장, 임원 등의 직책에도 이 같은 수평 호칭을 적용할 방침이다. 앞으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최고경영자의 경우도 기존 직급 대신 ‘재용님’이나 영어 이름인 영문 이니셜 ‘JY’ 등을 사용해야 한다. 

경영진에서는 이미 수평 호칭 문화 확대를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 부회장도 지난해 4월 임직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본인의 호칭을 영문 이니셜인 ‘JH’로 불러달라고 해 주목받았다.

이 같은 변화에는 이재용 회장이 그간 보여왔던 실용주의 중심의 경영 철학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회장은 “성별과 국적을 불문,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인재를 모셔와 육성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그는 “우리가 할 일은 좋은 사람을 모셔오기 위해 우리가 할 일은 유연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사장단들에게 “미래 기술에 우리의 생존이 달려있고, 최고의 기술은 훌륭한 인재들이 만들어 낸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재계는 이 회장 주도로 이뤄지는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 관련 이날 사내 공지된 경영진, 임원 관계없는 호칭 통일이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본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근래 들어 대기업 전반에서는 권위주의 타파 움직임이 가속화됐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엔 세대 갈등을 이유로 퇴사한다는 직원이 많았지만, 기업들의 조직 내 수평 문화 구축 노력에 이 부분은 상당히 개선된 모습”이라며 “총수들도 본인에 직위를 내려놓고 젊은 세대에게 먼저 다가가려고 하는 것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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