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한파에 서울 강남권 '대장아파트' 가격 추락
고금리 부담, 수요자 관망세 여전… 급급매 위주로 거래
분위기 반전 난항, 거래절벽에 '역전세난' 심화 가능성↑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강남권 아파트 단지에 모습. 사진=서울와이어 DB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강남권 아파트 단지에 모습. 사진=서울와이어 DB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서울 지역의 부동산가격이 낙폭을 줄이며, 반등의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 강남·서초 집값은 전주 대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이 가장 많이 내려간 단지에 강남과 서초권 아파트가 이름을 올리는 등 ‘강남불패’란 말을 무색케 했다. 

6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올해 거래된 아파트(직거래 제외) 중 최고가 대비 가격이 대폭 하락한 단지 상위권에 강남 노른자인 도곡동 소재 ‘도곡렉슬’ 이름이 올라 눈길을 끈다. 

이 단지 전용 84㎡ 가격은 지난해 9월 마지막 거래(27억8000만원) 당시 대비 4억3000만원 하락했다. 재작년 9월 최고가 32억원을 웃돌았던 것과 비교하면 8억원가량 떨어진 것이다.

우수한 학군 등으로 수요자 선호도가 높지만, 부동산시장 불황에 직격탄을 피하진 못했다.  

같은 단지 전용 119.89㎡의 경우는 2021년 41억원으로 최고가를 찍었지만, 지난달 9일 26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1년3개월 만에 14억5000만원이 떨어지면서 시장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줬다.  

최근 서울의 아파트가격 낙폭이 점차 줄어드는 가운데 강남권 주요 단지는 정반대 움직임을 보인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23개 자치구가 낙폭을 줄이거나 전주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서울 집값은 0.32% 하락해 전주(-0.35%) 대비 낙폭을 추가로 줄였고, 올해 들어 5주 연속 비슷한 흐름을 나타냈다. 집값 하락세가 완화되는 조짐이지만, 강남권의 상황은 도곡렉슬과 다르지 않다. 

대치동 소재 ‘은마아파트’ 전용 84㎡도 지난달 19일 21억5000만원으로 손바뀜했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 23억1000만원(12월)보다 1억6000만원 하락한 가격에 거래됐고,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는 전년(38억원) 대비 8억원 급락한 가격에 지난달 매매 계약이 체결됐다.

이들 단지는 과거 집값 상승세를 이끈 대장 아파트로 불리지만, 현재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고금리와 전세가격 하락 여파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관련 업계는 집주인들이 추가 가격 하락 등을 우려해 급급매 처분을 서두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1.3대책’ 발표 등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 확산에도 매수 관망세가 지속되는 분위기”라며 “강남권은 서울 집값의 바로미터로 금리인상 기조에 따른 거래절벽 현상과 같은 부동산시장의 불황 그대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한동안 지금과 같은 흐름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고금리 부담으로 실수요자들의 관망세가 이어져, 가격이 싼 급매물 위주의 거래만 이뤄질 것이란 의미다.

집주인들이 지속 매물을 내놓지만, 급매물 위주로만 소화돼 실거래가 하락이란 결과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일각에선 집값 상승기에 나타났단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에 따른 ‘갭투자’가 지금의 결과를 초래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세가격 하락 등 시장 전반적인 분위기와 맞물려 갭투자가 줄면서 앞으로의 집값 상승 폭은 상당부분 제어될 것”이라며 “거래 절벽 상황이 계속될 경우 역전세난까지 심화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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