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김종현 기자] 거대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의 유동성 위기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을 몰고왔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자산규모 5730억 달러로 최근 파산한 미국의 지방은행인 실리콘밸리은행(SVB)과는 차원이 다르다.

미국에서 시작된 은행의 유동성 위기가 유럽을 찍고 어디로 향할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6일 미 CNN방송과 CNBC방송 등에 따르면 크레디트스위스는 중앙은행인 스위스 국립은행에 500억 달러의 유동성 지원을 요청했다. 예금자들의 뱅크런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통해 화급한 파산 위기는 넘긴 것으로 보이지만 이미 고객들의 신뢰를 상실했기 때문에 사업부문 매각 등을 통한 추가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은행은 투자실패  등으로 거액의 손실을 봤다는 소식 등이 전해지면서 지난 몇 년간 경영여건이 계속 악화됐다. 작년 10~12월에만 고객 예금이 1220억 달러 빠져나갔다. 작년 실적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인 73억 달러의 순손실이었다. 

이런 흐름속에서 크레디트스위스는 작년 10월 9000명의 정규직을 줄이고, 투자은행을 분사하는 한편, 자산관리에 집중하는 강력한 구조조정을 실행하고 있지만 실적을 되돌리지 못하고 있다.

모닝스타의 유럽은행  분석가인 요한 숄츠는 "크레디트스위스의 자금 조달 비용이 엄청나게 비싸졌기 때문에 올해도 손실을 흡수할 정도의 충분한 자본 확보는 힘들다"고 했다.

문제는 사태가 크레디트스위스에 국한되지 않고 부실징후가 있는 다른 은행들로 급속히 전염될 수 있다는 점이다.

우선 크레디트스위스와 거래관계에  있는 금융기관들이 흔들릴 수 있다. 이런 우려 때문에 BNP파리바, 소시에테제네랄, 코메르츠방크, 도이체방크 등의 유럽은행 주가는 15일(현지시간) 8~12% 급락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수석 유럽경제분석가인 앤드류 커닝엄은 "크레디트스위스는 미국을 포함한 외국의 여러 금융사와 글로벌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다"면서 "스위스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과 시그니처은행 파산이  덩치가 훨씬 큰 크레디트스위스로 옮겨붙은만큼 미국이나 유럽, 아시아의 다른 은행으로 신용위기가 확산할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한 서방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금리인상 기조는 당분간 지속할 가능성이 있어 부실은행들의 위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세계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피해가 얼마나 광범위한지 알기에는 너무 이르다"면서 "신속한 조치는 전염 위험을 막는데 도움이 됐지만 시장은 여전히 긴장하고 있다"고 했다.

하그리브스 랜스다운의 수전나 스트리터 자금시장 책임자는 "급격한 예금인출이 있을 경우 채권 포트폴리오에서 미실현 손실이 큰 은행들의 경우 충분한 완충장치를 갖추지 못할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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